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이하 ‘난처한 클래식 수업’)은 클래식 음악에 마음이 술렁여도 섣불리 다가가기엔 ‘난처했던’ 사람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 입문서다. 한국의 1세대 음악학자이자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대 작곡과 민은기 교수가 클래식 음악을 가장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번 8권에서는 러시아 대표 음악가 차이콥스키의 삶과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차이콥스키는 클래식과 친숙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인물이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발레’ 하면 그 이름이 절로 떠오를 만큼 발레 음악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뿐 아니라 교향곡, 협주곡,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걸작을 선보이며 예나 지금이나 사랑받는 작곡가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늘 듣는 이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하지만 우아한 발레리나의 발끝에 보이지 않는 눈물과 땀이 배어 있듯,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선율 또한 고통과 인내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차이콥스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의 입체적 음악과 정체성에 주목한다. 단순히 ‘러시아 대표 음악가’, ‘대중적인 클래식 작곡가’로 설명하기에는 다면적이고, 그만큼 상처가 많았던 한 인간의 생애를 조명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차이콥스키의 작품 세계를 더욱 넓고 깊게 만끽할 수 있으며 당시 사회상 역시 엿볼 수 있다.
더불어 8권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뒤를 이어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 등 혁명과 전쟁의 시대를 건너온 러시아 음악가들도 만날 수 있다. 역사의 질곡을 넘어 자신만의 음악을 빚어낸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러시아 클래식’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음악도 책으로 듣는다! 지식의 질은 높이고 배움의 문턱은 낮춘 <난처한 클래식 수업>의 여덟 번째 강의
★ 멀고도 가까운 나라, 러시아로의 여행! 이름은 낯설지만 귀에 익숙한 클래식 음악, 이젠 제대로 알고 ‘다시’ 듣자. 클래식 변방에서 꽃핀 환상의 선율, 차이콥스키를 만나다.
★ QR코드로 언제 어디서든 나만을 위한 클래식 강의가 펼쳐진다! 본문을 읽으면서 바로 듣는 116개의 음악 자료로 클래식을 더욱 생생하게 경험한다.
차이콥스키, 현실에 발을 딛고 영원한 동화를 꿈꾼 음악가
“‘첼레스타 뮈스텔’이라는 악기를 대신 꼭 구입해주세요. … 아무도 이 악기를 보지 못하도록 신경 써주세요. 누가 저보다 먼저 첼레스타의 엄청난 효과를 써버릴까 봐 걱정됩니다.” 1891년 6월, 차이콥스키는 지인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낸다. 발명된 지 얼마 안 된 악기를 최대한 빨리 구매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새로운 음향을 음악에 담아낼 수 있다는 설렘과 혹여라도 이 악기를 누가 먼저 활용할까 초조해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차이콥스키의 대표작인 <호두까기 인형>은 이런 열정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한밤중 일어난 신비한 일을 다채로운 안무와 환상적인 연출로 풀어낸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인기 공연이다. 그중 극 전반을 끌어가는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은 그 선율 자체만으로도 사랑받는다.
그런데 환상의 축제를 이끄는 천상의 소리가 나오기까지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호두까기 인형>을 작곡할 당시 차이콥스키는 여동생을 하늘로 먼저 떠나보낸 직후로 불안감에 시달렸다. 작곡가가 가장 불행했을 때 엮어낸 선율이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것이다. 이처럼 차이콥스키의 생애와 작품, 그를 둘러싼 평가는 반전으로 가득하다. 차이콥스키는 차르의 대관식 행진곡 작곡을 맡을 정도로 러시아에서 가장 인정받는 음악가였을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까지 그 명성을 인정받으며 명예와 부를 모두 거머쥐었다. 그럼에도 예민한 성정을 타고난 탓에 신경 쇠약에 시달렸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평생 고민했다.
성공한 예술가라는 겉모습과 달리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 차이콥스키의 이중적인 모습은 분주한 삶을 살면서도 언제나 고독한 현대인의 초상과 중첩된다. 이처럼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그저 듣기 편한 ‘예쁜 음악’에 불과하다는 편견은 그의 삶을 아는 순간 깨진다. 불안 속에서도 창작을 포기하지 않은 그의 음악을 통해 우리 안의 외로움과 상처를 반추하며, 다시 위로받게 되는 것이다.
음악으로 읽는 시대
음악가의 삶을 알면 음악이 달리 보이듯 그 시대상을 읽으면 음악이 더 깊이 들린다. 차이콥스키의 삶을 알아갈수록 그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듯, 차이콥스키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면 음악의 또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차이콥스키가 살던 19세기 후반은 이른바 ‘민족주의 음악의 시대’다. 국가와 민족의 자긍심을 바탕으로 독립을 외쳤던 민족주의 시대, 이와 맞물려 민족 정체성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한 민족주의 음악은 차이콥스키에게도 중요한 과제였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문화예술의 중심은 서유럽이었고 러시아는 변방에 불과했다. 변방의 음악가들은 ‘나만의 음악, 우리 민족의 음악’을 선보이길 원했고 국가의 자연과 민속 음악, 신화 등은 좋은 소재였다. 차이콥스키 또한 러시아라는 나라의 정서와 자연 풍광 등을 선율로 표현하려 무던히 노력했다. 예컨대 그의 대표곡 <교향곡 1번>은 ‘겨울날의 몽상’이라는 표제와 함께 러시아의 겨울 풍경이 연상되도록 만들어졌다. 이런 러시아적인 특성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차이콥스키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짚으면서도 동시대 음악가들의 행보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민족 고유의 정서를 다양한 음악으로 표출한 노르웨이의 그리그, 체코의 스메타나부터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을 개척한 5인조 ‘막강한 소수’까지 19세기 후반 음악을 풍부하게 발전시킨 동시대 음악가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이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읽는 또 하나의 길잡이일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도 역사의 발전에 영향받았음을 이해하게 한다.
음악과 함께 시대를 읽는 시도는 19세기를 넘어 지금까지 이어진다. 오늘날 러시아 클래식 음악은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이 책은 가장 대중적인 러시아 음악가 차이콥스키를 만났다면 이어서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 등 러시아 후대 음악가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저자는 특히 이들의 삶과 작품 세계가 전쟁, 혁명과 맞닿으며 제각각 변화했다는 데 주목한다. 개인의 선택과 시대의 흐름이 얽히고설켜 전혀 다른 음악을 빚어낸 것이다. 이처럼 음악은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으로 마주할 때 끊임없이 다시 해석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치열했던 그 시대의 현실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그 출발점에서 이 책이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낯설지 않은” 클래식 음악을 위해
『난처한 클래식 수업』은 음악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클래식 입문서가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회평론 출판사와 민은기 교수가 만나 오랜 준비 끝에 2018년 말 첫선을 보인 시리즈다. 클래식 음악 전문가가 강의 형식으로 들려주는 『난처한 클래식 수업』은 기초가 되는 음악적 개념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설명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다. 시공간과 장르를 넘나들며 차근차근 클래식의 세계로 향하는 가장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술술 읽히는 클래식 수업서”, “음악과 담을 쌓은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떠먹여 주는 친절한 클래식 입문서”라는 호평 속에 입문자를 위한 ‘바이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서울대 작곡과 최초의 여성 교수인 민은기 교수는 한국 1세대 음악학자이기도 하지만, 숱한 대중 강연과 저작 활동을 통해 대학 바깥에서도 사람들을 만나온 사회적 지식인이기도 하다. 민은기 교수만큼 클래식이라는 멋진 세계를 소개하고 싶어 다방면으로 노력했던 학자는 또 없을 것이다. “클래식은 꼭꼭 씹을수록 깊은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음악이에요.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들을 수 있습니다. 고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다른 것들이 으레 그렇듯 말입니다”. 저자는 1권을 시작할 당시 클래식이 중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클래식은 최고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결과물이며, 다시 올 수 없는 시대에 만들어진 우리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이다. 어차피 우리가 무언가 들으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라면, 유행을 타지 않는 고전이야말로 가장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 장르이지 않을까.
국내 기획 미술 교양서로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며 ‘난처한 시리즈’의 문을 연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가 그림과 설명을 한 면에 배치해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면, 『난처한 클래식 수업』은 독자가 직접 음악을 찾지 않아도 QR코드로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한다. ‘난처한 시리즈’만의 구성, 즉 교수가 강의하고 학생이 답하는 대화 형식은 일대일 과외를 받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하며, 곳곳에 배치된 일러스트레이터 강한의 감각적인 일러스트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문어체보다 구어체에 익숙하고 활자보다 이미지에 더 익숙한 세대를 고려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난처한 클래식 수업』 8권에서는 다양한 발레, 오페라 공연 실황 사진 자료를 통해 현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116개의 음악 링크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를 아우르는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선율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오히려 더욱 깊고 풍부하게 다가올 기회가 될 것이다.
저 : 민은기
서울대학교 작곡과에서 음악 이론을 전공하고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프랑스 음악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1995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이론 연구와 후학 양성에 집중해왔다.
프랑스혁명, 바로크 오페라 등의 주제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술과 번역에도 힘써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책을 가장 많이 낸 음악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등 여러 매체에 음악과 관련된 글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다섯 살부터 내내 숨 쉬듯 곁에 음악을 두고 살아왔다.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자 한국의 1세대 음악학자로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음악과 페미니즘』, 『Classics A to Z: 서양음악의 이해』, 『서양음악사: 피타고라스부터 재즈까지』, 『독재자의 노래: 그들은 어떻게 대중의 눈과 귀를 막았는가』, 『서양음악사』1~2,『대중음악의 이해』 외에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