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양
책 소개
다문화, 이주 배경, 중도입국, 재외 동포, 외국 국적.
무엇이라고 부르든 이제 교실에서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을 만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우리 반에 다문화 학생이 배정되면 어쩌지?’ ‘말이 통하지 않는 학생이 들어오면 수업은 어떻게 하지?’는 대한민국의 모든 선생님이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고민이 되었다.
서울교육대학교 장은영 교수가 만든 ‘다중언어교사 실행공동체’를 중심으로, 10명의 교수와 교사들이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 고민의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경험을 풀어낸다. 본인이 겪었던 언어 차별, 교실에서 이주 배경 학생들과 우왕좌왕 부대끼던 경험담, 고민을 담아 만들어낸 다중언어 수업의 교안과 후일담까지, 여러 언어가 뒤섞이는 교육 현장의 눈물과 웃음을 전한다.
출판사 리뷰
다문화시대, 교실에서도 다양한 언어가 오가는 지금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인천에는 2024년까지 ‘한누리학교’라는 초중고 통합 위탁형 공립 다문화대안학교가 있었다. 여러 학교의 이주 배경 학생들을 모아 6개월에서 1년간 한국어를 집중교육하면서 적응을 도운 다음 원적 학교로 돌려보내는 곳이다.
학생 10명이 모이면 학생의 모어도 10개, 공지 하나를 전달하려면 끊임없이 번역기를 돌려야 하는 교실. 온갖 언어가 뒤섞이는 교실에서 어떻게 ‘가르치는’ 게 가능할까? 여긴 한국 학교이고 너희는 한국어를 배워야 하니 다른 언어는 쓰지 말라고 해야 하나? 그건 정당한 요구인가? 남들은 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수업을 하는 거지?
이 책의 저자들 대부분이 거쳐 간 한누리학교 선생님들만 이런 고민을 품은 것은 아니다. 다른 학교들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주 배경 학생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이미 많은 선생님은 언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사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놓아두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 보려고 모인 10명의 저자는 현직 교사로서, 교육학 교수로서 경험한 현장 상황과 언어와 편견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수업을 통해 새로운 언어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과정과 결과를 솔직한 글로 풀어 놓는다.
이방인으로 서성이던 선생님,
무궁화꽃을 고구마꽃으로 부르는 학생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로 부른다고 해서 함께 놀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말로 진행되는 수업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힘들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유대와 신뢰를 쌓고, 생소한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에 소속감을 느끼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교단에 선 이 책의 필자 선생님들도 한때는 제주도 방언을 숨기면서 서울말을 배웠고, 원어민 선생님의 영어 인사에 긴장하기도 했다. 말에 자신감을 잃는 바람에 유학이 우울증을 부르기도 하고, 조금 어려운 단어를 썼다고 리포트 표절을 의심받은 적도 있다. SNS로 안부를 주고받지만 더 가까워지기는 어려운 친구가 있어 아쉽기도 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생활 속에 알게 모르게 쌓여온 언어 장벽은 더 이상 무시하기 힘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영어로만 적힌 카페의 메뉴판 앞에서 당황하는 데서 끝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학교는 가장 먼저 다음 세대의 특징을 파악하는 곳이고, 지금의 초중등학교는 10년 후의 한국이다. 지금 학교의 교실이 언어 문제로 어떤 갈등을 빚고 있는지 우리 모두 한 번쯤 짚어보고, 다음 세대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 보아야 할 때다.
다문화시대, 다중언어교실에 뿌리는 평등의 씨앗
낯선 언어를 존중하는 태도, 생소한 문화를 수용하는 자세,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 자신의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타인과 소통하려는 용기. 이 모든 것을 혼자 알아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군가는 물꼬를 터 주어야 한다. 언어의 권력을 인식하고 차별 의식과 고정관념을 타파하도록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교사가 해야 할 일은 아닐까.
그러한 ‘이방인’의 소외감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으려면 학생 개개인에 대한 공감과 친절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혼자서는 답을 찾기 어려운 그런 문제의식에서 ‘다중언어교사 실행공동체’가 만들어졌다. 피부색과 문화만큼 언어도 중요하다는 것, 영어만 가치 있는 외국어가 아니라는 것, 설령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사용하는 학생이라도 이제는 다른 사람의 언어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십인십색의 상황에서 고심하여 만든 다중언어 수업 교안과 학생들의 수업 사진이 실려 있다. 인종차별을 받은 외국인을 소재로 한 단편 영화 감상, 사라져가는 언어를 조명하는 프로그램 시청, 아이돌 그룹의 외국 현지 홍보 기획. 외국어 노래 배우기, 역할극 하기, 퀴즈 풀기, 다중언어로 만든 교재 사용하기. 다양하게 기획한 수업 중 어떤 수업은 기대 이상의 호응을 받고, 어떤 수업은 싸늘한 무관심, 때로는 조롱과 항의까지 받는다.
성공과 실패를 숨김없이 담아낸 경험담들은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언어의 의의와 평등한 교육의 의미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저 : 장은영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저 : 이진숙
인천 송월초등학교 교사
저 : 정주희
평택 현화초등학교 교사
저 : 추혜영
안산 관산초등학교 교사
저 : 김수빈
서울 면목초등학교 교사
저 : 석경원
인천 십정초등학교 교사
저 : 박이랑
서울 한울중학교 교사
저 : 강인성
인천 만석초등학교 교사
저 : 이신영
서울 도림초등학교 교사
저 : 강현주
수원 천천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