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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조직

저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저, 최파일  역
  • 가격

    30,000 원

  • 출간일

    2017년 07월 10일

  • 쪽수

    744

  • 판형

    신국판 (148*215)

  • ISBN

    9788964359334

  • 구매처 링크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전, 1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세계가 폭풍 전야의 위기감에 휩싸인 1930년대 러셀은 『자유와 조직』을 집필했다. 전쟁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급박한 시기에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역사서를 쓴 것이 의아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러셀이 이 책을 쓴 이유는 1차 세계대전을 불러온 숨겨진 원인을 밝혀냄으로써 다가오는 전쟁을 막고,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러셀은 전쟁이라는 강요된 미래를 막아내기 위해 역사를 선택한 것이다.

 

러셀은 이 책 서두에서 역사는 과학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왜곡과 누락을 통해서만 과학이 되고, 법칙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러셀은 역사를 필연적 사건의 인과관계로 이해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과 우연의 연쇄로 흘러가는 거대한 흐름으로 이해한다. 러셀의 목표는 자신만의 역사적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대전이라는 예견된 재앙의 뿌리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통해 러셀은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현재를 정당화하고 지금 시점에 맞추어 과거를 독해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러셀은 역사를 현재의 원인이자 뿌리로서 이해하고, 현재 중심이 아닌 당시의 관점으로 역사적 사실에 접근한다. 80년 전에 쓰였음에도 러셀의 분석이 그 날카로움이 무뎌지지 않고 생생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결국 러셀에게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기에, 러셀은 미래를 위해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실천적 방법으로 역사를 선택한 것이다.

 

헤겔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헤겔의 말처럼 역사는 반복된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 러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구는 1차 세계대전을 겪은 지 20여년 만에2차 세계대전을 치름으로써 다시 한 번 헤겔의 경구를 증명하고 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번 반복된 역사는 몇 번이고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1차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음주 운전자가 사고를 바라지 않듯이 어느 정부도 전쟁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평화보다 여러 가지의 국가적 이익을 더 크게 바랐다. 누구 탓이냐고 묻는 것은 교통 법규가 없는 시골의 교통사고에서 누구 잘못인지를 묻는 꼴이다. 국제 정부의 부재로 각 나라는 자신들의 명분의 궁극적 심판자였고, 그 때문에 지금도 세계대전의 발생은 이따금 거의 확실한 일이나 다름없다.”


러셀의 불길한 예언은 결국 현실로 이뤄졌고, 세계는 탐욕스런 국가들의 브레이크 없는 충돌로 더 큰 희생을 치렀다. 전후 세계는 또 다른 세계대전을 방지하기 위해 UN을 창설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다시금 스트롱맨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반도가 있다.

 

비스마르크가 홀슈타인 지방을 이용해 전쟁을 일으키고 독일을 통일한 것처럼, 이에 자극받은 열강이 발칸 반도를 둘러싼 합종연횡 끝에 마침내 세계대전의 방아쇠를 당긴 것처럼 북한 문제는 21세기 열강들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러셀에게 19세기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급박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이었던 것처럼, 『자유와 조직』은 열강들의 최전선에 놓인 한국 독자들에게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을 전해줄 것이다.

 

 

1814- 1914, 자유의 함성은 어떻게 전쟁의 비명이 되었는가?

 

러셀은 이 책에서 나폴레옹이 몰락하고 빈 회의가 열린 1814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 백 년의 역사를 서술한다. 19세기 유럽과 미국의 역사는 한국 독자에게 일종의 맹점과도 같았다. 근대가 완성된 매우 중요한 시기임에도 나폴레옹과 1차 세계대전이라는 커다란 사건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러셀은 19세기를 현재의 세계를 만든 결정적 백 년으로 이해한다. 러셀은 19세기를 자유와 이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출발했으나 세계대전이라는 초유의 실패로 귀결되고 만 아이러니의 시대로 설명한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러셀은 ‘자유’와 ‘조직’을 19세기의 키워드로 선택해서 19세기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돕고자 한다.

 

현대의 유럽과 미국의 기반이 완성된 백 년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책은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나폴레옹을 물리친 유럽 열강이 빈 회의에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재편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러셀은 빈 체제에 대해서 수구반동적이었으며 지역별로 엄청난 폭압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30년 넘게 큰 전쟁 없이 평화를 지속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후에 벌어질 세계대전을 생각했을 때 이때 열강이 국제적 협조를 통해 이룬 평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런 빈 체제 역시 결국 1948년 혁명을 기점으로 서서히 무너지게 되는데, 러셀은 이 원동력으로 19세기의 가장 중요한 흐름인 ‘자유’를 꼽고, 그 태동을 설명한다.

 

2부에서는 영국의 산업혁명과 정치사상을 다룬다. 러셀은 그 자신이 명문 휘그 출신인 점을 십분 발휘해 산업혁명과 이에 대응하는 토리와 휘그의 정치적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를 통해 휘그로 대변되는 정치적 집단과 새로운 산업 자본가 세력이 ‘자유’를 매개로 어떻게 영국을 이끌어갔는지 설명한다. 한편으로는 낭만적이었던 ‘자유’의 개념이 공리주의자들의 ‘정치적 자유’와 자본가들의 ‘경제적 자유’로 분화하는 과정을 통해 이후 벌어질 갈등과 충돌을 예견한다. 또 이후 세계를 격동시킬 공산주의의 탄생을 그리면서 마르크스의 삶과 사상을 연결해 사상적 비평을 시도한다.

 

3부에서는 장소를 미국으로 옮겨 ‘자유에 바쳐진 국가’ 미국의 격동을 다룬다. 제퍼슨과 해밀턴의 대립을 통해 미국의 탄생에서부터 숨겨진 모순을 조명한다. 연방주의를 둘러싼 이 모순은 결국 점점 심화되어 마침내 노예제를 매개로 폭발한다. 러셀은 노예제로 분열된 미국이 링컨을 통해 극적으로 통합되는 변혁의 역사를 그려내는 동시에 ‘정치적 자유’의 공방 저편에서 벌어지는 조직의 성장을 함께 추적한다. ‘경제적 자유’로 인해 방기된 미국 자본주의는 독과점 시대를 만들고 독점가를 탄생시킨다. 그에 따라 점차 경제적 자유가 정치적 자유를 압도하는 미국의 자화상을 록펠러, 카네기, 모건을 통해 그려낸다.

 

4부에서는 폭풍 전야의 유럽이 다시 등장한다. 빈 체제의 붕괴 이후 국제적 협조 체제의 공백을 틈타 후발주자인 독일이 급성장한다. 프로이센의 수상이 된 비스마르크는 능수능란한 외교와 기만책으로 숙적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마침내 독일을 통일하고 본격적인 열강의 시대를 연다. 이때부터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인 열강의 이합집산이 이뤄지면서 열강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시작된다. 대규모 국민과 병력 동원이 가능해졌고 세계에 대한 식민지 제국주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동시에 경제 분야에서도 독일로 대표되는 ‘조직’의 강점이 빛을 달하면서 ‘자유’를 압도하기 시작한다. 러셀은 유럽의 열강이 원치 않으면서도 스스로 세계대전의 포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정치적 사건의 전개를 흥미진진하게 서술해나간다.

 

 

세기의 지성이 보여주는 통찰력, 러셀의 진면목을 만나다

 

러셀은 19세기의 유럽과 미국 역사를 다루면서 수많은 변곡점과 그 과정에서 명멸한 개인들의 삶과 역할을 유려한 필체로 일필휘지로 정리해나간다. 유럽에서 미국까지, 사적인 이야기에서 역사를 좌지우지한 거대 이데올로기까지 광범위한 주제와 분야를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직조해내는 러셀의 솜씨는 감탄을 자아낸다.

 

러셀의 역사 해석의 장점은 대가만이 할 수 있는 총체적 시선으로 편지와 대화와 같은 사적인 삶에서 역사를 바꾼 이데올로기까지 바라본다는 점이다. 수많은 인물들의 개인적 성격과 배경, 그리고 다시금 그들이 가속화시킨 사건과 사상, 그리고 역사의 흐름까지 러셀은 역사적 인물을 통해 시대상을 보여주고 시대를 통해 위인들의 역할을 강조한다.때론 위트와 함께, 때론 시니컬한 비판과 조롱을 곁들여서 수천 가지 갈래의 이야기들을 분류하고, 묶어가면서 들려준다. 어려운 시대에 무거운 사명감으로 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책 곳곳에는 러셀 특유의 위트와 촌철살인의 풍자가 넘쳐난다.

 

사건과 인물, 사상이 얽히고 설킨 19세기의 총체적 면모를 과도한 단순화와 이론화를 경계하면서도 자유라는 척력이 어떻게 조직의 인력에 사로잡히게 되었는지 그 역사의 아이러니를 러셀 특유의 매력적인 문체로 서술한다. 20세기의 지성이라고 불리는 러셀의 통찰력과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된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대국굴기, 일본의 평화헌법 무력화, 북한의 핵무장으로 기존의 북한-중국-러시아, 한국-일본-미국으로 이어지던 대립은 이익에 따라 심화되는 동시에 재편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지지하고, 위협을 느낀 한국의 사드 배치에 격렬히 반발한다. 북한은 끊임없이 미사일 도발이라는 위태로운 줄타기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을 받고자 한다.

 

위태롭던 유럽의 정세는 1914년 폭발하고 만다. 그렇다면 백 년이 지난 2017년의 동아시아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자유와 조직』은 서구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스트롱맨의 시대에 요동치는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한국은 어떻게 이를 헤쳐 나갈 수 있는지 답을 얻고자하는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될 것이다.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의 최갑수 교수가 직접 해제를 써서 책이 쓰인 1934년 이후의 역사학계의 견해를 보완하고 이 책이 가진 의의를 평가했다.

 

*

 

“1914년 전쟁을 낳은 동일한 원인들은 지금도 작동하고 있으며, 투자와 원자재의 국제적 통제로 저지되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 동일한 결과를 훨씬 더 큰 규모로 초래할 것이다. 문명사회 인류를 집단 자멸에서 구하는 길은 평화주의의 정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제 조직을 통해서 가능하다.”

 

저 :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B.A.W. 러셀
20세기 최고의 지성,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여성 성해방 운동가, 전투적 평화주의자, 철학ㆍ수학ㆍ과학ㆍ교육ㆍ정치ㆍ예술과 종교를 아우르는 전방위 문학가로서 19세기 전반에 비롯된 기호논리학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인 러셀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20세기 지식인 가운데 가장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사람으로로 철학, 수학, 과학, 역사, 교육, 윤리학, 사회학, 정치학 분야에서 40권 이상의 책을 쉬지 않고 출간할 정도로 왕성한 지식욕을 가진 인물이었다. 

1872년, 제국주의 영국의 수상을 두 차례나 역임한 존 러셀 경의 손자로 태어난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이 가진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행동으로써, 글로써 시대의 진실을 알린 저항하는 지식인의 전형이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그 대학의 강사가 되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 중 반전운동(反戰運動)에 참여한 것이 화근이 되어 사직했고, 1918년에는 6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후 유럽 및 러시아와 미국 등을 방문하여 대학의 강의를 맡기도 했으나 주로 저술활동에만 전념했다. 

그의 탁월함은 자신의 지능을 최대한 사용하는 놀라운 능력(그는 하루에 거의 고칠 필요가 없는 3,000 단어 분량의 글을 썼다고한다)과 기억력이 밑받침 되었지만 그의 활동력의 원천은 심오한 휴머니즘적 감수성이었다. 그의 사상은 분리된 두 개의 주제를 갖고 있었다. 그 하나는 절대 확실한 지식의 탐구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이었다. 전자는 그의 스승이며 협력자였던 화이트 헤드와의 공저 "수학원리"로 결실을 맺어 현대의 기호논리학과 분석철학의 기초를 이루었다. 이 책은 수학적 대상을 실재라고 간주하여 논리에 의해 기초를 세우고 수학을 논리로부터 도출하려는 그의 시도를 담고 있었다.

철학자로서의 그의 업적은 특히 이론철학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그는 무어, 비트겐슈타인 등과 더불어 케임브리지 학파의 일원으로 19세기 말부터 영국에서 유력한 학설이었던 관념론에 대한 실재론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그는 곧 헤겔학파, A.마이농 등 당대의 철학 흐름 변화를 따라 자신의 사상을 조금씩 발전시켰으며 신실재론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는 인식론과 존재론을 사상의 소재로 활용했으며 영국 고유의 경험론을 그 바탕에 깔고 있었다. 그의 사상은 빈학파나 논리적 실증주의를 중시하는 철학자 및 논리학자에게 자극을 주게 된다. 논리학자로서의 러셀은 프레게의 업적을 계승했으며, 페아노와 쿠츨러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지며 데데킨트와 칸토어 등의 현대수학의 성과를 근거로 19세기 전반에 비롯된 기호논리학을 집대성했다.

현실 사회에 대한 진솔한 관심과 스스로가 자유로운 무정부주의, 좌파, 회의적 무신론적 기질이라고 불렀던 그의 성향은 제1차 세계대전 때에는 평화주의자로,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핵 무장 반대자로서 사회변혁운동에서 일관성 있게 표현되었으며 195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1979년 웨일즈에서 사망할 때까지 문필가, 철학자, 무정부주의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외계의 지식』,『철학이란 무엇인가』,『서양 철학사』,『사회개조의 제원리』, 『심리분석』, 『서양철학사』, 『물질의 분석』, 『의미와 진실의 탐구』, 『수리철학 서설』 등이 있으며, 특히 1950년에는 『철학에 있어서의 과학적 방법』, 『자유와 조직』, 『권위와 개인』 등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역 : 최파일

서울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과 서양사학을 전공했다. 바른번역에서 번역을 공부했고, 역사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의 좋은 책들을 소개하려는 뜻을 품고 있다. 축구와 셜록 홈스의 열렬한 팬이며 제1차 세계대전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마오의 대기근>, <내추럴 히스토리>, <제1차세계대전>, <인류의 대항해>, <시계와 문명>, <아마존>, <근대 전쟁의 탄생>,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십자가 초승달 동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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