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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재 · 학술

본문

빙하 이후(수렵채집에서 농경으로. 20,000-5000BC)

저자
스티븐 마이든  저, 성춘택  역
  • 가격

    33,000 원

  • 출간일

    2019년 04월 09일

  • 쪽수

    731

  • 판형

    사륙배(188*257)

  • ISBN

    9791189946029

  • 구매처 링크

재미있게 읽는 수준 높은 대중 고고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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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가 정점에 이르렀던 서기전 20,000년에서 서기전 5000년까지 인류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인류의 운명이 결정된 때라고 평가되는 이 시기, 현생인류는 빙하가 녹으면서 초래되는 환경변화에 맞춰 수렵채집 생활에서 농경을 도입하는 등 문명의 토대를 구축한다. 이 책은 인류의 역동적인 삶의 모습을 학문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일반 대중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고고학자의 탐방기 형식으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고고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15,000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펼쳐진 선사인들의 삶과 농업혁명, 문명의 기원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갖게 해 준다.

 

빙하가 녹으며 역사의 수레바퀴 구르기 시작하다

 

대중 고고학서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마음의 진화』로 우리에게 낯익은 영국의 고고학자 스티븐 마이든(미슨)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선사시대 삶의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혹심했던 빙하시대, 곧 플라이스토세 말 현생인류는 전 세계로 확산하였다. 20-50명 정도의 수렵채집민은 무리지어 이동하면서 주변 집단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고위도와 신대륙 끝까지 퍼져 나갔다. 동굴에 아름다운 채색벽화를 남기고, 상아를 깎아 예술품을 만들고, 얼굴에 칠을 하고, 머리를 묶고, 조개로 귀걸이와 팔찌를 만들고, 먼 곳에서 누가, 무엇이 사는지 늘 궁금해했다. 지금 우리와 같은 모습과 삶으로 인간 정체성의 토대를 놓았던 것이다.

이 사람들의 삶은 ‘빙하가 녹으면서’ 커다란 전환을 맞이한다. 전에 없었던 규모로 일어나는 환경변화는 재앙이었다. 저지대에 바닷물이 들어오고, 이동하는 동물과 철새도 더 이상 찾아오지 않고, 숲에서 얻는 수확도 예전만 못해졌다. 전 세계 많은 집단은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서아시아와 동아시아, 중앙아메리카에서는 밀과 보리, 콩, 쌀, 옥수수를 가꾸기 시작하며, 양과 염소, 소와 돼지도 기른다. 한곳에 정주하는 마을을 이루며 살면서 인구도 불어났다. 이것을 신석기혁명 또는 농업혁명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 한순간에 벌어진 사건은 아니었고 기나긴 과정이었다.

변화의 과정은 결국 인류사에 커다란 전환을 가져왔다. 노동을 조직하고, 곡물의 저장과 분배를 통제하는 사람이 등장하여, 부를 축적했다. 이 사람은 엘리트가 되어 권력을 잡고, 자신의 지위를 자식에게 물려주었다. 결국 주변 집단을 정복하여 권력을 과시하고, 수많은 전쟁포로와 일반민을 강제 동원하여 거대한 기념물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가 문명이라 부르는 변화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 지은이 스티븐 마이든의 말마따나 서기전 5000년이면 근대세계의 토대는 갖춰진다. 이로부터 역사의 수레바퀴는 구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고고학자의 선사시대 유적 탐방기

 

고고학자 마이든은 놀랄 만큼 넓고 깊은 학식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쓰는 재능을 가진 저술가이다. 사실 고고학자가 발굴하는 유적이나 유물은 깨진 돌과 토기 조각, 무너진 집터 같은 것이 전부이다. 바구니와 옷, 작대기, 그리고 갈대를 엮어 올린 지붕 같은 일상 도구와 과거의 모습은 거의 대부분 이미 부식되어 사라진 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고학자들은 유물과 유적을 발굴하고 석기의 제작기법을 연구하고 토기의 양식을 분석하여 편년하는 일에 매달린다. 사실 10,000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철저히 고고 자료와 분석결과에 바탕을 두면서도 우리가 그토록 알고 싶어 하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드라마와 같이 이야기를 해 준다.

이 작업을 위해 지은이는 ‘존 러복’이라는 19세기 저명한 고고학자를 선사시대 삶의 현장에 보낸다. 러복은 초원을 걷고, 바위산을 오르고, 통나무배를 저어 사람들을 찾아간다. 과거 사람의 모습과 유물을 보고,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을 본다. 그렇게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것을 우리에게 전해 준다. 슐레스비히-홀스타인의 아렌스부르크 계곡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순록 사냥 현장을 가 보자.

 

적막하다. 초조한 사냥꾼의 깊은 숨소리와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심장의 떨림만이 있을 뿐이다. 사냥꾼들은 바위 뒤에 웅크리기도, 다가오는 동물을 피해 덤불숲에 숨기도 한다. 존 러복도 땅바닥에 엎드려 해마다 벌어지는 순록 도축 현장을 지켜본다. 계곡 바닥에 있는 작은 호수 사이 풀밭에 구부러진 길이 보인다. 순록은 가을이면 이 길을 따라 새로운 초지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다. 얼어붙은 바람에 사냥꾼의 냄새가 날아가고 발굽 소리에 땅이 울린다. 순록 무리가 바윗덩어리 사이 좁은 길을 지난다. 누군가 신호를 보내자 일제히 창을 던져 순록을 공격한다. 계곡을 따라가며 더욱 많은 창을 던진다. 순록은 덫에 걸리고 만다. 놀라서 도망치며 물로 뛰어들어 살고자 헤엄친다.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여덟에서 아홉 마리가 땅에 드러눕는다. 사냥꾼은 몸을 떠는 짐승의 머리를 내리친다. 호수에는 몇 마리 순록 사체가 떠다니지만, 땅 위에서 잡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식량이 되기에 내버려둔다. 사냥꾼들은 다시 조심스럽게 창을 거둔다.

 

물새가 날고, 갈대밭에 숨어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사슴을 겨냥하고, 덫을 놓거나 토끼를 쫓는 모습, 돌과 식물을 빻고 피와 소변을 섞어 물감을 적시고 등잔을 밝히며 휘젓는 날렵한 손놀림, 모닥불 뒤로 동굴 벽에 흔들리는 그림자, 오랫동안 숲길 뒤에 숨죽이며 매복하다가 날리는 화살, 늘어뜨린 가죽을 밀어젖히고 움막에 들어가는 모습, 어두침침한 방안에서 퀴퀴한 냄새가 풍기고, 불가에서 나는 아로마 향이 퍼지는 광경, 식물을 태운 연기에 취하고, 북소리, 갈대 피리를 부는 소리, 서로 어깨동무하며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런데 동물 뼈가 있지만, 사냥을 어떻게 했는지, 식물 유체가 있어도 어떻게 심 고, 가꾸고, 수확했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상상만으로 마음대로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분명 고고학적으로 엄밀한 자료에 근거해야 한다. 지은이는 발굴로 드러난 유물과 유구뿐 아니라 주변 환경과 동식물자원을 세밀히 복원하고, 현존하는 수렵채집민과 원예농경(원경)민의 민족지 자료까지 검토함으로써 학문적 신뢰도를 높인다. 자료에 충실하면서도 상상력을 동원할 때는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과감하게 제시한다. 이로써 스스로 의도했듯이 선사시대 인류의 삶을 고고학이라는 수단으로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선사인들의 이야기

 

우리는 오늘날 급격한 지구온난화에 직면해 있으나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선사시대 예기치 못한 규모로 일어난 지구온난화란 환경 재앙에 우리 선조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혹심한 빙하시대의 추위가 서서히 물러나고 고위도에서 급격하게 빙상이 녹는다. 현재 한국의 서해같이 육지로 노출되어 수렵채집민의 삶터였던 곳은 빠르게 바닷물에 잠긴다. 침엽수림이 빽빽했던 곳에 활엽수가 들어오고, 천년 동안 이어진 가뭄으로 숲이 사라진다. 식생이 변하고, 수많은 동물이 서식지를 옮기거나 멸종하던 때 인류에게는 어떠한 대안이 있었을까? 이 책은 이처럼 인류사의 중요한 시기에 이루어진 광범위한 환경변화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적응과 문화변화를 생동감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도 교훈을 찾으려 애쓴다. 남아 있는 빙하마저 사라지고 있는 현재, 지구온난화는 인간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우리는 어디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고고학으로 풀어내는 먼 과거의 이야기는 그저 흥밋거리만이 아니다. 인류는 환경변화의 소용돌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새로운 실험과 적응을 하고, 여기에 우연의 연쇄가 어우러져 역사의 수레바퀴는 오늘에 이르렀다. 만 년 전 인류는 환경조건에 적응하며 수렵과 채집을 계속하기도 했으며, 씨앗을 뿌리고 가꾸기도, 가축을 기르기도 하면서 전 세계에서 다양한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급속히 다양성을 잃어 가는 우리는 지구온난화라는 커다란 도전을 맞아 어떤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저 : 스티븐 마이든

영국 레딩대학(University of Reading) 고고학과의 선사고고학 교수이다. 셰필드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레딩대학에 재직하면서 인간환경과학부(School of Human & Environmental Sciences)의 학부장을 역임했다. 2004년 영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정되었다. 스코틀랜드와 요르단에서 오랫동안 조사했으며, 특히 와디 파이난(Wadi Faynan) 유적을 발굴했다. 고고학 저술가로도 유명하며, 깊이 있는 내용을 일반인도 읽고 이해하기 수월하게 쓴다. 1990년 Thoughtful Foragers: A Study of Prehistoric Decision Making을 썼으며, 이후 『마음의 역사』(The Prehistory of the Mind, 1996),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The Singing Neanderthals, 2005), Thirst: Water and Power in the Ancient World (2012)와 같은 책을 출간했다.

역 : 성춘택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고고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인류학과에서 고고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2001).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로 구석기시대를 비롯한 선사시대, 수렵채집민 고고학, 고고학 이론과 방법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수렵채집 사회: 고고학과 인류학』(로버트 켈리, 2014), 『기원과 혁명』(클라이브 갬블, 2013), 『고고학사』(브루스 트리거, 2010), 『다윈 진화고고학』(오브라이언·라이맨, 2009), 『인류학과 고고학』(크리스 고스든, 2001)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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