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일본 고고학과 앵글로 아메리칸 고고학의 상호 교류에 관심
“일본과 세계 고고학 간의 적극적인 교류의 중요성을 내게 처음으로 가르쳐 주신 스즈키 키미오 교수님께”라는 이 책의 헌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 하부 준코는 이 책에서 일본 고고학과 세계 고고학을 선도하고 있는 앵글로 아메리칸 고고학의 학문적 전통 사이에 놓여 있는 간극을 연결시키고자 시도한다. 이 책의 첫 번째 목적을 일본 고고학과 세계 고고학 연구 간의 교량 역할이라고 할 만큼, 저자는 일본 고고학의 연구 성과를 세계에 소개하는 데에 적극적이다. 조몬시대 연구서는 많지만 주로 일본 내에서 일본어로 출판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 고고학계가 세계 고고학계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또한 조몬 고고학에 관심을 가진 많은 비일본인 고고학자들은 일본인 연구자들의 문화-역사적 그리고 경험주의적 연구 방향뿐만 아니라 그들에 의해 창안된 토기 분류에 대한 지나친 강조 때문에 실망한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조몬 고고학 자료에 적용한 이론 및 방법론적 접근의 상당 부분이 앵글로 아메리칸에 토대를 둔 것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이들 이론 및 방법론적 접근이 일본 고고학의 그것보다 더 나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다른 접근 방법과 연구 방향을 택하는 것이 조몬문화의 또 다른 모습을 파악하여 다소는 천편일률적인 일본 고고학의 학문적 발전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몬 고고학 자료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동서양 각각의 학문적 전통을 가진 고고학자들에 의해 채택된 다양한 접근 방법과 이론의 장점과 한계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주저장형 수렵채집민.이동형 수렵채집민 모델
1장에서 저자는 조몬시대를 다루는 이론적 접근법으로 정주저장형 수렵채집민(collector)?이동형 수렵채집민(forager) 모델을 제시한다. 이 모델은 자원의 분포, 생업활동과 취락유형 간의 직접적인 관계의 존재를 상정하는데, 정주저장형 수렵채집민은 낮은 거주지 이동성, 이동형 수렵채집민은 높은 거주지 이동성을 특징으로 한다. 2장에서는 조몬시대의 기원과 환경, 기후, 인구 등을 개괄적으로 다룬다.
생업을 다룬 3장은 연어잡이와 식물재배, 식량 저장, 그리고 해상 적응의 중요성 여부에 대한 논쟁을 담고 있다. 4장에서는 조몬취락의 크기와 정주성 정도에 대한 분석과 함께 산나이마루야마 유적 등 두 유적에 대한 사례연구를 소개한다. 5장과 6장에서는 생업과 취락을 넘어 조몬문화의 다양한 특성에 대해 검토한다. 조몬의 제의(祭儀), 공예, 그리고 독립적인 교역 체계가 그 대상이다. 생업-취락과 다른 요소들 사이의 연계는 7장에서 논의된다.
한ㆍ일 고고학계의 교류 기대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과 일본 고고학 간의 교류에 대해서도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한반도의 선사시대, 특히 빗살무늬토기문화와 일본열도 조몬문화의 사이에는 상이점이 있으나, 토기를 가진 수렵·채집·어로문화라는 점과 근래 대규모 토지개발에 따른 긴급발굴의 성과가 학술연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도 한국과 일본 고고학에서 공통된다며, 이 책이 앞으로 양국의 고고학 전공자들 간의 교류에 일조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일본 고고학계처럼 국제어 논문의 발표가 많지 않고 세계 고고학계와의 교류도 활발하지 못한 우리나라 고고학계에도 이 책은 하나의 자극제이자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역자 강봉원 교수는 우리나라 고고학의 학문적 수준이 서구는 물론이고 일본 고고학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들만의 고고학적 관심이 아닌 외국의 좀 더 많은 연구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내용과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이론과 방법론 및 분석의 틀을 사용해야만 세계 고고학의 학문적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 연구자들이 우리나라 고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요원할 뿐이고 한국 고고학의 질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조몬시대를 다루고 있으나 영어로 쓰여진 이 책을 번역하면서 독자들의 이해와 편의를 위해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표기한 인명록과 지명록을 부록에 실었다. 또한 참고문헌에 서지 사항이 영어로 표기되어 실린 책 중에서 영어본이 아닌 일어 원서의 경우 일어로 바꾸어 게재하였는데, 배열 순서는 저자의 영어명을 기준으로 하였다.
이 책은 2013년 ‘고고학의 방법과 실제’를 시작으로 잇달아 발간되고 있는 한강문화재연구원 학술총서의 네 번째 권으로 출간됐다.
저 : 하부 준코 (羽生淳子)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태생으로 게이오대학교 고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1996년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에서 조몬몬화 연구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분야는 수렵-채집민 주거 및 생계유형, 조몬문화, 토기분석, 고고학과 사회 등이다. Subsistence-Settlement Systems and Intersite Variability in the Moroiso Phase of the Early Jomon Period of Japan(2001) 등의 저서와 “Seafaring and the development of cultural complexity in Northeast Asia: Evidence from the Japanese Archipelago”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역 : 강봉원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희대학교 사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1990년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에서 석사, 1995년 오리건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Oregon)에서 “The Role of Warfare in the Formation of the State in Korea: Historical and Archaeological Approaches”의 논문으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분야는 국가형성 과정과 관련한 전쟁, 관개수리, 원거리무역과 분묘 고고학이다. 『한국 고고학의 일 방향』(2008)의 저서와 「진한의 원거리 무역: 토착사회의 내재적 발전과 관련하여」(2015), “A Reconsideration of Population Pressure and Warfare: A Protohistoric Korean Case”(2000), “Large-Scale Reservoir Construction and Political Centralization: A Case Study from Ancient Korea”(2006)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