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천하의 기문으로 꼽히는 <장자>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책. 동양학의 대가 모로하시 데쓰지가 2년여에 걸쳐 잡지『대법륜』에 연재했던 원고들을 모아 엮었다. 저자는 동양 사상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장자>의 전체를 관통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은 옛날이야기처럼 친근하고 쉬운 <장자>와 원전에 근거한 정확한 <장자>의 두 가지 모습을 조화롭게 엮어내었다. 또한 공자와 노자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며 그들의 대립된 모습을 통해 동양 사상의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원전의 용어들에 대해서는 어원을 밝히면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성현과 학자, 내가 함께 읽는 『장자』
일반인들에게 동양철학은 관심의 대상이지만, 실제로 『논어』나 『장자』 같은 텍스트를 완독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초심자에게는 친절한 안내서가 절실한 형편이다. 고전은 혼자 읽어도 맛이 있지만, 훌륭한 안내자와 함께 한다면 두 사람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꼴이니 어찌 그윽해지지 않겠는가! 더구나 저자가 옛 성인이 남겨놓은 글로 나의 인생에 깨달음의 물길을 열어준다면 세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장자 이야기』는 동양학의 대석학인 모로하시 데쓰지가 들려주는 『장자』에 대한 해설서다. 이 책은 『장자』라는 텍스트를 단순히 강독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장자』 이곳저곳에서 관련 부분들을 찾아내고, 이것들을 묶어가며 자신의 ‘장자 이야기’를 풀어간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처럼 친근하고 쉬운 장자, 그러나 원전에 근거한 정확한 장자의 두 가지 모습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모습에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천하의 기문, 『장자』를 읽다
『장자』와 굴원(屈原)의 『이소(離騷)』,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는 중국의 3대 명문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장자』는 후대에 다시 나올 수 없는 문장으로 극찬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우화와 비유가 너무 자유분방하여 이해하기 힘든 천하의 기문(奇文)으로 손꼽힌다(“장자의 말은 바다와 같아서 끝이 없고, 걸림이 없어 자유분방하다”-사마천, “넓기는 바다 같으며, 변화무쌍하기는 용과 같은 천하의 기문이다”-소동파).
이런 『장자』의 가닥을 잡고, 저자의 말로 풀어내는 일은 날뛰는 천하의 명마를 길들이는 것에 견줄 만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모로하시 데쓰지가 『장자 이야기』를 펴낸 것은 그가 생각하는 동양사상의 두 뿌리가 유교와 도교에 있으며, 도교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자』의 독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공자, 노자, 석가』라는 동양사상 이야기를 펴낸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저자의 관심은 ‘인문학의 대중화’에 있다.
그래서 『장자 이야기』는 장자를 다루되, 장자만 다루지는 않는다. 많은 부분 공자와 노자의 이야기도 포함하고 있으며, 저자가 생각하는 동양사상의 대체를 짐작할 수 있도록 쓰여 있다. 이러한 구성에 저자의 정밀함과 깊이가 뒷받침되어 읽기 쉬운, 그러나 깊이 있는 또 하나의 ‘장자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다.
어쩌면 『장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장자 이야기』를 통해 노자와 장자, 공자와 맹자가 논쟁하던 그 세계를 두드릴 만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말이다.
저 : 모로하시 데쓰지
1883년 일본 니가타현 출생. 어릴 때부터 서당 훈장이었던 부친에게 한학(漢學)을 배웠다. 도쿄고등사범학교 국어한문과를 졸업하고 교사로 일하다가 1919년 문부성 장학생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한자와 한학을 연구했다. 유학 시절 한자 사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귀국 후 다이슈칸서점(大修館書店) 스즈키 잇페이 사장의 제의로 1929년부터 사전 편찬에 착수, 1943년에 첫 권을 펴내고 1960년에 제13권을 펴냄으로써 『대한화사전』을 완간하였다. 사전 편찬 과정에서 눈을 혹사해 한쪽 눈의 시력을 잃기도 했으나, 각고의 노력 끝에 펴낸 『한화대사전』은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고 방대한 한자 사전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사전 편찬의 공로로 아사히朝日 문화상과 문화훈장을 수상했다. 1929년 도쿄대학에서「유학의 목적과 송유宋儒의 활동」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고쿠가쿠인대학 교수와 쓰루분카대학 학장을 지냈다. 1982년 100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역 : 조성진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한림대학교 부설 태동고전연구소에서 동양고전을 공부했다. 그후 편집자 생활을 거쳐 현재 동아시아 관련 서적을 번역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역서로『호감 가는 얼굴은 분명 따로 있다』『승자의 전략과 결단』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