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번영할 것인가, 쇠퇴할 것인가!
성장 정체를 넘어 국가적 위기 앞에 놓인 대한민국에
새로운 성장과 발전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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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은 왜 헬조선으로 전락했는가?
대학생이 뽑은 2015년 최고의 유행어로 1위에 금수저가, 2위는 헬조선, 3위는 열정페이가 선정되었다. 모두 청년층의 절망감이 담긴 신조어들이다. 이 유행어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최근 블룸버그 미디어가 조사한 세계 400대 부호의 자수성가 비율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마크 쥬커버그 등 세계 10대 부호와 왕젠린, 마윈, 손정의 등 중국과 일본의 부자들은 모두 직접 창업을 해서 부를 쌓은 자수성가형이었다. 반면 400대 부호에 포함된 한국의 5명은 모두 상속을 통해 부를 이어받은 재벌 2세였다. ‘금수저, 흙수저’, ‘조물주 위에 건물주’, ‘갑질’과 같은 유행어의 이면에 부가 세습되고 점점 더 계층 이동이 사라지고 있는 현재 한국의 사회상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고통받는 이들이 비단 청년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년층은 과도한 주택대출과 자녀 사교육비에 허덕이고 있고, 노년층은 은퇴 후 노후보장의 불안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전 세대가 모두 끊임없는 사회적 경쟁에 노출된 결과, OECD 1위의 자살률이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좌절과 절망감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한국사회에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성장 패러다임의 종언, 새로운 대한민국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사회 붕괴라는 경고등에 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고 있는 처방은 과거와 동일하게 경제성장율을 높이는 것이다. 경제성장은 개발연대에는 만병통치약이었다. 이른바 성장 패러다임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경제성장률이라는 숫자에만 매달린 결과 생긴 파생물이다. 다시 말해, 성장 패러다임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아픔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에 불과했던 것이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강단과 시민단체, 행정까지 두루 섭렵한 강철규(전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초대 위원장)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강한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출간했다. 민주화와 산업화 시대를 모두 거친 사회 원로의 오랜 고민과 경험이 녹아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조직할 전환의 시기라고 진단 내리고, 현재의 위기에 대한 해법과 대한민국이 나아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시대를 제패했던 승자에게 배우는 번영의 조건
현재 우리사회가 처한 청년실업, 빈부격차, 부의 고착화, 사회갈등은 경제성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구조적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지금껏 발전을 경제성장과 등치시켜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발전에 대한 논의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오직 경제적 차원에서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이고 제한된 상태로 다루어져 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경제에 치우쳐진 논의에서 벗어나 발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한민국에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발전을 보다 큰 틀에서 기본가치의 실현으로 접근한다. 우선 사회 발전을 판단하는 기준을 자유, 생명, 신뢰, 재산권이라는 기본 가치의 실현이라고 정의 내리고 이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사회적 기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 기술’은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자동차 생산 기술이나 휴대폰을 만드는 기술 등과 같은 물리적 기술과 달리 사람 간의 게임 규칙인 제도와 이를 실행에 옮기는 조직 그리고 이것을 이끄는 리더십으로 구성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책에서는 ‘사회적 기술’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제도, 조직, 리더십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인류의 시작에서 현대까지, 그리고 동서양을 넘나들며 구체적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그리고 시대를 지배했던 강국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사회적 기술’을 위기에 빠진 한국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그 방안을 고민해본다.
사회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사회적 기술에 주목하라
강대국의 기틀을 만드는 법과 제도!
사회적 기술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는 제도이다. 이 책에서 성공 사례로 들고 있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잘 정비된 법과 제도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통합된 사회였다는 점이다. 저자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를 이룩했던 로마의 힘을 군사력이 아닌 시민권과 시대를 앞선 법에서 찾는다. 로마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나폴레옹이 광활한 영토를 획득한 것보다 더 자랑스러워했던 나폴레옹 법전과 산업혁명의 기틀을 마련한 마그나카르타까지 시대를 지배한 강자들에게는 뛰어난 법과 제도가 있었다.
저자는 전쟁과 전투에 의한 성공은 일시적이지만 법과 제도를 통한 성공은 영속적이라고 주장한다. 법과 제도는 개인에게서 권력이 주어졌을 때 우려되는 권력의 남용을 막고, 모든 이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향상시켜준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하면서 사회적·경제적 발전의 바탕이 된다.
또한 저자는 전국시대 법가의 성공과 몰락을 통해 비슷한 시기 발전했던 로마법과 전국시대 법가사상의 결정적 차이를 지적한다. 로마법이 권력에 대한 견제이자 사적 권력을 법으로 통제하는 것이었다면, 법가사상은 절대권력을 가진 군주의 통치술의 일환으로 존재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법가사상은 사회지도층에 지지를 받지 못하고 유가에 밀려 쇠퇴하게 된다. 이것이 동양이 서양에 비해 법적 전통이 약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열린 조직의 힘!
사회적 기술의 두 번째 요소는 조직이다. 조직은 그 중요성이 가장 간과되는 요소이나 제도를 실제로 구현하고 운용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특히, 중세의 작은 도시국가였던 베네치아의 성공은 오늘날 강대국 사이에 끼인 대한민국에 특히 많은 귀감이 된다. 바닷가에 세워진 베네치아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중세 국제무역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도시 전체가 작지만 강력한 하나의 조직으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장거리무역일수록 위험성과 불안요소가 컸다. 하지만 베네치아는 무역에 국운을 걸고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융합시켜 효율적이고 신속한 조직 체계를 구축하여 경쟁자들을 물리쳐나갔다. 또 상인으로서 ‘공정과 신의’를 무기로 표준 금화 제도, 외환 제도, 납기 지키기, 표준 도량형 등 공정한 무역 규범을 선도했으며, 당시 절대적이었던 종교의 벽을 넘어 로마 교황과 동로마, 그리고 이슬람과도 통상을 하며 외교적 유연함과 실용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또한 시민들은 모두가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을 꺼리지 않았다. 위로는 도제(Doge)에서부터 성직자, 예술가, 그리고 아래로 여성, 하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무역에 참여해서 ‘모두가 상인’이라는 칭송을 들었다. 이 역시 사회 전체가 시민들의 상업활동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불리함을 극복해낸 베네치아인들의 조직력은 선진국과 후진국의 사이에서 이익절벽에 처해 있는 한국의 현실에 더없이 소중한 사례가 되어줄 것이다.
신뢰와 법치가 가능한 리더십
법과 제도, 조직이 갖추어지더라도 뛰어난 리더십이 없으면 사회발전은 불가능하다.
세계적 석학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고대 마야문명의 사례를 통해 한 사회의 몰락에 리더십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얘기하며 리더십이 한 사회의 운명을 결정짓는 핵심요소임을 밝힌 바 있다.
이 책 역시 리더십으로 인한 국가의 몰락과 번영 두 가지 측면 모두를 역사적 사례를 통해서 추적한다. 저자는 로마를 쇠퇴하게 만든 카라칼라의 잘못된 선택, 대항해시대의 패권을 허무하게 내준 스페인의 무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분열된 국가를 통합해내는 링컨의 확고한 리더십을 대비하면서 사회적 기술의 구성요소로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도와 조직의 사회적 기술은 비전과 실천능력이 있는 리더십이 동반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역사적 사례로 홍콩과 싱가포르의 부패방지기구를 통해 ‘사회적 기술’의 구현에 지도자의 의지가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싱가포르의 경우, 부패를 담당하는 사법기구인 탐오조사국이 이미 존재했지만 그 활동이 미미했었다. 그러다 리콴유 수상의 인민행동당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는 부패방지법 제정과 탐오조사국에 힘을 실어주었고, 부패만연국이었던 싱가포르를 세계최고의 청렴국가로 만들었다.
성공사례와 함께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저자의 경험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의 부패 수준에 대한 아쉬움과 부패방지에 대한 제도와 조직, 그리고 리더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그토록 바라던 빈곤의 늪에서 벗어난 대한민국은 왜 불행한 사회가 되었는가?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모두가 불행한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희망을 공유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저자가 시대를 호령했던 강대국들의 역사적 사례를 보여주는 이유는 강한 나라의 특징을 통해 현재의 대한민국에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저자가 꼽는 강한 나라의 특징은 첫째, 활발한 신분 이동, 둘째, 권력에 대한 견제, 셋째 신뢰할 수 있는 사회이다. 고대 로마는 시민권을 통해서 신분 이동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이것이 역동적인 사회를 만들었다. 역사를 발전시킨 수많은 사회적 기술은 권력자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싸움을 통해 쟁취해낸 것이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처럼 권력의 분산은 역사 발전의 필수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마지막으로 신뢰는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 가치이다. 신뢰를 통해 인류는 공동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으며, 경제를 발전시킨 무역 역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활동이었다. 이 세 가지 특징은 저자가 발전의 기본가치로 제시했던 자유, 생명, 신뢰, 재산권의 실현과 일치한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던 이 기본 가치의 실현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나타났다. 개발시대 대한민국은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로 대표되는 역동적 사회였다. 그러나 오늘날 그런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부의 세습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뼈아프게 다가온다. 또 우리사회는 독재에서 민주화로 성공적인 이행을 하였지만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권력에 대한 견제가 미약하며 정치와 경제의 권력 집중도가 매우 높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산업화와 민주화, 경제위기 등 숱한 난제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강력한 동질감과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일어나는 국가에 대한 불신 확산, 진보·보수 갈등 심화, 빈부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은 우리의 경쟁력의 원천을 흔들고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저자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역시 이 4가지 기본 가치를 얼마나 실현하는가에 좌우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역사의 장대한 흐름 속에 들어 있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번영과 쇠퇴의 운명은 국가와 구성원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오늘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저 : 강철규
경제학자로 부의 공정한 분배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서울시립대에서 경제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해서 2011~2013년 우석대 총장을 지냈다.
교단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2002년에 초대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렸다.
경제성장이 곧 사회 발전이라는 기존의 통념에 의문을 느끼고 ‘사회적 기술’이라는 개념을 경제학 모델로 설명하고자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이 책에서는 발전을 새롭게 정의하고, 지향해야 할 네 가지 가치와 기준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무엇이 역사를 발전시키고 세상을 바꾸어 왔는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서로는 『소셜 테크노믹스』, 『우리 경제를 살리는 20가지 방법』, 『재벌: 성장의 주역인가, 탐욕의 화신인가』,『지력사회 & 지력기업』, 『재벌개혁의 경제학』, 『투명경영·공정경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