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요약
전태일의 노동해방, 인간해방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 제정된 ‘전태일문학상’이 2022년 올해로 30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이 17회를 맞았다. 제30회 전태일문학상은 162명이 651편의 시를, 91명이 117편의 소설을, 43명이 55편의 생활글을, 8명이 10편의 르포를 응모하였고, 제17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84명이 266편의 시를, 113명이 114편의 산문을, 6명이 6편의 독후감을 응모하였다.
시 부문 당선작은 “이웃들의 멍든 자리를 닦으려 하는 마음과 삶에 밀착해 있는 구체적인 시어들”을 통해 “메울 수 없는 가난의 구멍과 그곳에 몰려드는 슬픔을 직시”한 박수봉의 「영등포」외 3편이고, 소설 부문 당선작은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하는 청년의 시선으로 노동자의 현실을 포착한” 김은진의 「한여름 낮의 꿈」이다. “아름답고도 쓸쓸한, 절망 속에서도 끝내 체념하지는 않는 청년 노동자의 내면이” 잘 담겨 있다는 평을 받았다. 생활글 부문은 “여성 노동자로서 차별을 받”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불리는 현실의 모습을 잘 보여” 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아픔”을 기록한 강정민의 「명절 선물 세트」가, 르포 부문은 구미 (주)KEC 노동자들이 민주노동조합을 지켜 내기 위한 시간을 기록한 손소희의 「공장의 담벼락을 허문 연대의 시간」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출판사 서평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
전태일의 노동해방, 인간해방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 제정된 ‘전태일문학상’이 2022년 올해로 30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이 17회를 맞았다. 제30회 전태일문학상은 162명이 651편의 시를, 91명이 117편의 소설을, 43명이 55편의 생활글을, 8명이 10편의 르포를 응모하였고, 제17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84명이 266편의 시를, 113명이 114편의 산문을, 6명이 6편의 독후감을 응모하였다.
시 부문 당선작은 박수봉의 「영등포」외 3편이다. 「영등포」는 “이웃들의 멍든 자리를 닦으려 하는 마음과 삶에 밀착해 있는 구체적인 시어들”을 통해 “메울 수 없는 가난의 구멍과 그곳에 몰려드는 슬픔을 직시하”고 있다. 소설 부문 당선작은 김은진의 「한여름 낮의 꿈」이다.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하는 청년의 시선으로 노동자의 현실을 포착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디테일의 측면에서나 인물과 서사의 형상화 측면에서나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추고 있”으며 “아름답고도 쓸쓸한, 절망 속에서도 끝내 체념하지는 않는 청년 노동자의 내면이” 잘 담긴 작품이다. 생활글 부문은 강정민의 「명절 선물 세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아픔”을 기록한 이 작품은 “여성 노동자로서 차별을 받”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불리는 현실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르포 부문 당선작은 손소희의 「공장의 담벼락을 허문 연대의 시간」으로, 구미 (주)KEC 노동자들이 민주노동조합을 지켜 내기 위한 시간을 기록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현장의 노동 문제를 다루며 문제에 맞서 주체적으로 싸워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노동자들의 노력에 공감과 연대의 시선”을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전태일문학상은 “세련되게 잘 꾸민 글보다는 일하는 사람들이 깨끗한 우리말로 쓴 삶의 이야기를 기다”려 왔다. 올해는 “어느 심사 자리에 놓이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큼 뛰어난 작품”보다는 “전태일문학상이 아니면 주목받지 못할” 작품을 더 가치 있게 심사했다. 전태일문학상 제30회를 기점으로 운영위원회도 새로워졌다. 운영위원 구성을 새로이 하면서 운영위원회 규정을 정립하였고 전태일문학상·전태일청소년문학상 운영 규정도 개정하였다. 물론 겉모습의 변화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공장에서, 농촌에서, 학교에서, 각각의 삶터와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문학으로 담아낼지 또한 고민할 것이다.
전태일의 정신을 담아낸 제17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
제17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84명이 266편의 시를, 113명이 114편의 산문을, 6명이 6편의 독후감을 응모하였다. 시 부문은 “청소년기 특유의 감성을 그린 작품도 있었고, 사뭇 어른스러운 시도 눈에 띄었”다는 전체 평을, 산문 부문은 “다양한 환경의 각기 다른 인물을 보여 주었지만 노동해방, 인간해방으로 요약할 수 있는 전태일 정신을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는 평을 받았다. 독후감 부문은 청소년들이 『전태일평전』을 읽고 이를 글로 형상화하는 단계를 거치게 함으로써 “전태일의 삶을 알아 가고” 또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여름, 용접노동자가 1세제곱미터밖에 되지 않는 ‘철제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채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이야기했다. 52년 전, 봉제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하며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친 순간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노동 현실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이지만 전태일문학상과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책 속에서
영등포, 뒷골목의 보닛을 열어 보면
각종 슬픔이 벌레처럼 바글거렸다
시퍼런 산소 불로 구멍 난 삶을 때우다 보면
자꾸만 더 커져 가던 구멍
휑한 그곳으로 마구 몰려들던 어머니, 어머니
세상엔 메울 수 없는 구멍이 많다는 것도
나는 그때 알았어요
가슴이 터지도록 짐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저물던 하루, 어둠 속 샛강의 꼬리를 밟고 서면
강 건너 여의도 불빛이 뒤척였다
멀리서만 반짝이는 세상은
나에겐 건널 수 없는 슬픈 손짓이었다
- 15~16쪽, 박수봉, 「영등포」 중에서
컨베이어벨트가 내 심장 박동을 끌어올린다. 피가 돈다. 몸에 혈액들도 라인의 부속으로 느껴진다. 내 몸도 컨베이어벨트의 일부로 느껴진다. 몸의 내부로부터 세계의 내부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축의 구동을 느낀다. 축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속도는 더욱 가속화한다. 그 속도는 까무러치지 않을 정도의 경계를 유지하며, 내 노동과 울분을 길들인다. 몸의 한계가, 그 속도가 나를 점령한다. 나는 너에게 맞물려 구겨진다. 굴종한다. 나는 너다. 일체 당하는 희열. 이상한 웃음이 입 안에 고인다.
고깃덩어리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머리, 팔, 손, 다리, 발, 몸. 나는 도살된다. 해체된다.
분쇄되어 사라진 그들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그들이 ‘지금’ 라인 앞에 있다. 수많은 육체들이, 수많은 시간들이, 지나가고 쌓여 간다. 거대한 무덤으로, 그들이 여기 있다.
- 45쪽, 김은진, 「한여름 낮의 꿈」 중에서
화요일, 출근하니 상사가 불렀다. 집에 가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일이 이렇게 돼 의도하진 않았지만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소개해 준 지인에게도 미안하게 되었다고 전화했다고 했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내 남편 이야기를 꺼낸다.
“남편분에게도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들어요. 내 고향 친구 회사 후배인데…….”
이게 도대체 뭔 소리지?
“남편분이 내 욕을 많이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후려갈긴 느낌이다. 나한테 미안하면 되지 왜 얼굴도 본 적 없는 남편에게 미안하단 말을 할까? 얼굴 맞대고 일한 나는 아줌마니, 오늘 끝나면 다시 볼 일이 없고, 내 남편은 고향 친구의 회사 후배이기도 하니, 돌고 돌아 다시 만날지도 몰라서 더 껄끄럽다는 것인가? 그래서 나보다 내 남편의 생각이 더 걱정되고 눈치 보인다는 말인가. 이 상사의 인식 속에서 나라는 사람은 나 그 자체보다 자기 고향 친구의 회사 후배의 아내라는 점이 더 중요하고 신경 쓰이는구나. 헛웃음이 나왔다.
- 74~75쪽, 강정민, 「명절 선물 세트」 중에서
시와 가까워지기에 좋은 시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청소년기는 시를 읽고 쓰기에 좋은 때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시 부문에 응모된 작품들을 읽으며 그러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수상자들은 이번을 계기로 더 즐겁게 글을 쓸 수 있기를, 아쉽게도 낙선한 분들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더욱 시와 가까이 지내시기를 바란다.
- 326쪽, 제17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열사의 맑고 강인한 마음과 닮은 작품> 중에서
전태일의 삶이 그러했던 것처럼, 문학은 언제나 양지보다 음지에 눈을 맞추었다. 우리 청소년들도 빨리 가기보다는 좀 느려도 함께 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삶과 문학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전태일을 가장 아름답게 기억하는 방법은 우리가 그를 잊지 않음으로 제2, 제3의 전태일이 나오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일 터이다.
- 328쪽, 제17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 산문 부문 심사평
<양지보다 음지에 눈을 맞추는 문학> 중에서
차례
머리말 -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는 문학
시 부문 당선작
박수봉·영등포 외
수상 소감
소설 부문 당선작
김은진·한여름 낮의 꿈
수상 소감
생활글 부문 당선작
강정민·명절 선물 세트
수상 소감
르포 부문 당선작
손소희·공장의 담벼락을 허문 연대의 시간
수상 소감
제30회 전태일문학상 심사평
시 부문 - 이웃들의 멍든 자리를 닦는 마음
소설 부문 - 절망 속에서도 끝내 체념하지 않는 청년 노동자
생활글 부문 - 우직함과 힘이 함께한 작품
르포 부문 - 공감과 연대의 시선
제17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윤소영·개를 찾습니다
전태일재단 이사장상
시 부문 - 김서진·골동품 외
산문 부문 - 송채원·2022 돈키호테
독후감 부문 - 제갈선·사라지지 않을 것들에 대하여
경향신문사 사장상
시 부문 - 박윤영·좋아하는 일 외
산문 부문 - 오청은·불공평한 이별 236
독후감 부문 - 이채원·선구자 전태일 242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상
시 부문 - 김지윤·캐러멜 라이징 외 247
산문 부문 - 천예원·수취인 부재 255
독후감 부문 - 김경민·『전태일평전』 감상문 283
사회평론사 사장상
시 부문 - 최재원·옥탑의 난시 외 288
산문 부문 - 김민승·회색빛을 내는 바다 294
독후감 부문 - 이병하·『전태일평전』 독후감 319
제17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 심사평
전태일문학상 제정 취지
저 : 김은진
소설 부문 당선자
1977년 부산 양정 출생. 현재 사진 일을 하며 서울에 거주 중.
저 : 박수봉
시 부문 당선자
전북 장수 출생. 202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편안한 잠』 출간
저 : 강정민
생활글 부문 당선자
1971년 서울 출생. 2014~2018년 월간 『작은책』 글쓰기 모임 회장. 2015~2017년 오마이뉴스에 <부모님의 뒷모습> 연재.
저 : 손소희
르포 부문 당선자
1975년 광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람. 지금은 소성리에서 사드-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성주 주민으로 살고 있다. 노동자 편드는 글을 쓰고 싶어서 취재하고 기록한다. 함께 쓴 책으로 『들꽃, 공단에 피다』, 『나, 조선소 노동자』, 『회사가 사라졌다』, 『숨을 참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