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비상하는 용,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2015년 11월 30일, 중국 FTA 비준동의안이 협상 타결 1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중국과의 FTA가 발효될 예정이다.
같은 날 IMF(국제통화기금)는 중국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위안화는 세계 3대 기축통화로 부상하게 되었다.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들려온 두 가지 소식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중국과 중국 경제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밝힌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뉴스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이제는 서울 시내에서 중국말을 듣는 게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다. 명동, 홍대 등 주요 관광지는 ‘유커’를 유치하기 위한 중국어 입간판이 들어서고, 유커를 위한 호텔이 도심 곳곳에 지어지면서 서울의 상권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이 모든 게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과거에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세계의 공장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세계의 지갑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렇게 진격하는 거인, 중국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 이상 한국은 좋든 싫든 이미 팽창하는 거대한 중국경제권 안에 포함되어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사회평론에서 출간된 <완다:아시아 최고 부자의 경영 강의>는 부동산으로 시작해 문화, 관광, 레저를 총괄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 성장한 중국을 대표하는 완다그룹과 창업자 왕젠린을 최초로 한국에 소개한다. 왕젠린이 무일푼으로 완다를 창업해서 아시아 최고 부호에 오르기까지 성공스토리를 총 12번의 강연을 통해 직접 밝히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실패와 좌절까지 과감없이 공개하는 등 중국 시장에서 27년간 쌓아온 경험과 경영철학을 공개하고, 경제개방 이후 급속도로 변해온 중국 경제에 발맞춰 4차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완다의 성공비결을 소개한다.
완다의 성공비결, 개척시장을 독점하라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완다그룹은 중국의 주요 도시에 복합쇼핑공간인 완다플라자를 100개 넘게 건설한 세계 최대 부동산기업이자 호텔, 백화점, 영화, 리조트, 테마파크 등 디즈니를 위협하는 종합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 유명한 중국의 자산, 매출 1위 기업(국영기업 제외)이다.
중국의 핵심도시(1선도시)가 아닌 동북방의 다롄, 다롄에서도 작은 부동산 기업이었던 완다는 어떻게 중국 최고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완다>에서 왕젠린은 그 성공비결을 ‘1등밖에 없는 시장의 창출’로 꼽는다. 완다는 총 4차례의 구조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독점하는 전략을 통해 성장해왔다.
창업초기 완다는 남들이 꺼리는 판자촌을 고급주택으로 재개발해서 대성공을 거둔다. 막 시작된 경제개방으로 완화된 주택규제를 이용해 규격화된 공산주택에서 억눌려왔던 중국인들의 욕망을 정확히 공략한 것이었다.
성장의 기반을 닦은 완다는 지역기업에 만족하지 않고 광저우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진출한다. 사업영역 역시 기존의 주택용 부동산을 과감히 포기하고, 당시 중국에는 개념조차 없었던 상업용 부동산에 도전한다. 이로 인해 많은 반대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급격한 도시화와 소득 증대에도 불구하고 소비공간이 부족했던 중국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면서 완다를 정상으로 도약시킨다.
2000년대 중반부터 완다는 다시 영화, 관광, 레저, 스포츠로 사업영역을 바꾸기 시작한다. 단순한 문어발 확장이 아니라 빠르게 진화하는 중국 소비자의 문화에 대한 갈증을 가장 먼저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문화 소비 욕구가 바로 한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발 태풍의 발원지이다. 중국 시청자가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한국 프로그램과 연예인에 열광하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완다 역시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CJ CGV, 이랜드, 한국관광공사 등과 파트너십이 이뤄지고 있으며, 2016년 개장하는 연길의 완다플라자에는 ‘서울의 거리’라는 한류타운이 생길 예정이다. 왕젠린의 아들 왕쓰총이 한국 연예인들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협의 중이라는 뉴스 역시 단순한 가십이 아니라 완다의 문화 산업에 대한 투자의 일환이다.
최근에 전자상거래에 새롭게 진출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이다. 2015년 중국 광군제 세일을 통해 온라인에서만 16조의 매출이 발생한 것처럼 중국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감에 따라 소비자를 좇아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을 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완다>에서 왕젠린은 혁신은 IT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진정한 혁신은 아이디어나 기술력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완다가 경제개방 이후 짧은 시간에 압축성장 중인 중국 경제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주택에서 복합소비공간으로, 다시 문화산업으로 매번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온 것처럼 말이다.
완다를 알면 중국의 미래가 보인다
2015년 강연에서 왕젠린은 개척시장 독점 전략의 완성판이라고 할 만한 새로운 미래전략을 내놓는다. 2020년까지 중국 전역의 중소 도시에 500개가 넘는 완다플라자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특구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중국의 소비력을 내륙을 포함한 중국 전역으로 확장시켜서 13억 인구를 남김없이 완다의 소비자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거기에 완다플라자를 포털로 삼아 O2O시장까지 장악해서 중국대륙을 완다제국으로 통일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또한, 하버드대 강연에서는 완다를 초일류 다국적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왕젠린의 목표대로 최근 완다는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블랙홀처럼 해외의 부동산, 스포츠기업, 테마파크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중국의 완다에서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대국굴기를 꿈꾸며 점차 세계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의 국가전략과도 일치한다.
이처럼 완다의 성장과정과 성공전략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경제가 발전해왔던 방향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 ‘완다’를 아는 것은 하나의 기업에 대한 이해를 넘어 비상하는 용,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가름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되어줄 것이다.
“황하가 가로막아도 포기하지 않는다”
<완다>의 또 다른 매력은 완다의 창업자이자 경영자인 ‘중국 기업가들의 대부’ 왕젠린에게 나온다. 부자를 소탕하는 마오쩌둥의 홍군의 아들로 태어나 소년병과 늦깍이 창업가를 거쳐 슈퍼리치가 된 왕젠린의 파란만장한 삶을 왕젠린이 자신의 입으로 담담하게 들려준다.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다독가이자 서화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 왕젠린은 자신이 체득한 경영자에게 필요한 자질 그리고 경영철학을 직접 겪었던 경험과 고사와 비유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왕젠린이 말하는 경영자의 그릇은 인내와 큰 포부이다. 그리고 “황하가 가로막아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도전정신이다. 무슨 일이든 일단 시도해보라는 왕젠린의 말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이봐, 해봤어?”를 연상시킨다.
그와 동시에 왕젠린은 도전과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면서도 의욕만으로 성공을 이룰 수 없음을 가장 잘 아는 경영자이다. 그래서 27년 동안 한 기업의 리더로서 체득하고 깨달은 경험을 나누고, 궁극적으로 어떤 창업가가 성공하고, 어떤 조직을 가진 회사가 성장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경영 철학을 밝히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제도로 조직을 운영하라”는 냉정한 조언에서 “기업가의 목표는 단순히 자신만을 위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는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과 자세를 촉구하는 충고까지 이어진다.
이처럼 아시아 최고부자가 자신의 경험에 입각해 기업의 성공비결과 경영철학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완다>는 비즈니스맨, 특히 지금 이 순간 출발선에 선 창업가, 더 큰 기업으로 커나가려는 중소기업의 경영자, 큰 조직을 운용해야 하는 대기업의 관리자와 임원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이고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 : 왕젠린(王健林)
1992년 모두가 꺼려하는 빈민가의 주택건설을 맡아 대성공을 거두고, 1993년 광저우 진출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으로 사업범위를 넓히면서 전국 단위 기업으로 성장한다.
2000년대 정상의 위치에서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상업용 부동산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도전해 중국 전역에 100여 개가 넘는 복합쇼핑몰 완다플라자를 건설했다.
2004년부터는 다시 한 번 주력업종을 영화, 관광의 문화 산업으로 전환해서 백두산과 시솽반나 등에 복합리조트와 테마파크를 건설하고 50여 개가 넘는 5성급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현재 완다그룹은 자산 100조 원의 세계 최대 부동산 기업이자 디즈니를 위협하는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왕젠린 역시 아시아 최고 부자 1위에 등극했다.
완다그룹은 중국을 넘어 세계로 눈을 돌려 활발한 M&A와 해외투자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 1000억 달러의 세계 초일류 기업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에 진출을 선언해 기존 최대사업자인 알리바바를 긴장시키고 있다.
2005년,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중국경제 올해의 인물’(CCTV)로 선정되었으며, 2013년에는 ‘아시아 올해의 기업가’에, 2015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0인’(포브스)에 뽑혔다.
역 : 한수희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석사(한중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자본의 전략》(공역), 《월스트리트의 반격》(공역), 《스물아홉 장의 전당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