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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9

저자
민은기  저
  • 가격

    22,000 원

  • 출간일

    2024년 12월 16일

  • 쪽수

    336

  • 판형

    152*225

  • ISBN

    979-11-6273-336-3

  • 구매처 링크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는 빛과 색채로 물든 도시였다. 기술과 산업, 문화의 폭발적인 성장은 아름다운 시절의 포문을 열었고 이는 벨 에포크라는 이름으로 기억된다. 그 중심엔 혁신을 꿈꾸는 예술가들이 있었다. 멀끔한 신작로와 화려한 극장, 이국적 문물이 가득한 축제의 장까지. 모든 풍경은 그림과 노래, 시가 되었다. 클로드 드뷔시 역시 변화하는 도시의 초상에 영감받은 음악가였다. 그의 음악이 자유로우면서도 유려하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 이유다.

그러나 한낮의 열기도 밤을 몰고 온 달빛에 쉬이 식어가듯, 활기찬 근대 도시엔 언제나 어둠이 함께했다. 시대는 새로움을 좇으면서 전통을 고집했고 이국성을 탐닉하면서 낯섦을 혐오했다. 드뷔시의 음악 역시 환상의 세계를 그려내는 한편 그 이면엔 음악가 개인의 모순적 삶이 존재한다. 부조리와 혼란으로 점철된 시대의 얼굴, 나아가 드뷔시의 삶은 꿈결 같은 음악에 깊이를 더하거나 때론 찬물을 끼얹는다.

2018년 첫선을 보인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클래식 음악 입문서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이하 ‘난처한 클래식 수업’)은 아홉 번째 여정으로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를 택했다. 그리곤 기존의 문법을 거부하며 독창적 소리를 추구한 음악가 드뷔시를 주인공으로 세웠다. 드뷔시는 벨 에포크의 에너지를 그대로 흡수하고, 또 반대로 영향을 준 인물이다. 여느 때보다 시대와 개인이 유기적으로 얽힌 이번 강의는 클래식 음악사가 새롭게 맞이한 챕터를 조명한다.

드뷔시 음악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고전의 성지를 허물고 개혁의 깃발을 꽂은 음악가들도 만날 수 있다. 에릭 사티부터 모리스 라벨, 아널드 쇤베르크 그리고 조지 거슈윈까지. 그 여정은 현대음악, 대중음악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이번 9권은 다가가는 것조차 ‘난처했던’ 클래식 음악의 세계를 비로소 가장 친숙하게 느끼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지식의 질은 높이고 배움의 문턱은 낮춘 <난처한 클래식 수업>의 아홉 번째 강의

★ 가장 아름답고 풍요로운 시절 ‘벨 에포크’로의 초대! 변화의 시대가 낳은 혁신의 음악가, 드뷔시를 만나다

★ 빛과 색채를 머금은 음악, 그림과 함께 즐긴다! 인상주의, 표현주의 회화를 곁들여 더욱 풍부하게 즐기는 음악 이야기



세상의 모든 색을 담은 음악가


“나는 인상주의 미술을 모방한 게 아니라 자연이 안겨준 인상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19세기 프랑스 음악가 드뷔시가 남긴 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드뷔시를 대표하는 수식어는 ‘인상주의 음악가’다. 예민하고 괴팍한 성격의 드뷔시가 듣는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만하다. 드뷔시의 음악은 형식과 구성이 명확한 고전 클래식 음악과는 확실히 다르다. 선율과 리듬이 종잡을 수 없게 흘러가지만, 이런 모호함이 신비롭고 독특한 음향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듣는 이의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나 인상을 만드는 것도 참 ‘인상적’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는 변화로 가득한 도시였다.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쏟아진 가운데 예술계를 뜨겁게 달군 건 단연 인상주의 미술이었다. 화가들이 틀에 박힌 제도권 미술을 거부하며 대상을 객관적으로 그리기보다 개인의 감상을 화폭에 담기 시작한 것이다. 손 틈 사이로 흩어지는 빛과 공기를 평면의 캔버스에 구현한 이 ‘혁명’은 드뷔시의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기존의 표현과 질서에서 벗어나며,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주 소재로 삼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그렇다. 그럼에도 드뷔시는 왜 자신을 인상주의라는 단어에 가두길 원치 않았을까?

드뷔시의 작품 세계는 그게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심오하고 암시적이며 때론 한없이 화려하다. 드뷔시는 새롭고 낯선 모든 것들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시대의 초상들, 이를테면 추상적인 심상을 상징화한 상징주의와 우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로코코 미술, 바다 건너 소개된 동아시아의 가믈란 음악은 드뷔시에게 훌륭한 자양분이었다. 그렇게 예술의 장르를 가로지르고 음악의 국경을 횡단한 이는 클래식 음악에 혁신을 가져왔다. 우리가 드뷔시를 보다 깊이 만나볼 이유다.



벨 에포크의 자유로운 영혼


오늘날 프랑스 파리는 자유와 예술의 도시로 불린다. 시민혁명의 교과서라 불리는 프랑스 혁명의 진원지이자, 일찍이 다방면으로 최신 유행의 선두 주자였다는 점이 한몫한다. 19세기 말 파리는 벨 에포크의 중심지였다. 근대 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파리는 매일같이 모습이 바뀌었고 그 정점엔 만국박람회가 있었다. 세계 각국의 발명품과 문화적 산물이 즐비한 만국박람회는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번영의 시대 이면엔 민족적·인종적 우월감이 자리했으며 사람들은 이국의 정취를 즐기면서도 이를 멸시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 ‘아름답고도 불편한 시대’였다.

드뷔시의 삶은 벨 에포크의 거울과도 같다. 드뷔시의 음악은 꿈결처럼 아름답지만, 그의 인생은 다소 거칠고 부조리했다. 자기중심적이고 예민하며 바람기마저 다분했던 드뷔시는 언제나 논란의 아이콘이었다. 그럼에도 드뷔시의 재능과 음악적 행보는 그 잡음을 덮을 만큼 탁월했다.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기 위해 전통적 문법과 권력에 타협하지 않았고 덕분에 혁신의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자유로운 영혼’ 드뷔시는 너무나 자유로운 나머지, 자신과 타인의 인생을 헤집기 일쑤였지만, 반면에 세상을 뒤집을 만한 대담함을 가진 것이다.

이로써 동경했던 시대와 음악가는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난처한 클래식 수업』 9권은 단순히 드뷔시의 생을 다루는 걸 넘어 그가 발을 딛고 선 세상에 관해 이야기한다. 역사적 배경은 물론 그 시절을 풍미한 사상을 곱씹어보고, 드뷔시와 영향을 주고받은 사티, 라벨, 베를렌 등 당대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보다 입체적으로 인물에 접근한다. 그렇다 보니 책에는 이야기에 가까이 다가서다가도 뒷걸음질 치고, 하지만 다시 사랑에 빠지는 ‘밀고 당기기’의 매력이 가득하다.



선율로 엮은 시대의 페이지


드뷔시의 〈달빛〉은 1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에도 사랑받는 곡이다. 여전히 세련된 이 곡은 강물 위 은은히 부서지는 달빛을 듬뿍 떠서 오선지에 걸어둔 듯하다. 색다른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 드뷔시는 19세기와 20세기를 잇는 예술적 가교이자, 현대음악의 문을 연 음악가로도 불린다. “이론 따위는 없다. 그냥 들으면 된다”는 드뷔시의 신념과 같이, 음악 역시 새로운 세기를 맞이했고 지평을 넓혀 갔다. 한마디로 20세기는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과 ‘결별 중’이었다.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아름다운 시절이 저물자,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가장 내밀한 상처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관습을 해체하고 규칙을 전복한 현대음악은 말을 잃은 이들에게 또 다른 언어가 되었다.

드뷔시가 평생 꿈꿔온 혁신은 바다 건너에서도 뜻밖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20세기 초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술과 음악이 흐르는 땅’이 된 미국에선 여러 문화와 음악적 요소를 버무린 소리가 탄생했다. 바로 대중음악의 시초, 재즈다. 그렇게 음악은 장르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음반의 모습으로 대중의 일상에 빠르게 침투했다.

‘클래식 음악가’ 드뷔시로 시작한 이 책은 어느덧 ‘대중음악 탄생’의 현장으로 독자를 데려다 놓는다. 이번 9권은 클래식 음악에 친숙하고 쉽게 접근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난처한 클래식 수업』의 의미가 여느 때보다 빛나는 순간을 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난처한 시리즈’만의 구성, 즉 교수가 강의하고 학생이 답하는 대화 형식과 일러스트레이터 강한의 감각적인 일러스트는 이번 여정에서도 훌륭한 길동무가 된다. 다양한 예술이 결을 같이 한 시기답게 인상주의, 표현주의 회화 도판들 역시 풍부하게 들어갔다. 이제 아름답고도 혼란했던 시대의 정취를 느끼며 여러 얼굴의 음악을 더욱 가깝게 만날 차례다.



저 : 민은기

서울대학교 작곡과에서 음악 이론을 전공하고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프랑스 음악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1995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이론 연구와 후학 양성에 집중해왔다.

프랑스혁명, 바로크 오페라 등의 주제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술과 번역에도 힘써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책을 가장 많이 낸 음악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등 여러 매체에 음악과 관련된 글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다섯 살부터 내내 숨 쉬듯 곁에 음악을 두고 살아왔다.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자 한국의 1세대 음악학자로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음악과 페미니즘』, 『Classics A to Z: 서양음악의 이해』, 『서양음악사: 피타고라스부터 재즈까지』, 『독재자의 노래: 그들은 어떻게 대중의 눈과 귀를 막았는가』, 『서양음악사』1~2,『대중음악의 이해』 외에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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