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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를 만난 동아시아 회화

저자
한정희  저
  • 가격

    25,000 원

  • 출간일

    2011년 11월 19일

  • 쪽수

    328

  • 판형

    153*225

  • ISBN

    9788964354322

  • 구매처 링크

왜 동아시아 회화인가

표지에 실린 낭세녕(郎世寧)의 〈취서도(聚瑞圖)〉는 동양화일까, 서양화일까? 언뜻 봐서는 바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백자병에 낟알이 달린 조와 연꽃이 동양화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한편 꽃과 꽃병을 그렸다는 점에서 서양의 정물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동양과 서양의 화법이 한데 어우러져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이 작품은 서양화법이 동아시아에 전해지면서 만들어진 걸작이다.

이 책에서 한·중·일의 16~20세기 회화는 서양화법과 여성이라는 주제로 비교연구된다. 그리고 기존 회화사 연구에서 볼 수 없었던 이러한 독특한 시도를 통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던 그림조차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서양화법을 만난 동아시아 회화, 한국·중국·일본을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
서양화법이 반영된 이 시기의 작품이 중국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회화에서도 서양화법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화풍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남만화풍’이나 ‘아키타 난가’ 등은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서양화가 그려지기 전, 기존의 양식과 합쳐져 일본 회화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은 서양과의 문화교류가 주로 중국을 통해 이루어져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강세황과 김홍도 등의 작품에서 원근감과 명암기법을 사용한 흔적들이 많이 발견된다. 

동양과 서양의 화법이 만나 이루어낸 이러한 회화의 발전은 한?중?일 각국 회화사에만 천착해서는 발견할 수 없던 것들이다. 그동안 이런 작품들은 서양화를 향해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평가받거나, 그 시대에 잠깐 스쳐갔던 비주류의 화풍으로만 취급되었다. 실제로 중국의 중서합벽화풍은 청대에 잠깐 지배적이었던 궁정회화로, 일본의 남만화풍과 아키타 난가는 에도시대 초기와 아키타 지역에서만 나타났던 양식으로 다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 시기 한·중·일의 작품을 서양화법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모아 ‘동아시아’라는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이제껏 보이지 않던 걸출한 작품성이 발견된다. 동양 회화 연구는 각국의 회화사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오랫동안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해왔던 세 나라의 회화를 ‘동아시아 회화’라는 관점으로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회화 속 여성의 모습, 함께 보아야 전체가 보인다
여성이라는 주제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중국 회화사만 보면 20세기에 들어서 동아시아 여성들이 자의식을 온전히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오직‘미인도’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되던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을 왜곡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근대 여성화가 반옥량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의 부인초상화들은 비슷한 시기에 그려졌음에도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대는 무려 20세기 초반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화가(남성)가 남의 부인을 보고 그림으로 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당시에 그려진 부인초상화는 모두 사진을 보고 모사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그래서 근대 한국의 부인초상화는 하나같이 정면을 향해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중국에서는 근대 여성화가가 탄생하였을지라도, 동아시아 전체의 관점에서는 여성들이 여전히 유교문화의 틀 안에 갇혀 있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동아시아 회화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
이와 같이『근대를 만난 동아시아 회화』는 한·중·일의 회화를 하나의 주제로 비교분석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각국의 회화사에 대한 개별적인 연구는 상당히 많이 진행되어 있지만, 이를 동시에 비교분석하여 하나의 책으로 묶어낸 사례는 없었다. 국내 최초로 동아시아 세 나라의 회화를 한자리에 모은 이 책은 비교문화적인 연구관점과 방법론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회화사 연구자들이 모여 결성한 모임 ‘동아시아회화연구회’에서 외부강사의 특강, 회원들의 세미나를 거쳐 완성된 연구결과로 만들어졌다. 모임은 여러 주제를 통해 진행되었지만 그중에서‘동아시아에 미친 서양의 영향’과‘동아시아의 미술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책으로 정리했다.‘동아시아에 미친 서양의 영향’에 대해서는 동아시아 문화권의 전통화법에 원근법, 명암법 등의 서양화법이 가해져 기존 동양화가 가지고 있는 신비로움이 현실감 있게 부각된 과정을 살펴보았다. 한편‘동아시아의 미술과 여성’에 대해서는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았던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여성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중국 청대의 미인도부터 근대 한국 부인초상화까지, 회화 속 동아시아 여성들은 당시의 여성에 대한 시각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 : 한정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캔자스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동기창의 회화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장, 대학원 미술사학과장, 홍익대학교 박물관장을 역임하였다. 프린스턴대학교 방문교수, 한국미술사학회장을 지냈고 현재는 미술사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화 감상법》(대원사, 1994), 《옛 그림 감상법》(대원사, 1998), 《한국과 중국의 회화》(학고재, 1999), 공저로 《동양미술사》(미진사, 2007), 《근대를 만난 동아시아 회화》(사회평론, 2011) 등이 있으며, 역서로 《중국산수화의 세계》(예경, 1992), 《중국미술사》(예경, 199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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