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현실주의, 신현실주의 패러다임이란?
현실주의(realism) 패러다임은 1940년대 후반 한스 모겐소(Hans J.Morgenthau)가
『현대국제정치론(Politics Among Nations)』을 통해 확립하였다. 이에 따르면 국제 사회는 기본적으로 무정부 상태이며, 국제정치에서 주요 행위자는 주권을 소유하고 있는 국가이다. 무정부 상태에서 상이한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 간의 갈등과 대립은 필연적이며, 그 결과 국제정치는 국가 간의 권력 투쟁으로 특징지어진다. 무정부적인 국제 사회에는 국가들 간 상충하는 이익을 조정해줄 신뢰할 만한 절차 및 제도가 없으며, 따라서 모든 국가는 기본적으로 자력으로 생존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권력과 안보를 최우선의 관심사로 삼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국가들 간 생존을 위한 권력 투쟁은 필연적으로 세력균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며, 세력균형이야말로 국제 평화를 유지해 주는 주요 메커니즘이다.
이러한 현실주의 패러다임에는 인간의 본성과 질서에 관한 비관적 평가가 전제되어 있다. 즉 인간은 타자를 지배하려는 본능적 충동을 가진 존재이며, 따라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은 힘을 추구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현실주의에 의하면, 이러한 인간의 본성은 유사 이래 불변해온 것으로 앞으로 변화가능성이 없다. 그러므로 인간들로 구성된 집단인 국가 및 그 국가들로 이루어진 국제 질서의 변화나 개선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본다.
이러한 현실주의 패러다임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신현실주의(neorealism)로 이어져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현실주의의 기본 가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기에 신현실주의도 국제정치에서 힘과 국가 이익을 핵심 변수로 강조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권력 배분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대외 정책의 추진은 무정부 영역의 논리를 위반하는 것으로 오히려 무질서를 초래하게 된다고 본다. 다만 신현실주의는 전통적 현실주의보다 국제 체제의 구조적 속성과 특성을 더 중시한다. 방법 면에서는 전통적 현실주의보다 과학적 기법을 더 많이 수용하고, 내용 면에서는 하위 정치 영역의 중요성이 부각된 국제관계의 현실을 반영하여 경제 문제에 더욱 많이 관심을 기울인다. 이러한 신현실주의의 주창자로 평가받는 인물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케네스 월츠인데, 그는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현존하는 가장 저명한 학자 중 한 명으로도 손꼽힌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지난 수십 년간 큰 변화를 거치면서도 국제사회의 무정부적 구조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국가들은 스스로 생존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고, 세력균형의 보편성, 국가 간 거래에서 상대적 이익이 갖는 중요성 등은 여전히 국제정치의 주요 관심사로 남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의 새로운 번역은 국내 정치학 연구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저 : 케네스 월츠 (Kenneth Waltz)
캘리포니아 대학(버클리소재) 석좌교수 겸 컬럼비아 대학 정치학과 교수, 미국 정치학과 교수, 미국 정치학회 회장,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특별회원을 역임하였으며, 2006년 미국 "포린 폴러시(Foreign Policy)"가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학교수"로도 뽑힌 바 있다. 국제 정치학 분야에서 현존하는 가장 저명한 학자 중 한 명이며, 신현실주의 또는 구조적 현실주의의 주창자로 평가받는다.
역 : 박건영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대학교(University of Colorado)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UNESCO-한국위원회, 학술논문상 수상, 2014, 수상작: “미중관계와 한반도의 통일: 전략적 상호주의”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코리아펠로우, 2005
한국국제정치학회 학술상 수상, 2000, 수상작: 『한반도의 국제정치』
가톨릭대학교 국제대학원장, 1999-2001
현)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