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외치며 스스로를 불살랐던 전태일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 제정된 ‘전태일문학상’이 올해로 24회째를 맞았다. 이보다 13년 뒤에 제정된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이번이 11회째이다.
제24회 전태일문학상에는 시, 소설, 생활·기록문 부문에 각각 797편(응모자 187명), 114편(70명), 136편(101명)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당선작으로는 시 부문에 김희원의 ??新 구석기뎐?외 6편이, 소설 부문은 아쉽게도 당선작을 내지 못했고, 생활·기록문 부문에 이경수의 ?가리봉 청춘들의 삶? 외 1편이 선정되었다. 응모작 심사는 예심과 본심으로 나뉘어, 시 부문 예심은 문동만, 송경동 시인이 본심은 백무산, 정우영 시인이, 소설 부문 예심은 정하진, 오수연, 본심은 윤정모, 이인휘 소설가가, 생활·기록문 부문 예심은 최경주 소설가, 안미선 작가, 본심은 김해자 시인과 신순애 작가가 심사를 맡았다.
시 부문 당선작 「新 구석기뎐」등을 쓴 김희원의 시에는 그만의 호흡이 들어 있어 선자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우리시대 청춘들의 난감한 시대적 허기를 무난하게 시로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시적 사유가 고만고만해서 작품들이 서로 튀질 않는다. 생각과 언어가 서로 끌고 밀면서 치열하게 싸워야 시가 새로워진다. 그중 「新 구석기뎐」을 당선작으로 내기로 했는데 이 작품의 호소가 조금은 나았기 때문이다. 당선을 계기로 하여, 좀더 구체적이고 생생한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아내기 바란다.
본심에 올라온 여러 작품들의 각기 다른 장점과 미덕에도 불구하고, 생활글 이경수의 「가리봉 청춘들의 삶」을 당선작으로 올리는 이유는 우선적으로 소박한 삶의 날것 그대로의 냄새가 배어나오는 절박성과 체험의 구체성 및 진실성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1980년대 가리봉 벌집 혹은 닭장집 풍경이 바로 눈앞에 보이듯 잘 묘사되어 있다. 도배지, 화장실, 공동 화장실, 부엌문 및 토요일 오거리 정경 등 세부묘사와 이웃의 모습과 공장 노동자들의 활기찬 모습이 활동사진처럼 살아 움직인다. 누추하되 천하지 않으며, 가난하되 빈곤으로 찌들지 않고, 노동 밖에 낭만과 관계와 사랑과 꿈이 있다. 디지털한 문명과 오늘의 노동자들이 잃어버린 풍경을 돋을새김하는 능력은 글 쓰는 이의 소박하고 진솔하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웃의 삶을 사랑하는 태도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록은 미사여구나 감상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과장도 엄살도 배제하고 미화의 욕구조차 벗어버리고 대상에 핍진하게 다가간 작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경수의 「가리봉 청춘들의 삶」이 그러한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글이다.
올해 작품집은 예년과 달리 ‘올해의 르포르타주’ 면을 신설했다. 한 해 동안 발표된 르포 작품들 중 독자들과 다시 읽고 싶은 작품을 선정해 지면에 싣는 기획이다. 이는 기록자로서 충실했던 전태일의‘기록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송기역의 「너는 살고 내가 죽었다」는 박선영 열사의 모친인 오영자의 생애를 담았고, 서분숙의 「안녕들 하십니까」는 안녕하지 못한 청춘을 사는 태우와 점환의 사연을 담고 있다. 정윤영의 「“이러다 노동자 다 죽는다”」는 홍종인 유성기업 전 지부장의 목소리를 통해 유성기업에서 그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록하고 있다.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올해로 11회를 맞이했다. 산문 부문의 올해 응모작들은 어른들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 많았던 이전과 달리, 청소년 자신들의 세계와 삶을 다룬 작품이 부쩍 늘었다. 반가운 변화이다. 이로 인해 올해 전태일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은 청소년들이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하는 지면이 될 것이다. 전태일 열사는 일기, 편지, 수기, 소설 등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가 아닌, 자신이 몸담은 곳, 자신의 삶이 놓여 있는 곳에서 소재를 찾고 글을 썼다. 청소년들이 이 점을 헤아리길 기대한다고 심사위원들은 밝히고 있다.
심사는 시 부문에선 김성규, 박소란 시인이 예심을, 배창환, 맹문재 시인이 본심을 맡고, 산문 부문에선 신혜진 소설가, 김대현 문학평론가가 예심을, 안재성, 김한수 소설가가 본심을, 독후감 부문에선 신지영 아동청소년문학작가와 유현아 시인이 예심을, 박일환 시인이 본심을 맡았다.
청소년 작품들 중에서 특히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작품은 다음과 같았다. 이정화의 시「지하 공장에서」는 노동자의 삶을 충실하게 묘사하고 그려냈으며,「떠난 사람들」은 서울에 소금을 공급하던 동네였다는 ‘염리동’ 하층민들의 쓸쓸한 생활터전을 그린 작품이다. 그리고 「이방인」은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아버지의 모습을 낯설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의 기저에 깔린 흐름이 화자의 눈에 비친 가족 또는 이웃들의 현실이고 삶의 풍경으로 연결되어 있다. 시상을 풀어내고 묘사하는 능력도 차분하면서 섬세하다고 심시위원들은 평하고 있다. 김남주의 산문 「목마른 우물의 날들」은 아프리카 기아난민 후원단체의 이중성을 현지 청소년의 시선으로 폭로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도움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소재의 참신함도 좋았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시선의 신선함이었다. 읽는 이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을 다루면서도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났을 때 더운 날 샘물 한 모금을 마셨을 때처럼 깃드는 신선함은 단연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임사헌의 독후감 「그늘에서 불을 피우는 사람」은 전태일의 시대에 지금의 시대를 겹쳐 놓으며 글을 풀어간다. 그러면서 두 시대가 양상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여전히 가난과 소외된 노동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자신이 처한 삶까지 투영해 보여줌으로써 현재성과 입체성을 두루 갖춘 글을 만들어냈다.
저 : 김희원
2012년 6월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제1회 대학생 고전 에세이 대회 은상 수상 2012년 10월 남원 춘향 문화원 독서 감상문 우수상 수상 2014년 8월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중어중문학과 석사과정 수료 2015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
저 : 이경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퇴 제11회 좋은생각 생활문예대상 장려상 제14회 문예감성 수필부문 신인상 부산광역시 기장군 정관읍 거주 중이며 현재 타워크레인 기사로 일하고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