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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 자유

저자
스티븐 브라이어(Stephen breyer)  저, 이국운, 장철준  역
  • 가격

    17,000 원

  • 출간일

    2016년 03월 02일

  • 쪽수

    220

  • 판형

  • ISBN

    9791185617657

  • 구매처 링크

헌법은 쓰인 그대로 해석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판사가 개입할 여지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가?

문언주의 해석론에 대한 반론이자 민주주의 헌법의 목적으로서 제시되는 새로운 이론

현직 미 연방대법관 스티브 브라이어의 헌법 해석론 ‘역동적 자유(Active Liberty)’


스티븐 브라이어 vs. 안토닌 스칼리아

현직 미국 연방대법관 스티븐 브라이어의 헌법 해석론 『역동적 자유(active liberty)』를 우리말로 번역, 출간했다. 

지난 2016년 2월 14일, 미국 연방대법원 내에서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는 안토닌 스칼리아 연방대법관이 급작스레 사망했다. 미국 연방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종신직이기 때문에, 대법관의 임명은 임명 당시의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이냐 공화당 소속이냐에 따라 향후 짧게는 수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전 미국 사회에, 그리고 ‘미국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전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이다. 특히 2015년 5월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이 5:4로 이루어졌던 것을 감안할 때, 보수 성향인 스칼리아 대법관의 자리에 진보 성향의 대법관이 들어온다면 이후 진행될 판결들의 귀추가 더욱 주목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화당 의원들은 스칼리아의 후임 대법관 임명을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으니 차기 대통령이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연방대법관 임명을 막아보려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헌법조항을 문자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대선 이후로 대법관 임명을 미루자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고 전해진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은 흥미로운 논점을 제시한다. ‘헌법조항을 문자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은 명백히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주장을 겨냥한 표현인데, 이를 원전주의(originalism) 또는 문언주의(textualism)적 헌법 해석론이라 부를 수 있다. 이 책 『역동적 자유』의 논지는 이런 스칼리아 대법관의 해석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1994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대법관에 임명된 이른바 ‘자유주의 계열’의 대법관이며,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며 지난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의 한 주역이기도 하다.

헌법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문구대로, 쓰인 그대로 해석되어야 하며 그 이상의 해석은 개입되어서는 안 되는가? 아니면 어떤 다른 해석의 원칙이 존재하는가? 판사가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여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가? 만약 그렇게 되어 판사가 헌법의 문언적 한계를 뛰어넘는다면 곧바로 판사의 자의적 지배, 즉 사법 독재가 시작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지점에 스칼리아의 원전주의 또는 문언주의가 진보적 사법적극주의에 가하는 비판의 핵심이 있으며, 이에 대한 브라이어 대법관의 대답은 ‘역동적 자유’에 있다.

브라이어 대법관은, 최고법원의 판사는 헌법의 문언적 한계를 넘어 헌법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목적에 해석적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연방헌법은 ‘역동적 자유(active liberty)’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역동적 자유’는 시민들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많은 민주주의를 선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독특한 형식의 자유로서, 이는 미합중국의 헌정사 전체를 일관하여 두렷하게 관철되고 있는 ‘We the People’의 고유한 정치적 정체성이다. 따라서 브라이어에 따르면 헌법의 문언 속에서의 해석을 통한 문제해결이 불가능할 때, 최고법원의 판사가 ‘역동적 자유’의 실현을 위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고안해 제시하는 것은 불가피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료 시민들을 논쟁의 장으로 초대하는 연방대법관의 ‘스스로 과녁 되기’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진보 성향의 헌법 해석론을 풀어 설명한 데에 있지 않다. 현직 연방대법관이 재임 중에 연방헌법의 해석에 관해 자신이 취해 온 접근 방식을 헌법이론의 차원에까지 발전시켜 논증하고 있다는 점, 바로 그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개별 판례들에 적용된 헌법이론을 책으로 소개하는 사례는 한국에도 있지만, 현직 대법관이 시민들 앞에서 자신이 참여한 판결에 대해 정당화를 시도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대단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일이다. “판사는 오로지 판결로만 말한다”는 명제가 불문율처럼 되어 있는 법률가 사회의 생래적인 보수성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문언주의자들이 제기하는 사법 독재의 비판을 감수한 채, 성큼 ‘역동적 자유’의 실현에 나선 연방대법관은 이제 ‘역동적 자유’의 관점에서 동료 시민들의 평가에 완전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만약 그가 ‘역동적 자유’의 실현에 성공하여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게속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곧바로 ‘역동적 자유’를 추구하는 시민들에 의해 비판받고 나아가 버림받을 것이다. 이는 민주적 정당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연방대법관이 사법과정을 통해 ‘역동적 자유’의 실현에 나서게 될 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헌법정치적 부담이다. 연방대법관이 그와 같은 헌법정치적 부담을 회피하려 한다면, 사법은 결코 ‘역동적 자유’의 실현과정이 될 수 없다. 거꾸로 말한다면, 연방대법관은 그러한 헌법정치적 부담을 감수할 것을 전제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책의 독보적인 공헌은 브라이어 대법관이 단지 자신의 헌법이론을 주장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방대법원에서 첫 10년 동안 마주했던 논쟁적인 사건들에서 스스로 취한 입장을 그 관점에서 정당화함으로써, 자신의 몸을 동료 시민들에게 비판의 과녘으로 제공한다는 점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스스로 과녁 되기’를 통하여 브라이어 대법관의 몸은 이제 동료 시민들에게 ‘역동적 자유’의 실현과정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는 일종의 초대장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환경과 역동적 자유

‘정치의 사법화’가 항간의 용어가 된 것에서 알 수 있듯, 대한민국에서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민주적 정치 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했거나 해결할 수 없었던 난제들에 관하여 최종적인 결정권을 행사해 온 지는 제법 오래되었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우리의 최고법원 판사들은 과연 어떠한 헌법이론과 사법철학을 동료 시민들 앞에 최종적인 근거로 제시해 왔는가? 

헌법에 쓰여 있지 않은 수도의 존재를 관습헌법으로 정당화했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확인결정’(헌재 2004.10.21. 2004헌마554·556(병합), 소위 ‘관습헌법결정’)에서 보듯이 스칼리아 판사와 같은 보수적 문언주의자들조차 한국 사회의 사법과정에서 설 자리를 잃은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다. 게다가 최근 일부 정치적 사건들의 경우, 자의적으로 판단한 현실을 마치 헌법의 목적인 듯 가공하여 조악한 논변을 최종 결정의 이유로 내세우고, 이에 대한 비판도 법리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 혐오의 수준으로까지 고조되는 것 같다. 자칭 보수주의자들이 헌법 바깥의 정치적 목적을 사법적 최종결정에 녹여 내는 데 탐닉하고, 이에 대하여 자칭 진보주의자들이 헌법의 목적과 상관없는 당파적 비판과 혐오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사법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진보 진영의 상황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기실 대한민국의 현행 헌법을 문언적으로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사법의 보수화’ 및 ‘보수의 사법화’는 상당 부분 제어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동안 한국 사회의 자칭 보수주의자들이 헌법전 바깥의 정치적 목적을 내세워 온 까닭은 헌법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 함의를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보자면, 스티븐 브라이어가 이 책에서 설파하고 있는 사법철학은 자칭 보수주의자들을 헌법 문언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에 성공한 뒤, 진보적 사법적극주의가 어디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예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기득권층의 역사주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한 원전주의 또는 문언주의에 대항하기 위하여 그는 ‘역동적 자유’라는 헌법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와 같이 헌법 문언을 넘어서는 헌법정치적 부담은 다름 아닌 최고법원의 판사 자신이 감수해야 한다고 암시한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대한민국 사법의 현재보다는 오히려 미래에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되리라고 기대된다. 역자들의 세대는 헌법전 바깥으로 이탈한 자칭 보수주의자들을 일단 문언적 해석투쟁의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작업은 어디까지나 헌법해석의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에 불과하며, 그것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때는 곧바로 본격적인 사법철학적 투쟁이 개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그때 진보적 사법적극주의자들이 고려해야 할 대안적 헌법이론의 하나로서 이 책에서 스티븐 브라이어가 제시하고 있는 역동적 자유론은 미리 읽힐 수 있다.

사법과정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으로 남아 있는 한 스칼리아 대법관과 브라이어 대법관이 보여 주는 것과 같은 사법철학적 대립은 언제든 재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도무지 그와 같은 치열한 논쟁을 볼 수 없는 것은 그 자체로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가 아직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헌법의 전문은 대한민국 헌법의 주어가 ‘우리 대한국민’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 우리 대한국민들은 바로 이와 같은 사법철학의 결여라는 문제를, 대한민국 헌법 문언에서 더욱 또렷하게 확인되는 ‘역동적 자유’라는 목적을 전제로 반드시 함께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저 : 스티븐 브라이어(Stephen breyer)

미국 연방대법관. 1967년부터 1994년까지 하버드 로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호주 시드니 법대, 이탈리아 로마 대학교, 미국 툴레인 로스쿨에서 방문 교수로 활동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 수석판사직을 거쳐 1994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연방대법관으로 임명되었다. 헌법에 대한 실용주의적 노선을 취하며, 연방대법원 내에서 이른바 ‘자유주의 진영’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논쟁을 촉발한 미국 동성결혼 합헌 판결의 주역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는 Making Our Democracy Work: A Judge's View(2010), The Court and the World: American Law and the New Global Realities(2015)가 있다. 

역 : 이국운


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헌법, 법사회과학, 기독교 법사상 등을 전공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의정치포럼 등에서도 봉사하고 있다. 「한국 법조인 양성제도의 역사: 로스쿨 제도 이전」(2015), 「국가인권위원회 10년의 평가와 전망: 헌법정치학의 관점에서」(2012), 「국민에 의한 검찰권 통제: 검사장 직선제」(2012)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역 : 장철준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연세대학교 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코넬대학교 로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기본권론, 헌법소송법 등을 주로 강의하며,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의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헌법 이해를 연구 목표로 두고 있다. 『선거방송 자율심의를 위한 규범적 방법론 모색』(2013), 「취재의 자유와 언론의 책임: 헌법적 관점에서」(2015), 「빅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헌법과 사이버 안보」(2015) 등 다수의 논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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