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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국정치사상사

저자
김영민  저
  • 가격

    50,000 원

  • 출간일

    2021년 02월 15일

  • 쪽수

    920

  • 판형

    152*224 (양장)

  • ISBN

    9791189946913

  • 구매처 링크

요약

 

사상사 연구자 김영민 교수가 국내 첫 학술서 중국정치사상사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2017년 집필한 영어판 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를 저본으로 하고 있으나, 국내 독자를 염두에 두고 영어판과 다른 문체로 다듬고 큰 폭으로 수정 집필한 새로운 중국정치사상사이다. 한국어판 중국정치사상사는 그 분량만 해도 영어판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이 책은 한국인에 의해 쓰인 첫 중국정치사상사로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무지막지한 단순화나 본질주의의 언명”에 호소하지 않고 미시적인 분석과 거시적인 서사를 유려하게 결합함으로써 ‘중국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답하는 이 책은 중국 사상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을 훌륭히 복원한다. 중국, 일본, 한국, 서양 학계의 다양하고 방대한 연구 문헌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분과 학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융통성 있는 방법론을 통해 기존 학계의 관습에 도전하는 새로운 해석과 중국정치사상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들려준다. 전작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주장한 ‘눈앞의 효용에 연연하지 않은 공부’를 시도한 결과물이기도 한 이 책은, 저자의 공부 이야기에 공감한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연구 방법론과 학문적 글쓰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추천사 

 

“본질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중국정치사상사를 한 권의 책에 담는 일이 가능할까? 김영민 교수는 바로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융통성 있는 방법론과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중국정치사상을 살아 있는 전통으로 만들었다.” — 루브나 엘 아민(노스웨스턴대학교)

 

“깊이와 넓이를 두루 갖춘, 포괄적이고 권위 있는 중국정치사상 통사이다. 중국 사상의 복합성을 이해하는 데 정말로 귀중하고 필수적인 책이다. 이 책의 핵심에는 중국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라는 강력한 주장이 담겨 있다.” — 케리 브라운(킹스칼리지런던)

 

“놀라운 책이다. 이 책은 중국정치사상에 관심 있는 모든 학인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스티븐 C. 앵글(웨슬리언대학교)

 

“이 책은 시대순으로 역사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주제별로 내러티브를 조직하는데, 그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다.” — 앤터니 블랙(던디대학교)

 

“이 책은 대가의 솜씨로 쓴 매우 가독성 높은 중국정치사상사이다. 원사료는 물론 중국, 일본, 한국, 서양 학계의 다양한 연구 문헌까지 능숙하게 활용하면서, 역사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내러티브를 제공한다. 단연코 이 분야 최고의 저작이며, 정치사상사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추천한다.”

                                                                                                                                               — 필립 J. 아이반호(조지워싱턴대학교)

 

“이 책은 B.C. 6세기부터 현재까지 중국의 정치사상에 대한 야심적이면서도 정교한 연구이며, 중국정치사상 학계의 관습에 대한 도전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중국정치사상에 내재한 다양성에 대하여 귀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 존 닐슨 라이트(케임브리지대학교)

 

“이런 책이 세상에 있어 너무 행복하다. 오랫동안 역사적 현실과 유리된 중국정치철학 연구가 난무해왔는데, 김영민 교수는 철학적인 예리함과 역사적 맥락이 최적의 균형을 이루는 중국정치사상사를 써냈다. 전문 연구서로서의 새로움과 섬세함뿐 아니라 교과서적인 명료함까지 두루 갖춘 책이다. 해당 주제에 대한 연구사를 폭넓게 살피는 동시에 일반 독자도 읽을 수 있게끔 친절하게 서술되어 있다.”

— 리 젠코(런던정치경제대학)

 

출판사 서평


베스트셀러 작가 김영민 교수,

국내 첫 학술서 『중국정치사상사』 출간!

에세이스트이자 사상사 연구자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국내 첫 학술서 중국정치사상사』를 펴냈다. 이미 2017년 영국 폴리티(Polity)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를 펴낸 바 있는 그는 이 영어판을 통해 샤오궁취안(蕭公權)의 중국정치사상사 영역본 출간 이후 40년 동안 정체되어 있던 학문적 공백을 메우는 데 성공하면서 서양 학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중국정치사상사는 바로 이 영문 저서를 저본으로 한 책이다. 그러나 단순히 영어판을 번역한 것은 아니다.

김영민 교수는 한국어판이 목표로 하는 독자와 학계, 지성계가 달라진 만큼 프로젝트의 성격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즉, 이 책은 저자가 국내 독자를 염두에 두고 영어판과는 완전히 다른 문체로 다듬고 큰 폭으로 수정 집필한 새로운 중국정치사상사인 것이다. 한국어판 중국정치사상사는 그 분량만 해도 영어판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공부란 무엇인가’에 이은 또 하나의 질문,

‘중국이란 무엇인가’

기실 중국정치사상사는 김영민 교수의 전문 분야이기도 하지만, 이 연구의 시작은 한국에 대한 앎의 욕구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데 왜 중국을 공부하는 것일까? 저자는 어떤 대상에 대해 알고자 할 때 그 대상‘만’ 공부해서는 알 수 없으며, 그 대상이 놓여 있는 맥락을 폭넓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으로부터 멀리 떠나보아야 비로소 한국에 돌아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전작 공부란 무엇인가와도 일맥상통한다.

‘눈앞의 효용에 연연하지 않은 공부’를 시도한 결과물이기도 한 이 책은, 저자의 공부 이야기에 공감한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연구 방법론과 학문적 글쓰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공부란 무엇인가를 통해 가볍게 스트레칭을 경험한 독자라면, 이 책 중국정치사상사를 통해 본격적인 심화 운동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접점에 서 있기에 한층 더 흥미로운 분야인 정치사상사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동양철학과 동아시아를 좀 더 깊이 이해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필독서로서 손색이 없다. 굳이 중국과 정치, 사상에 대한 앎의 욕구가 없는 독자라 하더라도 김영민식의 학문적 연구와 글쓰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적 변화를 경험하게 할 것이다.

 

중국 학자들의 관습적 해석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인 최초의 중국정치사상사!

이 책은 한국인에 의해 쓰인 첫 중국정치사상사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간 중국정치사상에 관한 국제적인 논의는 샤오궁취안의중국정치사상사, 거자오광(葛兆光)의중국사상사, 류쩌화(劉澤華)와 그의 동료들이 집필한 중국정치사상사등, 이미 국내에도 번역 출간되어 있는 중국 학자들의 저술에 기대어 이루어져왔다. 이 저서들은 대개 중국정치사상이 전제국가를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라는 시각에 기초하고 있는데, 김영민 교수는 기존의 이러한 지배적인 패러다임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그간 중국과 중국정치사상에 대한 관습적 해석에 도전장을 내민다.

샤오궁취안의 중국정치사상사를 포함해 기존 중국정치사상 통사들이 기반하고 있는 전제들을 재검토하겠다는 분명한 문제의식을 지닌 이 책은, 일련의 테마들을 통해 중국정치사상에 대한 비민족적이고 비본질주의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중국정치사상의 역사를 단순화하거나 유교라는 본질주의적 언명에 호소하지 않으면서도 미시적인 분석과 거시적인 서사를 유려하게 결합함으로써 영리하게 중국정치사상의 긴 흐름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중국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는 이 책은 중국의 지적 전통에 대한 우리의 앎을 혁신적으로 확장해온 새로운 학문적 업적들을 반영하면서 중국 사상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을 훌륭히 복원해냈다. 특히 ‘중국’을 원래부터 존재해온 단일한 덩어리로 보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역사적 조건 속에서 다양한 정치적 행위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명되고 재발명되면서 꾸준히 움직이는 표적이자 일종의 구성물로 간주함으로써, 기존의 역사서술 방법과 결별을 시도한다.

이 책의 미덕은 단순히 중국정치사상사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는 데 있지 않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저자가 자신의 특유한 문제의식을 펼쳐가기 위해 어떠한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의 꿰미를 선택하고, 또 그 선택을 통해 어떻게 이야기의 서사를 조직해나가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전의 중국정치사상사 연구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구성과 전개는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통사 쓰기의 방법론과 그 전범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리게 한다. 또한 지금까지 막연히 익숙하게 여겨온 중국을 완전히 낯선 대상인 동시에 새로운 이해를 획득한 존재로 받아들이게 된다. 마지막 책을 덮는 순간, “입구는 중국 고대였으나 출구는 대한제국, 일본, 베트남으로 뻗어 있는 교차로가 되게끔 책을 쓰고자 한” 저자의 의도가 적중했음을 깨닫게 된다.

중국정치사상사 연구 방법론의 새로운 혁신!

기존의 중국정치사상사 책은 일반적으로 시대와 학자 또는 그의 주요 사상을 중심으로 단순히 나열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와 달리 김영민 교수의 중국정치사상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시기별로 출현한 정치질서의 비전, 즉 ‘계몽된 관습 공동체, 국가, 형이상학 공화국, 독재, 정체政體, 시민사회, 제국’ 등에 주목하면서 이들 테마를 중심으로 새로운 목차 구성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중국정치사상 연구에서는 없던 혁신적인 시도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러한 정치적 질서와 각 시기를 관통하는 사상이 어떻게 출현하게 되었는지 그 정치적 사유의 진화 과정을 면밀히 추적해나감으로써 중국정치사상사에 일관된 서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책은 목적론적 서사를 거부하며 표면 뒤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특히 정치사상을 ‘전승된 지적 자원에 대한 창조적인 반응’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이에 상응하는 ‘독창적인 질문’을 기반으로, 외적 환경의 변화가 어떤 창의적인 지적 변화로 이어지는지 고찰한 부분은 압권이다.

논어의 “우물에 빠지는 일”에 관한 구절이 후대에 이르러맹자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장으로 이어지면서 각각의 시대마다 사상가들에 의해 어떻게 반복적으로 재해석되는지를 추적하거나, 이(理)와 기(氣)의 범주와 개념을 탐색하는 데 집중하면서 이들 맥락에 담긴 보다 큰 이슈가 무엇인지 해석하는 저자의 집요한 질문과 해석은 3천 년 중국정치사상사의 역사를 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분과 학문의 경계를 횡단하며

중국 이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요 관전 포인트는 방대한 지식을 토대로 학문 분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개념을 융통성 있게 활용하거나 광범한 문학 및 예술 자료를 정치사상의 텍스트로 읽어낸 점이다.

저자는 중국의 원사료뿐 아니라 한국, 일본, 서양 학계의 다양한 문헌까지 능숙하게 활용함으로써 역사적이면서 철학적인 내러티브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공자가 구상한 계몽된 관습 공동체를 공동체 내 개개인의 미시적 행위 양태를 매개로 해석할 때 미셸 푸코를 비롯한 서양 학자의 미시성에 대한 개념을 차용하거나, 장자의 호접몽을 ‘익스트림 롱 숏’이라는 예술 언어로 해석하고, 19세기 근대 동아시아의 중화주의를 ‘픽션’이란 개념으로 해석하는 등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에 구애되거나 주저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다양한 개념을 융통성 있게 활용한다.

이 책은 공문서 이외의 자료를 통해서도 중국의 정치사상을 발굴해내고 있다. 당나라 때 원진이 쓴 앵앵전, 송대 인생의 유한함을 논한 문학작품으로 여겨져온 소식의 적벽부, 원나라 때 마치원이 쓴 한궁추뿐 아니라 조창운의 그림 유신완조입천태산도, 조맹부의 이양도, 청나라 옹정제의 13점에 달하는 비공식 초상화와 건륭제의 비공식 초상화인 시일시의도, 그리고 평안춘신도 등의 문학과 예술 자료는 사료의 다층적 의미를 추적해나가는 저자에 의해 적재적소에 활용됨으로써 중국정치사상을 읽는 정치 텍스트로 재탄생한다. 특히 당나라, 남송과 금, 몽골제국, 청나라 등 중국의 정체성이 혼란스럽다고 느껴지는 시기에 나온 이 자료들은 평면적인 문헌 자료의 한계를 넘어 해당 시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정치 텍스트로 탈바꿈한다.

융통성 있는 개념의 활용과 독특한 사료 선택, 여기에 더해 사료의 다층적 의미를 추적하며 꼼꼼히 읽기(close reading)의 전범을 보여주는 저자의 집요한 탐구 방법은 중국에 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내 지식인들에게 사상사 연구 방법론의 새로운 진수를 보여준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중국’에 대한 것이지만, 우리가 익숙한 그 중국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이 책을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집어 들 독자는 아마도 우리에게 익숙한 그 중국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겠지만, 결국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다. (…) 독자가 현재의 중국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집어 들었다가 생각보다 넓게 펼쳐지는 세계에서 그만 길을 잃게 만드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입구는 중국 고대였으나 출구는 대한제국, 일본, 베트남으로 뻗어 있는 교차로가 되게끔 책을 쓰고자 했다. 이 책은 중국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사상’에 관한 책이다. 즉, 그저 자료의 발굴과 나열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학들이 남긴 사상을 통해 ‘생각’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사상’에 대한 책이 아니라 ‘정치사상’에 대한 책이다. 진공에서 이루어진 개념적 유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사람들의 욕망과 열망과 갈등의 한복판에서 이루어진 사상을 다루고 있다. 그 사상의 역사와 씨름하는 일은 곧 우리의 사상을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7∼8쪽, 〈책을 펴내며〉 중에서

 

중국이 역사를 만들기보다는 역사가 중국을 만든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을 원래부터 존재해온 단일한 덩어리monolith로 보지 않고 일종의 구성물construction로 간주한다. 공적인 수사rhetoric, 역사서술법, 그리고 다양한 이데올로기 생산수단을 통해 중국 정체성을 발명하고, 재발명하고, 강화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인간 노력의 결과 외에 달리 중국을 지탱하는 절대적이고 영원한 기초 같은 것은 없다. 어떤 의미에서 볼 때, 현실이란 중국 그 자체가 아니라 중국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정치적 정체성에 대한 모색들이다. (…) 경직된 견해는 변화하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기에 오랫동안 버틸 수 없었다. 이러한 인식하에 이 책은 중국정치사상을 그 자체의 역사적 맥락에서 음미하기 위하여, 목적론적 역사서술법으로부터 이른바 중국이라는 것을 해방하고자 시도한다. ― 26∼27쪽, <1장 서론> 중에서

책 한 권에 중국정치사상의 모든 중요한 흐름을 논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중국정치사상사 쓰기란 애초에 성공하기 어려운 과업처럼 보인다. (…)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정치사상의 그 긴 역사를 책 한 권에 어찌어찌 담다 보면, 아무래도 그 내용에 대해 결국 (일부) 독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독자 각자의 관점에서 어딘가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한 권으로 축약된 역사가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는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 역사는 완전할지 몰라도, 한 권의 역사책은 불완전하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불완전성이야말로 정치사상사 쓰기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라고 생각한다. 왜 그러한가? 먼저 정치사상사에서 ‘역사’가 의미하는 바는 일어난 특정 사건들 자체라기보다는, 그 나름의 초점을 가지고 사건들을 일정한 서사로 조직화한 결과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57쪽, <1장 서론> 중에서

 

예가 다스리는 정치 공동체라는 공자의 사상은 후대 제국 왕조로 전승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묘한 아이러니가 있다. 공자가 생각한 계몽된 관습 공동체는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와 한정된 집단을 상정한 것이었으나, 제국의 황제들은 정반대로 생각하였다. 제국을 운영하는 통치자가 보기에 계몽된 관습은 작은 공동체 상층부에 국한되지 말고 보다 넓은 지역과 보다 많은 사람에게로 퍼져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제국의 확장된 영토라는 조건 속에서는 국가기구가 법만으로는 사회에 침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153쪽, <2장 계몽된 관습 공동체> 중에서

 

정치 사회의 창출은 관습을 당연시하는 관습 공동체의 구성원과는 다른 부류의 정치적 행위자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의미의 정치 사회 개념은 특히 전국시대 제자백가 사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전국시대 사상가들은 기존 질서의 자연적 기초를 의심하였다. 정치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 새로운 기초를 찾아내겠다는 강렬한 욕망에 불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구상한 정치 사회는 통치가 부재한 ‘자연 상태’와 대비될 뿐 아니라 앞서 토론한 관습 공동체와도 다르다. ― 160쪽, <3장 정치 사회> 중에서

 

정치사상사가 정치 행위자의 성격에 관하여 공헌하는 지점은 어디인가? 정치사상사의 관점을 빌려 우리는 비로소 이른바 지배 엘리트가 우리의 개념에 의해 분석되기를 기다리는 경험적이고 수동적인 자료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자신들의 행위를 개념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들이었다는 점을 음미할 수 있게 된다. 즉,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국가, 사회, 공公적인 성격 등을 개념화하고, 그러한 개념을 통해 구성된 우주 안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해석하고self-interpretation, 그에 따라 자신들의 활동을 규율하고자 했던 복합적인 존재였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당시 지배층을 표면적 이해관계의 동학에 의해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향유한 의식의 심층에 접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 269∼270쪽, <4장 국가> 중에서

 

3세기에 흉노 제국이 와해된 이후 많은 비非한족계 사람들이 중원으로 이주했다. 그 결과 한때 분명했던 정주민과 유목민의 정치적 구분은 점점 더 흐릿해졌다. 사실 당나라를 창건한 무인 집단은 민족적으로ethnically 혼성이었다. 일단 수나라와 당나라 황제의 가계는 한족과 선비족 모두와 관계되어 있다. 수나라와 당나라 초기 황족들은 비한족계 사람들과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통혼通婚하였다. 그리고 수나라와 당나라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외국 영향에 개방적이었다. 학자들은 당나라가 건국할 무렵 170만 명의 외국인이 당나라 신민이 되었다고 추산한다. 그것은 당시 당나라 인구의 7%에 달하는 수이다. 당나라 후반기에는 19%까지 늘어난다. 요컨대 이 장에서 다루는 시

기의 ‘중국’은 민족적으로 한족의 나라ethnically Han라고 할 수가 없다. 흔히 ‘야만적’이었다고 평가받는 수나라는 물론이거니와 중국 역사상 가장 영광된 왕조라는 당나라조차도 그 이전 왕조들에 비해 민족적으로 훨씬 더 복잡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중국의 정체성과 관련해 지속적인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 307∼308쪽, <5장 귀족 사회> 중에서

 

도학道學은 지난 1,000년 동안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사상 사조였다. 그런데 피터 볼이 지적했듯이, 여전히 많은 사람이 도학을 전제국가를 위한 이데올로기, 그리고 정체된 사회와 지배 계급의 자기 이익을 위한 이데올로기로 간주한다. 이러한 지배적인 견해에 반대하여 이 장에서는 도학이 황제의 권위를 일견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종류의 공화적 비전republican vision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자 한다. ― 355쪽, <6장 형이상학 공화국> 중에서

 

송나라 정치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소식을 왕안석의 신법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정치인으로 여기고 있으며, 문학사 연구자들은 소식을 송대 고문古文 전통의 핵심적인 문인으로 연구해왔다. 반면, 사상사의 맥락에서 소식을 연구한 사례는 많지 않고, 정치사상이라는 특화된 측면을 고려한 연구는 더욱 드물

다. 소식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적벽부역시 정치적 유배 시

저 : 김영민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하버드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브린모어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동아시아 정치사상사, 비교정치사상사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중국정치사상사 연구를 폭넓게 정리한 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2017)를 출간했다. 이 책 중국정치사상사는 영어 저서의 한국어판 번역을 저본으로 하였으나 국내 독자를 위해 영어판과는 다른 문체로 다듬고 큰 폭으로 원고를 수정 집필한 새로운 중국정치사상사이다. 이 외에도 산문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2018), 논어 에세이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2019)을 비롯해 공부란 무엇인가(2020)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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