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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와 미켈란젤로

저자
신준형  저
  • 가격

    22,000 원

  • 출간일

    2013년 12월 24일

  • 쪽수

    392

  • 판형

    153*225

  • ISBN

    9788964356876

  • 구매처 링크

종교개혁에서 가톨릭개혁까지, 미술은 왜 정치가 되었나? 

종교개혁은 천 년 넘게 서구의 보편(Catholic)으로 군림해온 한 종교의 체질을 바꾼 사건이다. 가톨릭 세계는 안에서 균열하기 시작했고, 미술 역시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미술의 힘은 오히려 강해졌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미술이 요구되었고, 미술가들은 그 요구에 충실하게 응했다. 이 시기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은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과 예술의 이상이 가장 교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2007년 출간된 『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가톨릭 개혁의 시각문화』의 개정판. 

루터와 미켈란젤로 

마르틴 루터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한 명은 종교가이고 한 명은 미술가이며, 한 명은 독일 비텐베르크에서, 한 명은 이탈리아 로마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초상화를 보더라도 한 명은 차분하고 냉정해 보이는 데 반해, 한 명은 격하고 불같은 성격을 감추지 못한다. 언뜻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 그런데 이들은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있었으며, 미술을 매개로 한 그물망에 엮여 있었다. 
루터와 미켈란젤로가 활동한 16세기는 서양 미술사에서 ‘전성기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다루어진다. 그리고 이 시기는 유럽을 휩쓴 종교개혁의 시기이기도 하다. 르네상스를 이야기할 때 휴머니즘 또는 인문주의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바로 신교와 구교 가톨릭 사이에 벌어진 종교투쟁이다. 미술사 역시 종교투쟁과 무관하지 않았다. 종교개혁을 대표하는 루터와, 그 반대편에 선 가톨릭교회의 녹을 먹고 살아간 미켈란젤로는 이런 맥락에서 함께 놓일 수 있다. 

종교투쟁의 키워드로 보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사 

1517년 독일의 루터가 촉발한 종교개혁은, 천 년 넘게 서구의 보편(Catholic)으로 군림해온 가톨릭 종교에 균열을 낸 사건이다. 중세 이래로 유럽에서 종교는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가치관 등 모든 것을 지배하는 강력한 토대였다. 따라서 종교개혁은 그저 신앙의 형태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 사회가 움직이는 방식과 사람들의 인식이 총체적으로 변화했다. 
미술도 타격을 입었다. 이제까지 가톨릭교회 안에서 미술은 교회의 전통을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그러나 종교개혁 편에 있던 이들은 성서를 벗어나는 미술 행위가 그리스도교의 본질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했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신을 재현하는 문제였다. 인간이 어떻게 신을 재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신교 진영에서는 정치적인 충격 효과를 노리고 미술을 타겟으로 삼았다. 종교개혁 시기에 나타난 열광적인 성상파괴는 교리의 차원을 넘어선 정치적 행동이었다. 
위기를 맞은 가톨릭 세력은 오히려 역으로 대응했다. 미술이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이들은 미술에 더욱 힘을 실었다. 이들은 이미지가 지닌 강한 정치적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미지는 논리가 아닌 감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즉각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가톨릭의 정치 선전에 이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가장 적합한 미술은 어떤 것일까? 
『루터와 미켈란젤로―종교개혁과 가톨릭개혁』에서 저자 신준형은, 미켈란젤로와 티치아노 등 이탈리아 전성기 르네상스의 화가들을 시작으로, 스페인의 엘 그레코 등 원(原)바로크 화가와 일 제수 등 성당 건축, 이탈리아의 카라바조와 그 영향을 받은 스페인 바로크 화가들, 그리고 플랜더스의 루벤스를 두루 거치며 16~17세기 가톨릭권의 미술을 들여다본다. 전성기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옮겨가는 미술의 변화는, 인간의 마음을 가장 강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미술 언어를 탐색하는 과정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에 동참한 미술가들은 예술가라는 자의식과 종교 권력의 요구 사이에서 저항하거나 타협했다. 
미켈란젤로와 티치아노는 교회와 세속 군주라는 거대 권력을 업고 예술적 성취와 세속적 출세 두 가지를 함께 추구한 화가들이다. 이들에게 권력의 요구는 기회를 의미했다. 루벤스는 교회와 세속 권력 모두로부터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한 행운아였지만, 그가 경탄해 마지않았던 천재 카라바조는 어느 쪽에서도 환대받지 못한 채 피로와 고독 속에 떠돌다 생을 마쳤다. 미술의 자연주의적 호소력을 추구한 베로네세는 종교재판의 권위 앞에서 자신의 그림 제목을 바꾸면서 그림을 지켜내야 했다. 한편 엘 그레코와 보로미니처럼 종교적 열정을 가지고 극단의 환영주의를 추구했던 보다 ‘예술가적인’ 인물들도 있었다. 

이상화된 르네상스 미술을 현실 정치의 눈으로 보다 

‘미술이 정치적이다’라는 메시지는 새롭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8세기부터 시작되는 성상논쟁의 방대한 문헌사료를 해석하고, 미술가라는 존재를 교황, 신학자, 군주와의 관계 속에서 읽어내,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사를 수많은 인물들의 관계망으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를 통해 얻는 가장 큰 수확은 서양 미술사를 명화나 천재화가 위주로 보던 틀 자체를 돌아보게 된다는 점이다. 
르네상스와 바로크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시기로 여겨지곤 한다. 미술사를 배우지 않은 사람도 라파엘로, 카라바조, 티치아노, 루벤스 같은 거장들의 이름은 익숙하다. 그리고 이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은 그 ‘이름’을 확인하러 온 관람객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박물관이라는 보물창고의 삼엄한 경비와 보안장치가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을 더더욱 고귀하고 초월적인 것으로 만든다. 박물관은 신전이며, 작품들은 시공을 초월한 미의 신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이 책은 미술을 박물관의 보안장치와 인공조명의 무대에서 떼어내 당시의 시대로, 원래의 장소로 되돌려 놓는다. 16~17세기 종교투쟁의 시기에 만들어진 이 작품들은 ‘미(아름다움)’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림의 대상이나 주제가 천상의 아름다움이라고 해서, 그림이 현실과 동떨어진 채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미켈란젤로와 같은 미술가도 먹고 살아야 하고, 자기의 권력과 지위 때문에 누군가와 싸워야 했던 인간이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가들은 그런 투쟁으로 점철된 인간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구원과 투쟁, 천상과 지상이라는 양극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존하는 패러독스의 세계,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그리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의 모습이다.

저 : 신준형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부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오스틴)에서 미술사학 석사학위를, 위스콘신 주립대학(매디슨)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뮌헨 대학에서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금으로 수학했으며, 아칸소 주립대학 미술과 조교수,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미술사학과 부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 - 가톨릭개혁의 시각문화』(사회평론, 2007), 『파노프스키와 뒤러 - 르네상스 미술과 유럽중심주의』(시공사, 200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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