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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신간] 함께 잘사는 나라 스웨덴 ─ 노동과 자본, 상생의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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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회평론 작성일2019-09-27 조회조회수: 2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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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아름다울 수 있는가?

함께 잘사는 나라 스웨덴의 비결, 황금삼각형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통합은 동전의 양면처럼 움직여왔다. 미국 등 영미형 자유시장경제모델 국가에서는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통합을 희생할 것을 강요하고 있으며, 그 대척점에 있는 독일을 비롯한 대륙형 조정시장경제모델 국가에서는 사회적 통합을 앞세우는 대신 경제적 효율성은 뒤처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스웨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통합을 동시에 실현함으로써 새로운 롤 모델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스칸디나비아 국가 중에서도 특히 스웨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8~09년 불어닥친 경제위기에서 스웨덴은 다른 선진자본주의 국가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후 2010~14년에는 미국, 독일보다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면서 스웨덴은 사회적 평등지수, 성별 임금격차, 사회보험 적용률, 단체협약 적용률 등의 사회적 통합 지수에서도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차지하며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로서의 위상을 드러낸다. 덴마크가 경제위기 하에서 사회적 통합을 지켜내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 반면, 스웨덴이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스웨덴 고유의 유연안정성 모델 덕분이다. 유연안정성 모델은 쉬운 해고와 채용, 즉 유연성을 요구하는 자본과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노동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한 세 가지 정책요소, 즉 ‘고용보호체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실업자 소득보장체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정책요소의 조합을 황금삼각형(golden triangle)이라 부른다. 



노동과 자본을 모두 만족시키는 황금삼각형의 세 요소

‘고용보호체계’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로, 스웨덴은 1974년부터 고용보호법을 제정해 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확보하고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있다. 근속기간이 길수록 해고 사전통지기간을 늘려 10년 이상 근속 직원에게는 최소 6개월 전 계약 종료를 통지하도록 했으며, 해고된 노동자에게 우선 고용될 수 있도록 재고용 우선권을 부여했다. 또한 연공서열제를 규정해 근속연수가 짧은 노동자부터 해고하도록 했으며, 임시직 사용에 대해 사용 사유와 기간을 제한하고 정규직과의 차별처우를 금지함으로써 사용자가 임시직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최소화했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유연한 고용계약제도로 인해 발생한 실업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재정지원, 숙련·기술의 습득·향상을 위한 직업훈련, 일자리 소개 및 알선을 포함하는데, 이 정책은 직장보장 방식이 아닌 취업보장 방식을 통해 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을 담보한다. 특히 실업기간 최소화를 위해 해고통지를 받은 시점부터 해당 노동자에게 직업훈련과 양질의 일자리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도 차원의 일자리중개청과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을 통해 설립한 고용안정기금은  실업 및 해고노동자들이 빠르게 노동시장에 편입할 수 있도록 실질적 도움을 준다. 


‘실업자 소득보장체계’는 자율적인 실업보험제와 보편적 기초실업부조제로 이루어진 공적 소득보장제도와 노동조합이 구축해 추가적으로 보상을 지원하는 사적 소득보장제도로 구성돼 있다. 특히 노조가 구축한 실업기금은 실업 전 소득의 80%를 보전해주기 때문에 스웨덴 노동자들의 소득안정성 보장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처럼 스웨덴의 황금삼각형 정책요소들이 높은 안정성을 보이며 적절히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전국 수준의 법 규정에 의한 보호 층위와 산업․사업장 수준의 노동조합에 의한 보호 층위로 구성된 ‘이중적인 보호체계’ 가 자리하고 있었다. 스웨덴 황금삼각형 정책요소들을 통한 유연안정성 모델의 성공은 사회통합을 위해 지출된 비용이 곧 경제성장의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띤다. 또한 단위사업장 수준의 고용안정이 아니라, 재취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뒷받침함으로써 노동시장 차원의 고용안정을 담보하는 스웨덴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한국 노동시장 문제 해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특히 이 책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자본과 노동이 각자도생이 아닌 상생을 통해 ‘함께’ 잘사는 길을 택하게 된 배경과 실천 방안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생생한 스웨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노조활동가에서 현 스웨덴 수상이 된 스테판 뢰벤, 스웨덴 경제민주주의의 기초가 된 ‘렌-마이드너 모델’(1951)의 설계자였던 경제학자 마이드너, 노사타협의 결정적 순간 노사단체의 주역을 맡았던 발스텟과 닐손, LO(스웨덴노총)의 전략가 요란손과 베르이스트룀, 우데발라 공장설계자 엥스트룀과 엘레고르, 그리고 그곳에서 예술품처럼 자동차를 빚어내던 조립공 노동자들까지, 스웨덴의 모델을 만들어온 역사의 주역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들려준다. 저자가 면담을 통해 전해들은 이들의 경험담은 텍스트와 숫자로 표현되는 평면적인 정보 이상을 넘어 복지국가 스웨덴이 걸어온 길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랜 시간 이어온 스웨덴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애정이 빚어낸 총체적 결과물이라 하겠다. 



스웨덴 경제민주주의는 100년 동안 계속된 실험과 

시행착오, 반성의 결과물 

스웨덴을 20년 동안 오가며 연구해온 저자는 1920년대 서구에서 가장 격심한 노사갈등을 겪은 스웨덴이 어떻게 지금처럼 계급타협을 통해 공존하고 상생하는 사회적 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 그 지난한 100년의 역사를 들려준다.  


스웨덴노총(LO)과 스웨덴사용자단체(SAF)가 법제도의 개입 없이 노사자율로 노사관계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살트쇠바덴협약(1938)이 만들어진 과정, 지금의 스웨덴 모델의 기초가 된 렌-마이드너 모델(1951)이 수립된 과정, 1980년대 노동자의 영향력을 강화한 임노동자기금제를 둘러싼 노사의 첨예한 대립 등을 촘촘히 살펴봄으로써 지금의 스웨덴이 한순간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거듭되는 계급갈등과 계급타협의 과정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한 변혁적 실험, 그리고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친 검증된 결과물이 모여 만들어진 역사의 산물임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스웨덴 경제민주주의의 주춧돌, 공동결정제와 노동조합대표 이사제

1970년대 스웨덴노총과 사회민주당은 자본계급 중심 기득권 세력에 맞서 노동계급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수립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법제화된 경제민주주의 제도가 ‘공동결정제’와 ‘노동조합대표 이사제’다. 1976년 제정된 ‘공동결정법’은 고용주가 기업 경영 의제는 물론 노동조건,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안에 대해 노동조합과 사전에 교섭하도록 규정했으며, 이 공동결정법으로 노조가 기업 측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강제함으로써 경제민주주의가 제도화될 수 있었다. ‘노동조합대표 이사제’는 1972년 제도화되었는데, 고용인 수에 따라 피고용자 대표 인원을 할당하여 사업체의 이사로 임명하도록 했다. 노동조합대표 이사들은 노사분규 등을 제외한 모든 사안에서 일반 이사들과 동등한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처럼 노동조합대표 이사제는 노동자가 경영 핵심 정보에 접근하는 경로로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스웨덴의 경험과 한국 노동조합이 나아갈 길 

스웨덴의 경험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노동과 자본이 자신의 이익 관철에만 혈안이 된 것이 아니라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전략적 타협을 했다는 점이다. 노동은 자본의 유연성 요구를 수용하되 임시직 사용 규제로 ‘관리된 유연성’이 실현되도록 했다. 자본은 노동조합대표 이사제와 공동결정제의 도입을 반대했지만 스웨덴노총의 강한 조직력과 사회민주당의 정치적 영향력, 그리고 제도 자체의 장점을 인정하면서 경제민주주의를 현실적으로 수용했다. 자본이 일방적 지배체제를 포기하고 노동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스웨덴의 노동계급이 살트쇠바덴협약과 렌-마이드너 모델, 사회민주당의 장기집권으로 세계 최고의 조직률을 자랑하는 최강의 노동계급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스웨덴을 벤치마킹하되 한국 노동계급의 역량 차이를 고려한 ‘맥락적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한국 노동계급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정치세력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의 노동조합이 정규직의 이익을 수호하는 데 급급해하는 모습에서 탈피하고,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면서 전체 노동계급의 계급이익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조 간부나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아닌, 한국사회 보편적 이익을 실현하는 데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를 국민들로부터 받게 된다면, 노동계급의 사회적 영향력은 강화될 수 있다. 


스웨덴 노사가 마치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공존과 상생을 이어가는 스웨덴의 이야기는 첨예한 노사갈등에 익숙한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회찬이 꿈꾸던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먼저 이룩한 스웨덴의 경험은 대한민국도 그러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가진 독자들에게 지혜를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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