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지도를 읽는 지리학을 넘어 사람과 세상을 읽는 지리학으로
만약 우리를 둘러싼 공간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공간이 없는 인간의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리학에서 다루는 공간이라는 개념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인문지리학은 이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리학을 통해 인간 사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복잡한 기호와 지도를 분석하는 것이 지리학이라는 편견은 이제 그만 버려도 좋다.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인문지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인문지리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공간과 삶의 대화, 《인문지리학의 시선》
지리학은 우리 삶터의 문제이다. 공간이 없는 삶, 터전이 없는 삶은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지리학은 인간의 삶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삶과 지리를 함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학교 수업시간에 생겨난 지리학에 대한 편견들 때문이다. 지리 시간에 배우는 내용은 우리를 둘러싼 구체적인 삶이 빠진, 지나치게 추상화된 것들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인식 없이 이뤄지는 지리 수업은, 기호로 가득찬 복잡한 지도들만 끊임없이 등장하는 암기과목에 불과하다.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독자들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삶터를 지리적으로 읽고 교감하고자 집필되었다. 저자들은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에 이르기까지 지리학이 우리의 삶과 관련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12가지 다양한 주제,
한국의 인문지리학에 맞는 한국의 사례
책은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3장에서 다루고 있는 지도는 지리학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형적인(?) 소재이다. 하지만 《인문지리학의 시선》에서 지도는 지리교과서에 등장하는 지도와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고지도부터 근대 지도, GI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도의 종류를 소개하고, 어떤 필요에 의해 이렇게 다양한 지도가 만들어지는지 알려준다. 한편 지도가 지닌 진실과 거짓, 객관과 왜곡의 문제들을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문지리학적 관점 역시 전달한다.
또한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전공자들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소 독특한 견해들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4장에서는 일본의 환경 철학자 와쓰지 데스로우의 풍토론을 재미있게 소개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강력한 왕권을 표현한 산물이라는 우리의 상식과 좀 다른 견해가 도출된다. 사막형 인간은 불규칙한 사막의 지형과 단조로운 환경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오직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기하학적이고 질서 있는 경관으로서의 피라미드를 원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인문지리학 관련 저서가 대부분 외국책을 번역한 것이었던 데 반해, 이 책은 한국 저자들이 한국의 지리에 초점을 두고 집필하여 인문지리를 우리들의 구체적인 삶터로 끌어왔다. 전통 풍수지리 사상을 다룬 5장, 한국의 촌락지역을 해석한 6장, 한국 도시의 원형인 ‘읍성’을 분석한 7장이 그 대표적인 부분이다. 우리 공간을 우리 눈으로 보려 한 시도다.
보통사람이 재미있게 읽는 학술교재
인문지리학이라는 거대한 영역을 구조가 잘 짜인 이론에만 기대지 않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공저자 4명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문지리학은 크게 인문학적 전통과 사회과학적 전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두 전통에 모두 정통한 학자는 찾기 어렵다. 각각 인문학적 전통, 사회과학적 전통, 지리교육과 지리적 지식의 필요성 등에 관심을 갖고 있던 4명의 저자는 2002년 이후 함께 공부방을 운영해 오면서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관심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책을 집필하는 인연으로 발전하였다. 저자들은 각자 쓴 원고를 단순 조합하지 않고 최대한 융합하고자 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집필 부분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원고까지 함께 확인하며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갔다.
정성을 쏟은 끝에 탄생한 책이었기에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많은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책이 되었다. 인문지리학에 대한 폭넓은 개설을 의도했기에 지리학·지리교육과 학생들, 전국의 지리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인류학, 조경학, 역사학, 사회학 등을 전공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들까지도 참고하고 있다. 나아가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에 호기심을 가진 대중 독자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인문사회과학 전반의 최근 흐름과 지리학사에서 등장했던 주요 사상과 개념들을 구체적인 사례 속에서 담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가면서 지리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2005년 초판 발간 이후 개정2판 발간에 이르렀다. 변화된 내용은 추가하고 기존의 내용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두 차례 개정작업을 거쳤다. 지난 개정판이 전체적으로 내용을 대폭 수정한 데에 초점을 두었다면, 개정2판은 기존의 내용을 한 번 더 정제하여 내용 전달에 완벽을 기했다. 관련 지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바로잡으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외국의 낯선 사례는 꼭 필요한 곳에 한정하고, 사례의 대부분을 가급적 우리 주변에서 친숙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진, 그림, 지도로 대체하여 보다 더 한국적인 인문지리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하였다.
부분적으로 내용 보강도 이루어졌다. 8장에서는 장소 및 경관이 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의 전래 ‘명승’ 자원을 통해 추가로 보여주었고, 10장에서는 세계도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세계도시의 네트워크를 측정하는 최근 논의를 소개하였다. 11장에서는 중심지 이론을 소비자 입장에서 전개하는 방식과 중심지 계층 구조를 도출하는 색다른 방식을 안내하였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곳곳에 제시하였던 기존의 ‘읽기 자료’를 ‘참고 자료’로 바꾸어 명명하고, 필요에 따라 본문으로 편입시켜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든 반면, 현시대에 어울리지 않거나 당위성을 상실한 참고 자료는 삭제하거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였다. 또한 전면 컬러판으로 출간하여 다양한 그림, 지도, 사진들을 좀더 생생하게 참고할 수 있도록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