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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규칙

저자
박종희  저
  • 가격

    23,000 원

  • 출간일

    2024년 09월 11일

  • 쪽수

    248쪽

  • 판형

    170*230

  • ISBN

    979-11-6707-162-0

  • 구매처 링크

세력권 질서 vs. 자유주의 국제질서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의 상실을 잊어버려야 할 것이며, 러시아의 근외(近外) 국가들은 크렘린에 대해 더 두려워하고 더 공손해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_그레이엄 앨리슨

 

많은 국제정치 논평가들은 미국의 영향력 쇠퇴는 다극질서의 부활이자 지정학의 귀환이며 이는 곧 세력권 질서의 부활이 되거나 또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세력권 질서란 강대국들이 각자의 군사적 영향력이 미치는 특정한 지리적 영역 내에서, 비강대국에 대한 통제와 타 강대국의 개입 배제를 기본 원칙으로 삼는 국제질서를 뜻한다.

이 책은 오늘날 자유주의 국제질서(국가들의 동의 또는 재가에 의해 등장한 규칙(rules)을 통해 국가 간 관계를 조직하고자 하는 국제질서 이념)가 직면한 도전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도전이 노화나 과잉팽창과 같은 내적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외적인 도전에 의한 것인지를 규명한다.


세력권 질서의 부활?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잘 알려진 그레이엄 앨리슨(G. Ellison)신세력권: 다른 강대국과 세계 공유하기”(The New Spheres of Influence: Sharing the Globe With Other Great Powers)라는 글에서 미국 중심의 단극질서가 끝나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강대국 경쟁이 분명해진 시점에 미국은 외교정책에서 이제 세력권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아사드의 잔혹 행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는 이제 그 누구도 군사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기정사실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국제정치에서 강대국들이 특정 지역의 비강대국들에 대해 행사하는 영향력이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음에도 미국의 외교정책 엘리트들은 세력권 개념을 극도로 경계해왔다고 비판한다.

또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으로 잘 알려진 존 미어샤이머(J. Mearsheimer)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장악하면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러시아가 그와 같은 군사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서방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흥미로운 점은 미어샤이머가 러시아 푸틴의 2014년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는 관점 역시 세력권논리에 철저히 기반해 있다는 것이다.

작금의 국제관계가 세력권 질서의 원리로 움직인다고 바라보면, 미어샤이머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미어샤이머가 보기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EU 가입, NATO 가입, 그리고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서방의 세 가지 정책 패키지는 푸틴을 자극한 자유주의적 망상들이다. 미어샤이머는 EUNATO의 우크라이나로의 확장은 그 어떤 강대국도 좌시할 수 없는 중대한 안보적 위협이었다고 설명한다.

앨리슨은 미국의 쇠퇴로 인해 국제질서가 이제 막 세력권 질서로 이행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미어샤이머는 국제관계가 항상 세력권 질서였고 미국만 이 사실을 외면했다고 본다는 점에서 둘 사이에 미세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결국 이들 모두 21세기 국제관계를 세력권 질서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는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세력권 질서 부활의 불편한 진실

세력권 질서의 부활에 대한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은, 세력권 질서의 부활을 주장하는 논평가들이 대부분 강대국 안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자국이 세력권 질서 안에서 다른 강대국에 의해 제약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과연 세력권 질서의 부활이 그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제안일 수 있을까? 만약 앨리슨이 미국 시민이 아니라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쏟아지는 키에프의 시민이었다면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의 상실을 잊어버려야 할 것이며, 러시아의 근외국가들은 크렘린에 대해 더 두려워하고 더 공손해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라는 충고를 자신의 국민들에게 말할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

 

그렇다면 국제질서란 무엇인가?

국제질서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Part I에서 제시한다. 20세기 이전까지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국제질서들은 대내적으로 위계적이고 대외적으로 배타적이었다는 의미에서 대부분 세력권 질서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제국, 패권, 식민지, 보호령, 봉신국, 신탁통치, 위성국가, 종주권, 공동통치, 그리고 조공관계가 그 예이다. 이들은 모두 국가 간 관계를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것으로 보고 위계적 질서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20세기에 등장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국제관계를 군사력이나 경제력과 같은 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합의된 규칙에 의해서 조직하고자 하는 이념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떠받쳐 온 대내적 요인: 개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

이 책의 Part II에서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떠받쳐 온 대내적 요인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핵심 국가에서 유지되어 온 개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살펴본다. 개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주제는 미국의 무역정치이다. 1934년에 통과된 상호무역협정법(RTAA)은 개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미국의 국내 정치에 굳건하게 자리 잡게 된 역사적 기점이자 제도적 기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스스로를 보호주의 대통령으로 자임하고 위임정치의 종식을 선언하면서 1934 체제는 중단되었다.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주도되는 세력권 질서

현재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안과 밖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개방이 초래한 사회적 충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유권자들의 불만으로 인해 개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으며 개방에 대한 거부감은 사회적·문화적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 안에서 급성장한 비자유주의 강대국 중국과 러시아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틀을 깨고 자국에 유리한 새로운 세력권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에 의한 세력권 질서 부활 시도가 특히 우려스러운 이유는 세력권 질서 구축을 주도하는 국가들이 권위주의 정권이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이미 확인된 바와 같이, 여론이나 법, 의회와 같은 민주적 제도의 견제를 받지 않는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주도하는 세력권 질서는 주변 국가와 그 국민들의 삶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20222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주도되는 세력권 질서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서막에 불과하다. 조지아, 홍콩, 예멘, 대만해협, 남중국해가 제2, 3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

저 : 박종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서 국제정치경제와 사회과학 방법론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산하 국제정치 데이터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세인트루이스)에서 무역보조금연구와 베이지안 방법론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시카고대학 정치학과에서 조교수로 부임하며 국제정치경제와 정치학 방법론을 가르쳤으며 미시간대학의 ICPSR(2008-2012 여름)에서 베이지안 방법론을 가르쳤다. 베이지안 전환점 모형에 대한 연구로 2010년 미국정치학회 방법론 분과 최우수논문상인 해롤드가즈넬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에는 MCMCpack으로 미국정치학회 방법론 분과가 수여하는 통계소프트웨어상을 수상하였 다.

주요 방법론 관련 저작으로는 “Bayesian Inference in Political Science” (The SAGE Handbook of Research Methods in Political Scienc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Detecting Structural Changes in Longitudinal Network Data” (Bayesian Analysis 2020), “Bayesian Approach to Multilayer Stochastic Block Model and Network Changepoint Detection” (Network Science 2017), “A Unified Method for Dynamic and Cross-Sectional Heterogeneity: Introducing Hidden Markov Panel Models”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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