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20세기 인간의 불평등을 옹호한 숱한 이론들에 대한 비판서-과학과 사회에 대한 성찰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굴드는 IQ, 우생학, 골상학, 두개계측학 속에 들어 있는 인종, 계급,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분석하고, 이 주제들의 역사적 뿌리를 들추어낸다. 인종차별주의, 미국의 이민제한법, IQ 테스트의 이념적 허구들은 생물학적 결정론이 사회적 무기로서 갖는 잠재적인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바로미터이다. 따라서 이 책은 시대의 조류에 편승해서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생물학적 결정론의 역사에 얽힌 많은 자료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과학 이론, 역사, 철학, 사회, 문화를 모두 다루어내면서 수많은 개념과 관점들의 대비, 다의적(多義的) 비유 등으로 생물학의 핵심적인 개념들을 극적으로 대비시켜낸다.
과학자의 ‘방법’과 역사가의 ‘관심’을 하나로 묶는 굴드 특유의 글쓰기 방식은, 20세기 인간의 불평등을 옹호한 생물학적 결정론의 숱한 오류의 역사를 밝혀낸 이 연대기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우리는 굴드의 꼼꼼한 분석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엄밀한 과학이라는 외피에 싸여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생물학적 결정론의 주장을 교묘하게 변형시킨 숱한 이론들을 만나게 된다. 결국 굴드는 우리에게 과학과 사회는 분리될 수 없으며, 어느 한쪽에 대한 성찰이 아닌 양자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만 온전한 상(像)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출판사 서평
"빈곤의 비참함이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제도에 의해 비롯되었다면,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의 노예제에 대한 장에서 인용한 말입니다.
‘찰스 다윈 이후 가장 잘 알려진 생물학자’라고 불리는 20세기 최고의 석학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인간에 대한 오해』는, 생물학적 결정론이 사회적 편견의 발로라는 사실을 폭로한 탁월한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하나의 실체로 지능을 추상화하여 뇌 속에 지능의 위치를 부여하고 하나의 수치로 각 개인의 지능을 정량화해서, 억압받고 불리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인종, 계급 또는 성별에 의해-선천적으로 열등하며 그런 지위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잘못된 척도에 대한 비판인 셈이지요.
생물학적 결정론자들은 인종과 민족 집단의 선천적 능력에 관한 자료를 만들어내 노예제도와 이민 쿼터제를 유지하는 맹목적이자 파괴적인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생물학적 결정론이 되풀이해서 부상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열등하다고 판정받은 ‘타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타자’가 온당한 지위를 상실하고, 다시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얻는 것이 불공평한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선천적인 부적절에서 야기되었다는 과학적인 결론으로 정당화될 수 있었던 슬픈 역사의 흔적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IQ 테스트가 가져온 두려운 결과는 이후 역사에 의해 현실화되었습니다. 신체 측정이 19세기의 과학적 인종차별주의가 고안해서 간신히 성공을 거둔 조잡한 장치였듯이, 지능 테스트라는 좀더 정교화된 기술도 외부에서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파악하기 힘든 내부를 측정하는 20세기 인간의 불평등을 옹호한 주장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비네가 만든 IQ 제도의 취지가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단일하고 서열화할 수 있는 선천적인 이론으로 변질되었던 것이지요.
순수한 백인의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인디언 학살, 노예제가 정당했던 나라가 있습니다. 1930년대 유대 난민들이 대량학살을 피해 미국에 거주하려 했을 때 받아들이지 않았던 나라. 우리는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었던 그 유대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세계를 단 한 차례 지날 뿐이다. 비극 중에서도 생명의 성장을 저지하는 것만큼 비참한 비극은 없다. 또한 불공평 중에서도 내부에 있다고 잘못 인식되어 외부에서 부과된 한계에 의해 노력할 기회나 희망을 가질 기회조차 부정되는 것만큼 심각한 불공평은 없다.”
사상이란 총이나 폭탄과 마찬가지로 파괴에 이르는 확실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이 책 『인간에 대한 오해』에서 발견하게 됩니다.-편집자의 말-
저 : 스티븐 제이 굴드 (Steven Jay Gould)
전형적인 68세대인 굴드는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1941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1963년에 안티오크 대학 지질학과를 졸업했고, 1967년에 컬럼비아 대학에서 고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해부터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으며, 2002년 작고할 때까지 하버드 대학 지질학 및 동물학 교수로 재직했다. 말년에는 뉴욕 대학에 교환 교수로 있으면서 생물학과 진화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70년대 중반 케임브리지 보스턴을 중심으로 급진적인 성향의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전국조직 ‘민중을 위한 과학(Science for the people)’에 참여했으며, 작고할 때까지 진보적인 생물학자들의 비영리단체인 ‘책임 있는 유전학을 위한 회의(Council for Responsible Genetics)’의 자문위원직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