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이웃집 아저씨 같은 털털한 외모와 구수한 말투, 무장된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려 하기보다는 쉽고도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으로 대중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토론을 주도하는 화법.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 노회찬의 화법은 ‘노회찬 어록’이라고 이름 붙여져 대한민국 ‘그들만의’ 정치를 ‘우리의’ 정치로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노회찬 어록’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책 『힘내라 진달래』가 출간되었다. 2004년 1월 5일부터 3월 31일까지 기록한 이 일기는 결코 수월하지 않은 노회찬의 총선 대장정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다. 매일 매일 일기를 써가면서 하루를 반성하고 내일을 모색하는 일기로서의 가치에 덧붙여 그의 진솔한 고백들을 통해 우리는 이념이나 주장이 아닌, 개인 노회찬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월 이제 시작이다
-1월 5일부터 1월 31일까지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달고 다니는 배지.
그것은 바로 당에 대한 사랑이다. 민주노동당원이라는 자부심이다. 민주노동당을 알려내겠다는 의지이다. 민주노동당원임을 커밍아웃하는 용기이다.
나는 민주노동당원이다.
나에게 물어보라.
나는 항상 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당원들에게 이제까지 당은 배지 하나만을 달아줬을 뿐이다.
2월 봄이 발치까지 와 있다
-2월 1일부터 2월 29일까지
이틀째 계속되는 포근한 날씨. 봄이 발치까지 와 있다. 겨울의 산발적인 저항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봄은 곧 대세를 이룰 것이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봄이 왔다고 할 때는 이미 와 있는 봄을 뒤늦게 발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회지에선 특히 그렇다. 자연과 그만큼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철 잃은 산딸기의 짙은 연두 잎이 흰눈 속에서 잠겨 있고 고고한 매화정도나 칼바람을 즐기는 얼어붙은 대지 위에서도 뭇나무들은 쉼 없이 봄을 준비하고 있다.
3월 D-Day를 세다
-3월 1일부터 5일까지, 3월 15일부터 31일까지
콩나물머리만한 새싹을 틔우기까지 해바라기 씨앗은 땅속에서 4주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 고개를 내민 해바라기 새싹은 하룻밤에 10센티미터까지도 성장하면서 여름을 준비한다.
민주노동당은 땅속에서 이미 4년을 보냈다. 하룻밤에 10미터씩 성장하는 무르익는 봄도 멀지 않았다.
새벽 한 시 당사를 나서니 여의도 윤중제 벚나무 꽃망울들은 D-3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저 : 노회찬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기고 재학시절, 유신독재반대 박정희 타도 유인물 제작 살포로 반독재민주화 운동을 시작 했으며, 1979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용접일을 배워 서울, 부천, 인천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1987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인민노련) 창립을 주도했고,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조직화하는 데 큰 이정표를 남겼다. 1989년 인민 노련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검거되어 2년여를 감옥에서 보냈다. 1992년 이후 합법적 정치세력화를 꿈꾸며 진보정당운동을 시작해, 한평생 진보정치의 길을 걸으며 노동 자·농민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진보정당 추진위원회 및 진보정치연합 대표, 민주노동당 부대표 및 사무총장, 매일노동뉴스 발행인, 진보신당 대표,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정의당 원내대표 등을 역임했다. 의정활동 동안 철저한 자료조사, 통쾌한 재치와 비유, 일하는 민중에 기반한 입법과 정책실천 등을 통해 많은 이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힘내라 진달래』,『노회찬과 함께 읽는 조선왕조실록』,『노회찬과 삼성X파일』,『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우리가 꿈꾸는 나라』등이 있다. 2018년 7월 23일 영면했다. 같은 해 12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