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양
책 소개
대한제국, 근대 한국의 서막을 열다
대한제국의 흔적은 대한민국이라는 현 국가의 이름에도 확고히 남아 있으나, 정작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연결고리를 설명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해체되며 박물관으로 들어간 역사. 대한제국이라는 기억은 곱씹을수록 낯설고 씁쓸하다. 커피를 좋아한 고종이나 일본으로 넘어간 덕혜옹주 등 몇몇 황실가족의 일화는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잘 알려졌지만, 정작 우리 역사에서 대한제국의 마지막은 미처 정리되지 않은 채 어렴풋한 과거에 남겨진 듯하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이가 대한제국을 그저 13년 만에 사라진 나라, ‘간판만 바꿔 단’ 조선왕조로 기억한다.
그러나 대한제국 선포는 주권국가를 향한 역사적 도전이었으며, 근대 한국의 서막을 열고 현대 한국의 뿌리를 생성한 대한제국의 흔적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다.
이 책은 180여 개의 생생한 사진과 함께 대한제국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며, 우리가 잊고 있던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연결고리를 되살린다. 대한제국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한국 사회·문화·정치의 구조적 특징까지 통찰하는 이 책을 통해, 근대 한국의 출발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조선의 마지막 유산이자 근대 한국의 출발점
우리는 대한제국을 어떻게 기억해 왔을까?
대한제국의 흔적은 대한민국이라는 현 국가의 이름에도 확고히 남아 있으나, 정작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연결고리를 설명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해체되며 박물관으로 들어간 역사. 대한제국이라는 기억은 곱씹을수록 낯설고 씁쓸하다. 커피를 좋아한 고종이나 일본으로 넘어간 덕혜옹주 등 몇몇 황실가족의 일화는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잘 알려졌지만, 정작 우리 역사에서 대한제국의 마지막은 미처 정리되지 않은 채 어렴풋한 과거에 남겨진 듯하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이가 대한제국을 그저 13년 만에 사라진 나라, ‘간판만 바꿔 단’ 조선왕조로 기억한다.
그러나 ‘대한’이라는 칭호에서도 알 수 있듯, 대한제국은 더 이상 청의 종속국으로 남지 않고 자주국으로서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으며, 양반이 지배하는 체제에서 벗어나고 있었다는 점에서 조선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국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사진으로 만나는 대한제국의 사람들
대한민국으로 이어진 대한제국의 이야기
이 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180여 개의 사진 자료다. 대한제국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담긴 사진에서 현대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의 연결고리가 더 분명히 드러난다. 고종의 황제 즉위식이 치러진 당시의 환구단 사진과 일제가 환구단을 허문 자리에 지은 철도호텔 사진을 비롯해, 고종황제의 국장 행렬을 바라보는 사람들, 만원 전차에 올라탄 여인들, 3·1운동 당시 정동길을 가득 채운 만세 시위 군중 등이 담긴 사진이 근대 한국의 원형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대한제국 시기, 서구에서 도입된 기술문명을 대하는 근대 한국인의 표정과 몸짓, 거리 풍경을 통해 그동안의 문헌 자료에서는 읽을 수 없던 이 시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 주권국가를 향한 염원과 좌절
대한제국이 우리에게 남긴 것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태극기의 원형은 대한제국의 황제 즉위식 행렬에 앞세워졌으며, 황제탄신일과 개국기원절 등 수많은 대한제국 국가 행사를 장식했다. 대한제국의 탄생을 선포하는 자리에도 태극기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수백 년간 지속된 청(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위계질서로부터의 이탈을 선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역시 자신을 대한국인이라고 칭했다. 이처럼 근대 한국의 정체성은 이미 대한제국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현대의 대한민국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한제국이 우리 역사 속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위상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한제국은 유럽 각국에 공사관을 개설하고 중립 외교를 추구했으며, 일제의 국권침탈을 고발하는 특사단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파견하였다. 이처럼 대한제국은 만국공법이 지배하는 근대 세계로 나아가려 하였으나, 일제의 병합으로 근대 주권국가를 향한 염원은 좌절되었다. 이후 한국인들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단계에서부터 일찍이 민주공화제를 채택했고, 해방 후 정부수립 과정에서도 옛 황실을 복원하는 문제는 고려되지 않았다. 대한제국의 이러한 성과와 한계를 고스란히 안은 채 대한민국이 탄생했다.
저자는 스스로 황제정을 극복하지 못한 우리의 역사가 현대 한국 정치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지 궁금했다고 한다. 이 책은 이 의문에 답하고자 한국의 근대국가 형성 과정에서 대한제국 황제정이 차지하는 의미를 찾는 데 집중했다. 대한제국의 건축, 미술, 사진, 음악, 복식,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시각을 넓혀 대한제국이 근대 한국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한편, 일제의 외압하에서 대한제국이 세계질서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국가체제를 만들었는지 규명하였다.
이 책을 통해 근대 한국의 출발을 알고, 우리가 사는 세상, 현대의 대한민국을 더 깊이 이해하기를 기대한다.
저 : 서영희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 부위원장, 경기도 문화재 위원, 인천시 문화재 위원을 역임했고, 역사도시서울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근대국가의 형성 과정과 정치세력의 동향에 관해 연구해 왔으며, 자주적 근대국가 수립에 실패하고 식민통치를 겪었던 역사적 경험이 현대 한국인의 삶에 남긴 유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저서로 『대한제국 정치사 연구』, 『일제 침략과 대한제국의 종말』, 『아! 그렇구나 우리 역사 근대편』, 『조선총독부의 조선사 자료수집과 역사편찬』 외에 다수의 공저와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