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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세계정치

저자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김상배  편
  • 가격

    20,000 원

  • 출간일

    2013년 03월 29일

  • 쪽수

    320

  • 판형

  • ISBN

    9788964356678

  • 구매처 링크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중남미 드라마


텔레노벨라(Telenovela). 스페인과 포르투갈, 중남미 등 라틴문화권의 드라마를 부르는 용어다. 우리에게 익숙한 텔레노벨라로는 1990년대 초 공중파로 방영되었던 추억의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이 있다. 히메나 선생님과 마리아 호아키나, 시릴로, 하이메로 기억되는 <천사들의 합창>은 멕시코의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아름답고 따뜻하고 교훈적인 드라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텔레노벨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 주인공이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 결혼에 성공한다는 통속적인 스토리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흥미를 유발하는 불륜과 음모 같은 전형적인 장치들이 세팅되어 시청률을 확보(?)한다. 


중남미 판 소프 오페라(Soap Opera)인 텔레노벨라는 재미있게도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드 열풍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어글리베티>는 콜롬비아에서 방영된 라는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중파를 탔던 이 드라마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새롭게 텔레노벨라 열풍을 일으켰다. 텔레노벨라가 미국에서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을 포함한 100여 국가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방영되고 있고, 텔레노벨라의 시청자는 전 세계적으로 20억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TV GLOBO라는 브라질 방송사는 세계 4대 방송사 가운데 하나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도 얼마 전 텔레노벨라를 방영하는 전문 케이블 채널이 생겼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문화가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향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후진국의 문화는 선진국 문화에 흡수되기 마련이며, 이것이 문화의 다양성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다. 미국적 가치를 대변하는 첨병, 할리우드는 미국 이외의 나라들의 스크린을 점령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돈이 다시 할리우드로 모여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데 투자되고 이것은 다시 전 세계 스크린을 장악하는 순환구조가 생겨난다. 이 구조에서 미국적 문화는 세계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제국이 식민지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적 수단으로 작동한다. 바로 주변이 중심에 종속되는 문화제국주의다. 우리에게는 상식과 같았던 문제의식이다. 


커뮤니케이션 세계정치


그런데 전통적으로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텔레노벨라와 같은 현상은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미국의 강력한 영향권 아래에 있고, 영향권 아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남미에서 만든 드라마에, 왜 미국 사람들이 열광하는가?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한류가 아시아에서 각광을 받는 것은 왜일까? 중심과 주변이라는 틀로 국제관계를 이해해왔던 방식에 이 현상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최근 세계정치의 변화는 국제정치학자들로 하여금 전통적인 관심사였던 군사안보나 정치경제의 영역과, 이 영역을 설명했던 이론들을 넘어서는 것들 쪽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이는 국제정치학자들이 기존의 관점, 문제의식, 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든, 텔레노벨라와 같은 상황들에 대해서 답을 내놓아야 하는 새로운 요구를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은 국제정치학자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이 새로운 문제에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들어가 보려는 시도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세계정치에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행동으로 옮기며, 국내외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의 속도가 빨라지고 양이 늘어나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다. 이 변화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출현이라고 본다면, 세계정치구조의 한 부분에서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세계정치의 권력 메커니즘이 변화하는 조건이 마련되고, 새로운 행위자들의 활동을 활성화시키며, 새로운 세계질서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정치를 결정하는 데 있어 군사력, 정치력, 경제력이라는 주요 변수에 커뮤니케이션, 구체적으로 인터넷 미디어라는 조건이면서 행위자인 존재가 등장했다. 이것은 빠르고 강력하게 세계정치에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하여 우리 국제정치학이나 언론정보학에서 ‘국제 커뮤니케이션’ 분야는 오래전부터 연구의 대상이었지만 성과가 뚜렷하지는 못했다. 사실 소통, 정보의 전달 이외에도 공유나 참여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적당한 한국어로 번역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그래서 필자들은 서구의 시점이 아닌 우리의 시점에서, 커뮤니케이션 세계정치의 기초 공사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커뮤니케이션 세계정치의 구조물


이 책은 인터넷이 개방적이기만 한 것인가 하는 인프라 구조의 문제부터 들여다본다. 냉전의 역사를 따라가며 인터넷 미디어라는 새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어떤 계기에서, 누구에 의해, 어떤 모습으로,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해하자는 것이다. 핵전쟁을 대비한 냉전시대의 산물인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개방적이지만 폐쇄적인 성격의 기원에 대해 분석해,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결코 기술적 중립성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1장 냉전과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구조: 정보기술의 국제정치적 구성)


다음은 자본주의적 생산요소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자본, 노동, 토지는 근대적인 기본 생산 요소다. 따라서 이들의 교역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규제할 것인지는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패권의 이동까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이슈였다. 그런데 여기에 정보라는 새롭지만 강력한 생산 요소가 추가된 것이다. 필자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좀더 유리하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미국과 EU의 입장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 새로운 국제 교역 거버넌스의 미래를 가늠한다.(2장 ICT교역의 글로벌 거버넌스)


전자정부는 정부개혁이라는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새로운 기술은 낡은 제도를 새 것으로 바꾸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낡은 제도가 어디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고, 새로운 기술은 어떤 목적에서 어떻게 사용되는가, 나아가 이와 같은 작업을 누가 더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가는 살펴본다면, 같은 기술이 다른 제도와 문화를 만나 어떻게 구성되어가는지 살펴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전자정부를 통한 정부개혁은 이를 잘 살펴볼 수 있는 사례이다.(3장 전자정부와 정부개혁-미국과 중국의 사례 비교분석)


필자들은 정치, 경제, 사회구성의 단계를 지나 문화로 나아간다. 냉전이라는 단순 명료했던 기간이 끝나고 복잡한 양상으로 세계정치가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그 복잡한 양상에는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적 분쟁에서 문화가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등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가 대량으로 빠르게 만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의 모습을 지배, 충돌, 혼종, 공조, 공진화의 다섯 개의 틀로 정리해서 각각 어떤 차이와 의미가 있는지 밝히는 작업을 더불어 진행한다.(4장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과 세계정치)


앞서 말했던 텔레노벨라는 문화제국주의의 패러다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현상이다. 인도의 발리우드, 중국의 상하이 미디어 그룹 등은 주변부를 새롭고 강력한 미디어 수도로 자리 잡게 만들었고, 유튜브 같은 새로운 매체 역시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중심에서 주변으로만 향했던 화살표는 이제 전 세계 새로운 미디어 수도들끼리 상호영향을 주며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이는 세계정치에서 커뮤니케이션이 펼치는 새로운 양상이다.(5장 국제정치경제의 변화와 미디어 지구화론) 


분청(憤靑). 말 그대로 성난 젊은이라는 뜻이다. 민족주의적 감수성을 가지고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젊은이들을 말하는 이 용어는, 중국이 개입된 국제적 갈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티베트 문제에 대한 서구 언론의 보도 경향, 조어도(댜오위다오, 센카쿠 열도) 문제에 분청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이 UN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여하는 문제에 4천 만 명 이상의 반대서명을 받아 UN을 놀라게 했다. 동북공정의 일환인 고구려 역사 문제 역시 이들 분청이 참여하는 사이버민족주의의 대상이 되었다. 이와 같이 중국과 한국의 사이버민족주의가 어떻게 시작되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왔는지, 그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 역시 커뮤니케이션으로 보는 세계정치다.(6장 중국과 한국의 사이버민족주의 비교연구 서언)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은 국민국가를 단위로 이론화되었다. 만약 공론장 이론을 세계정치, 적어도 아시아에서만이라도 적용시킬 수 있다면 이것을 통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국민국가에만 적용시킬 수 있는 제약 조건들은 이것을 불가능한 상상이라고 평가절하한다. 필자들은 이런 제약 조건들을 극복하고 아시아에서 초국가적 공론장을 모색할 수 있는 고리로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를 검토한다. 특히 피해 당사자로서 한국이 참여했고, 다양한 문제들을 극복해온 실제 사례를 연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7장 커뮤니케이션, 초국가적 공론장, 그리고 초국가적 연대-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를 중심으로)


일곱 편의 글들은 기존 국제정치학의 프레임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현상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론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세계정치, 더 가깝게 동아시아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해법을 찾아갈 것인지에 대해 첨단의 실험을 진행한다. 



세계정치 시리즈


<세계정치>는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가 기획하는 작업이다. 한국의 국제정치학이 과도한 정책지향성을 극복하고, 세계정치의 보편성과 동아시아와 한국의 경험과 관점을 균형 있게 바라보면서 한국 국제정치학의 정체성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커뮤니케이션 세계정치>는 18번째 책이다.


1권 주권과 국제관계 / 2권 개념도입사 / 3권 세계정치와 제국 / 4권 세계정치와 동아시아 공간 / 5권 세계정치와 동아시아 안보구상 / 6권 자유무역협정의 정치경제 / 7권 문화와 국제정치 / 8권 이승만과 제1공화국 / 9권 지식네트워크와 세계정치 / 10권 국제사회론과 동아시아 / 11권 안보위협과 중소국의 선택 / 12권 동아시아 전통지역질서 / 13권 탈사회주의 체제전환 20년 / 14권 데탕트와 박정희 / 15권 글로벌 금융위기와 동아시아 / 16권 남북한 관계와 국제정치 이론 / 17권 동아시아에서 정책의 이전과 확산

편 :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최근작 :<글로벌 냉전의 지역적 특성>,<동아시아의 보편성과 특수성>,<국제정치학 방법론의 다원성> 

편 : 김상배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책임연구원, 일본 GLOCOM(Center for Global Communications)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정보화와 세계화를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연구 및 강의하고 있다. 논저로는 『네트워크 지식국가: 21세기 세계정치의 변환』(공편 2006), 『IT시대의 디지털외교』(2005),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 네트워크」(2007), 「정보화시대의 제국: 지식/네트워크 세계정치론의 시각」(2005), 「정보기술과 국제정치이론: 구성적 기술론과 정보세계정치론의 모색」(200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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