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싸우는 여자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생존을 위해 수영을 배우듯,
몸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여자 스스로 강해지지 않는 한 안전한 세상은 없다.
내일이면 늦으리, 지금 당장 자기방어 훈련을 시작하라.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모르는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한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여성가족부의 2013년 실태 보고에 따르면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 피해자의 84.7%가 여성이다(강력범죄 피해자 3만 4126명 가운데 2만 8920명이 여성이었다). 국제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35%가 물리적인 폭력이나 성적인 폭력을 경험했다. 대부분이 여자이기 때문에 당하는 폭력, ‘페미사이드’인 것이다. 미국의 시민단체 ‘보다 나은 가족의 삶(BFL)’의 대표인 제임스 클락은 “페미사이드는 사회적인 불만이 높을 때 더 많이 발생하며, 남성이 여성을 증오해서 발생하는 범죄라기보다는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공격이 많아지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대다수 여성들은 아직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세상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면서 폭력적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남성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할 뿐이다.
『미녀, 야수에 맞서다』는 바로 이러한 여성들에게 내면의 전사를 깨워 자연이 부여한 힘을 정당하게 발휘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저자인 엘렌 스노틀랜드는 여성이 자각을 하지 못할 뿐 여성에게도 야수와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 있으며 그동안 가정과 사회에서 그 힘을 억누르고 “잠자는 미녀”로만 살아가도록 길들여졌다고 주장한다. 다른 모든 짐승들은 암·수 상관없이 자기방어와 사냥을 배우며 자라는데, 유독 인간만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다른 방식으로 길러져 여성이 스스로 보호하는 능력이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형놀이를 하더라도 남자아이는 자기방어를 배우고 실제 있을 수 있는 싸움에 대비하는 놀이를 하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보살핌을 연습한다.
『미녀, 야수에 맞서다』는 모든 연령의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폭력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밝히면서 폭력의 위협을 피하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안 돼.”, “하지 마.”, “그만해.”라고 명확하게 거부의 의사를 밝히는 것조차 얼마나 많은 연습과 훈련으로 가능한 일인지, 한편으로 “안 돼.”라고 말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자기방어 훈련을 받기 전과 후의 여성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자기방어의 다양한 방법들을 보여준다. 지하철의 ‘나쁜 손’이나 길거리 언어폭력에서부터 한밤중 침대 위 침입자까지 자기방어를 통해 재치 있게 물리친 사례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통쾌하다. 특히 남성이 성폭력의 위협 상황에 놓이는 ‘역시사지’ 가상 시나리오는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들이 겪는 폭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이끈다. 또한 저자가 풍자적으로 정리한 “야수족이 미녀국을 지배하는 12가지 전략”은 저자 특유의 유쾌함과 통찰력이 돋보이는데, 그동안 남성이 어떻게 여성들을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언론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동적인 여성성과 무기력한 피해자로서의 여성의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명쾌하게 밝히면서 동의하지 않더라도 급진적 여성주의자를 옹호하고 여성주의자들의 책을 탐독할 것을 권유한다.
저자는 여성이 가장 기본적인 방어에 대해서도 필요 이상으로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자신도 집 안에 든 도둑에게 비명을 지르는 것 외에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는 일을 겪은 후에야 자기방어 훈련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자기방어를 수영에 비유하면서, 생존을 위해 수영을 배우듯 여성도 자신의 몸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자유로운 삶을 위해 자기방어를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모든 종류의 물을 두려워하듯, 그래서 물 가까이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듯,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없다고 믿는) 여성들은 혼자 하는 여행, 밤의 산책, 낯선 남자를 만나는 것, 언제 어디서든 위험할지도 모르는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걱정하며 늘 두려움에 떨며 산다는 것이다. 마치 물속으로 걸어가면서 너무 깊은 곳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며 두려움을 억누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통계가 말해주듯, 여성에 대한 위협은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여성이 스스로를 지키고 맞서 싸우는 능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 여성이 폭력 앞에서 자신을 방어하거나 타인을 보호할 수 없다는 믿음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독자들이 깨닫고 자기방어 기술을 배운 후 비로소 느끼는 해방감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믿는다. 싸우는 방법을 아는 여성들의 수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 범죄의 총량도 감소할 것임을. 저자 엘렌 스노틀랜드는 이 책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영화(Beauty Bites Beast ? Revealing the Missing Conversations about Ending Violence)를 제작했으며, 2016년 몬트리올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했다. 이 영화는 11월에 뉴욕과 캘리포리나 주 패서디나의 영화관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저자는 또한 TED 강연(We all need to be safe before we can thrive)을 비롯하여 자기방어 동작을 보여 주는 짧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자기방어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 : 엘렌 스노틀랜드 (Ellen Snortland)
NGO 활동가이자 작가, 변호사, 프로듀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1993년 임팩트 재단에서 자기방어 강사 훈련 과정을 마친 후 현재까지 여성과 아이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자기방어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자기방어 강사로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하였고, 관련된 다큐멘터리와 영화제작 활동도 펼치고 있다. |
역 :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성폭력 전문 연구소로 2013년 설립되어 성폭력 연구 및 반성폭력 운동의 이론과 성폭력 관련 법,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년 이상 활동한 결과로 얻은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성폭력 문제를 둘러싼 통념을 해체하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발굴해내는 데 힘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