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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한번쯤, 큐레이터

저자
정명희  저
  • 가격

    14,800 원

  • 출간일

    2021년 11월 18일

  • 쪽수

    236

  • 판형

    140*200 (변형신국판)

  • ISBN

    9791167070272

  • 구매처 링크

요약

19년 차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의 일과 전시, 그리고 소소한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 자신을 학예사라 소개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고, 큐레이터라고 소개하면 “박물관에도 큐레이터가 있나요?”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은퇴한 유물의 오래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들을 빛나게 만드는 전시를 기획하는 박물관 큐레이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별걸 다 모르는 신입의 좌충우돌 시간을 지나 수장고의 오래된 향기를 사랑하게 되고 시간 여행자를 위해 전시 기획과 정답 없는 고민에 진심을 다하는 저자의 일상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박물관의 어느 전시 공간에 멈추어 서서 한번쯤 큐레이터의 눈으로 나만의 유물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진다. 더불어 우리 모두 이미 각자의 보폭으로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고 기억을 수집하는 큐레이터의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출판사 서평

“박물관에도 큐레이터가 있나요?”

― 은퇴한 유물의 오래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들을 빛나게 만드는 박물관 큐레이터의 일과 전시,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

이 책은 ‘큐레이터’ 하면 미술관에서 일하는 전문직으로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맵시 나는 하이힐을 신고 우아한 언어를 구사하는 드라마 속 그 누군가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오래된 유물들이 모여 있는 박물관에도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일깨워주는 직업 에세이다.

학예연구사, 줄여서 학예사로도 불리는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로 19년 동안 매일같이 박물관으로 출근한 정명희 큐레이터는 그동안 꽃을 든 부처, 대숲에 부는 바람, 풍죽, 공재 윤두서〉,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등 크고 작은 국내외 전시를 담당했다. 그는 이 책에서 평소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생활인이다가도 유물 앞에만 서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전문가가 되는 박물관 큐레이터들의 일과 전시, 소소한 일상의 기록을 들려준다.

오래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어 시간의 흐름이 더딘 곳처럼 보이는 박물관의 일상은 관람객이 없는 휴관일에 더욱 바쁘다는 것, 박물관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뿐 아니라 행정의 세계도 만만치 않게 받아들여야 하는 공무원이라는 것, 우주에 블랙홀이 있다면 박물관에는 수장고가 있으며, 일반인에게 전시된 유물은 수장고 유물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비롯해 기억전달자인 은퇴한 유물이 수장고로 입주해 주민증을 발급받는 절차와 큐레이터가 유물을 대할 때의 태도와 주의사항, 그리고 전시 기획의 세밀한 과정 등 박물관 큐레이터만이 알 수 있는 직업의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박물관 큐레이터의 삶을 들려주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박물관에는 ‘진짜’가 많지만 전시 기간을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기간 한정판’인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매 순간이 기간 한정판이라 말하는 저자. 그의 글 곳곳에는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의 통찰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그의 사유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우리 또한 한번쯤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박물관의 유물을 다시금 바라보게 되고, 우리의 일상을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나만의 유물과의 만남을 위해

한번쯤, 박물관으로!

― 19년 차 큐레이터의 아주 특별한 박물관 초대장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박물관은 과거에 멈추어 있는 박제된 것들의 보관소이며, 딱딱한 학습 공간이자 현실과 동떨어진 곳이다. 사람들의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큐레이터의 오랜 숙제다. 저자 또한 그러한 열망으로 전시를 기획한다. 이 책에는 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처럼 전시를 기획하고 집을 짓듯이 세밀한 부분을 챙기고, 동료 큐레이터와 디자이너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유물을 대여하고, 관람객을 위해 전시 공간의 동선 하나하나를 배려하면서 전시장을 걷고 또 걸어본다. 도록에 ‘큐레이터의 노트’ 코너를 만들어 독자에게 말 걸기를 시도하고, 전시장에서 관람객과 직접 만나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시간에는 시시콜콜한 전시 이면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준다. 그 덕분에 저자를 비롯한 박물관 큐레이터들의 노력이 온전히 녹아 있는 박물관의 특별 전시는 이제 ‘안 보면 손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며, 한번쯤 박물관으로 발길을 인도한다.

저자는 특별 전시 외에도 무료로 전시하고 있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전시관과 야외정원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다. 박물관 관람 방법은 정답이 없다며, 단 하루 한 번 방문으로는 절대 모두 볼 수 없는 이곳을 숙제하듯 관람하지 말고 뭔가를 알아야 한다는 부담이나 어떤 의무 없이 그저 유물을 마주하라고 권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이 단계를 넘어가면 그냥 저절로 이어지는 느낌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그렇게 유물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특히 저자의 ‘아주 사적인 중박 사용설명서’는 필독을 권한다. 저자의 말대로 상설전시관은 내가 어떤 취향의 사람인지 파악하기 좋은 곳이다. 문자 역사 이전 시기의 유물에 더 끌리는지 아니면 문헌 기록과 유물의 연결 짓기를 더 선호하는지, 평면적인 메시지가 좋은지 아니면 입체적이고 부피감 있는 유물이 취향인지, 화려한 유물에 눈길이 가는지 아니면 소박하고 잔잔한 것에 끌리는지 확인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보면 좋은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저자가 애정하는 곳도 한번쯤 찾아보고 싶어진다. 비가 올 때는 2층 목칠공예실을, 머리가 아플 때면 3층 도자공예실을 찾아 흙을 구워 유약을 입힌 원숭이, 향로를 받치고 있는 토끼와 눈 맞추고 오고 싶어진다. 야외정원에서는 제 쓸모를 다하고 은퇴 후의 시간을 보내는 보신각종과 ‘국기에 대한 경례 불상’을 만나보고 싶고, 계절마다 산책길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박물관은 큰맘 먹어야 가는 곳, 어디부터 봐야 할지 막막한 곳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한번쯤 박물관을 찾아오는 것, 사실 이것이 저자의 가장 큰 바람이기도 하다.


각자의 보폭으로 자신의 시간을 사는 우리에게 들려주는

무심히 반복하는 일상을 견디는 힘

그리고 좀 더 너그럽게 자신을 대하는 법 

이 책은 큐레이터라는 직업 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지만, 모든 에세이가 그러하듯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오로지 박물관과 전시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19년의 시간 동안 큐레이터로서 연구자로서 그리고 엄마로서의 이야기가 때로는 희극처럼 때로는 비극처럼 펼쳐진다. 각자의 보폭으로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고 기억을 수집하는 큐레이터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심히 반복하는 일상의 위대함과, 좀 더 너그럽게 자신을 대하는 법의 소중함을 들려준다. 일러스트레이터 황정하 작가의 그림 또한 큐레이터의 세계와 저자의 내면세계를 완급 조절하듯 넘나들며, 독자로 하여금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살아보라고, 그리고 잠시 쉬어가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책 속에서

박물관에는 ‘진짜’가 많지만 언제든 그 진짜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시 기간을 놓치면 다시 볼 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별전은 모두 기간 한정판이다. 우리의 일상 또한 매 순간이 한정판이다. 혼자여도 좋고 함께여도 좋은 ‘오늘의 한정판’을 마주할 때면, 해 지는 모습을 함께 본 그날처럼, 우리의 심장은 조금 더 빨리 뛰고 있을 것이다 ― 10~11쪽, <프롤로그: 오늘의 한정판> 중에서

 

“무슨 일 하세요?”“학예사인데요.”“네? 하계사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종종 이런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다. 그럴 때마다 학예사는 학예연구사를 줄인 말이며, 박물관에서 일하는 연구직 공무원이라고 덧붙인다. 그럼 또 큐레이터와 같은 거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바로 큐레이터라고 하면, 미술관에서나 만날 수 있는 큐레이터가 왜 박물관에 있냐는 표정이다. ― 14쪽, <박물관에도 큐레이터가 있나요?> 중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유물을 만지지 마라, 수장고를 지날 때는 눈길이 닿지 않는 유물은 없는지 살펴보아라, 불가피하게 바닥에 액자를 세울 때에는 밑에 각목을 받쳐 공기가 지나는 길을 만들어라. 수장고 복도를 걷거나 전시 장비를 정리하다가 그의 목소리와 선한 눈빛이 떠오르는 날이 있다. (…) K의 온기를 기억하고 있을 유물들에게 그의 부재를 알린다. 그는 자신의 손길이 닿았던 유물들을 잘 알고 있는 과거의 사람들과 같이 있을 것만 같다. 각자가 기억하는 조각이 다르고, 기억의 편린을 연결해 누군가에 대해 쓴다는 게 쉽지 않지만, 우리는 항상 가까이에 같은 모습으로 있을 줄 알았다. 현재가 이렇게 금방 과거가 될지 몰랐다. ― 47~48쪽, <레지스트라 K에 대하여> 중에서

 

사실 많은 이에게 박물관은 큰맘 먹어야 가는 곳, 어디부터 봐야 할지 막막한 곳이다. 단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것을 다 보고야 만다, 해치운다, 하는 목표를 세우면 박물관은 미루어놓은 숙제를 하는 곳이 된다. 하지만 애당초 박물관을 보는 정해진 규칙은 없다. 뭔가를 알아야 한다는 부담이나 어떤 의무 없이 그저 유물을 마주해보면 좋겠다. 처음에는 좀 어색할 수 있지만, 우선 바라보면 된다. 이 단계를 넘기면 편안해진다. 그다음은 그냥 저절로 이어지는 느낌의 흐름을 따라가면 된다. ― 67쪽, <좋은 시간의 기억> 중에서

비가 올 때는 2층 전시실 제일 끝에 있는 목칠공예실이 좋다. 한옥을 재현한 사랑방을 따라 돌면 용산공원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머리가 아플 때면 3층 도자공예실을 찾는다. 사물의 형체를 형상화한 상형 청자를 무심히 바라본다. 흙을 구워 유약을 입힌 원숭이, 향로를 받치고 있는 토끼와 눈을 맞추고 온다. ― 73~74쪽, <아주 사적인 중박 사용 설명서> 중에서

 

관람객에 앞서 먼저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하는 대상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과거의 유물이다. 이들과의 대화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것과 같다. 하여 예전의 물건을 쓰고 만든 사람들과 그들이 남긴 기록을 조사한다. 과거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현대의 관람객에게 어떤 맥락에서 전달할지 고민한다. 물론 단순한 상상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증거가 있는 해석이어야 한다. ― 140쪽, <큐레이터의 노트> 중에서

 

어떤 일을 할까 말까 고민할 때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왜 그렇게 잘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새로 연구를 시작할 수 없는 이유는 번호를 붙여 적어야 할 만큼 명료하게 정리된다. 모든 게 모호하던 어제의 나와는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서 좀 더 조사하고 연구할 수 있는 나의 위시 리스트를 남긴다. 쇼핑 앱에 채워진 장바구니처럼, 당장 구입하지는 않지만 조사 노트가 쌓여갈수록 큐레이터로서의 내 보물도 든든해진다. ― 167쪽, <조사 노트에 담긴 추억> 중에서

 

당신도 한번쯤 큐레이터로 살아보고 싶은 적이 있었을까 모르겠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차곡차곡 모이는 누군가의 기록을 보면 우리는 이미 각자의 보폭으로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고 기억을 수집하는 큐레이터다. 무심하게 반복하는 일상이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임을 알기에, 스쳐 지나가는 현재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 234~235쪽, <에필로그: 기억의 집> 중에서


일러스트 황정하(@illust_jungha) : 프랑스 에피날 미술학교에서 이미지 내레이션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고향 금산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을 그리며 농촌 소멸을 막기 위해 마을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그림일기 에세이 오늘 내 기분은요가 있으며, 한번쯤, 큐레이터, 아빠 만날 준비됐니?, 오늘처럼 비 오는 날 등에 그림을 그렸다.

 

 

차례

프롤로그 – 오늘의 한정판

 

1. 박물관으로 출근합니다

박물관에도 큐레이터가 있나요?

학예연구사에게 필요한 시간, 578년

우주엔 블랙홀, 박물관엔 수장고

수장고로 입주합니다

박물관의 정예 부대, 건립추진단

박물관을 움직이는 사람들

레지스트라 K에 대하여

기억전달자, 은퇴한 물건

나만의 컬렉션에서 모두의 유물로

다른 사람으로 살아본다는 것

좋은 시간의 기억

아주 사적인 중박 사용 설명서

박물관 정원 예찬

 

2. 시간 여행자를 위한 큐레이팅

만약 당신이 큐레이터라면

안 보면 손해

전시 주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큐레이터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전시 기획, 집을 짓듯이

프리뷰의 매력

유물 선정 오디션

큐레이터에게 필요한 협상의 기술

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콘텐츠 디자인

결정적 5분을 위한 공간 연출

전시의 막바지 풍경

알기 쉽게, 보기 쉽게

큐레이터의 노트

시시콜콜한 이야기의 힘

 

3. 큐레이터의 하루

바람이 지나간 자리, 그다음에 남는 것

일상의 버팀목, 꾸준함

조사 노트에 담긴 추억

점심시간에 할 수 있는 일

한여름 밤의 악몽

하나의 이야기만 남겨야 한다면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것

체념, 도리를 깨닫는 마음

삶을 바꾸는 결정적 만남

오픈 안 한 전시는 없다

엄마는 큐레이터

인생을 멀리 보라고 온 선물

오늘도 야근각

가장 기억에 남는 실수

기억을 부르는 향기

가만히 생각하건대

그래도, 아무튼, 성취감

 

에필로그 – 기억의 집

 

 

저 : 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매일 출근하는 곳이지만, 박물관은 큰맘 먹어야 간다거나 어디부터 봐야 할지 막막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는 생활인. 사라진 시간을 기억하는 과묵한 유물을 보고, 상상하고, 글로 쓴다. 유물 앞에 오래 머무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박물관은 누군가와 함께 있고도 싶고 혼자 있고도 싶을 때 찾으면 좋은 공간. 지금 당신이 어디쯤 서 있는지 궁금하다면 날카로운 공기에서 빠져나와 이곳으로 오길. 무거운 외투는 벗어두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힘을 풀고 멍하니 산책길의 감촉을 느끼며 같이 걷고 싶다.

10년 넘게 산 동네에서 길을 잃거나 가끔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지하철을 탄다. 길 잘 찾는 사람과 한 가지 일을 묵묵히 하는 다정한 사람에게 약하다. 주먹을 꼭 쥐고 다짐하는 결심보다 아늑한 온기에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같은 것을 바라볼 때 특별한 말을 나누지 않아도 느껴지는 편안함이 좋다.

홍익대학교에서 한국미술사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기념 특별전 영혼의 여정을 비롯해 법당 밖으로 나온 큰 불화, 꽃을 든 부처, 대숲에 부는 바람, 풍죽, 공재 윤두서,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등 크고 작은 국내외 전시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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