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새로운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방향과 과제
우리나라는 국가가 국토의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실현할 의무가 있음을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정부 주도의 균형발전 정책들이 추진되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까지 격상시켰다. 최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10대 대선공약의 하나로 지역균형발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국가 지속발전의 선결 과제로서 지역균형발전의 중대한 역할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심각한 지역 간 불균형을 반증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이러한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기획되었다. 우선 역대 정부의 정책을 돌아보고 평가하는데, 이른바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에 기댄 지역 정책을 비판한다. 이 기조는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낙수 효과”는 미미했고, 지역 불균형은 심화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서 지역의 균형적 발전이 국가 발전의 원천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책의 실행 부분에서는 그간의 중앙집권적 방식이 갖는 한계를 지적한 후, 각 지역이 권한과 재원을 이양 받아 지역 발전을 주도하는 지역분권적 방식을 강조한다. 이러한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분야별 정책 방향을 두루 고찰하고 있다.
왜 다시 지역균형발전인가
1960년대 산업화 과정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농촌과 도시 간, 중소도시와 대도시 간, 경부축 지역과 나머지 지역 간, 서울과 나머지 지방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경제·사회·문화적 격차가 발생하였고, 이러한 격차로 인해 차별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지방에서 서울로, 그리고 서울이 포화가 되자 그 주변 수도권으로 이주하였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0% 가량이 도시에, 그리고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전체 인구의 약 20%가 수도 서울 한 도시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도시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화 현상은 산업화가 성숙된 다른 선진 국가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한 지역에만 집중하는 일극 집중 현상은, 도시 국가도 아닌 우리나라 정도의 국토 면적을 가진 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특수한 현상이다.
너무 지나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하여, 그리고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가의 의무인 국토 균형개발과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하여 역대 정부는 그동안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의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 정책을 펼쳐왔으며, 낙후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재정 투자를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도권 집중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농촌을 포함한 낙후지역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이 거의 대부분 떠나고 노령층만 남아서 미래의 희망이 없는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소도시 역시 수도권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도시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면 낙후지역 주민들의 삶의 기회 박탈과 소외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지역 간 갈등을 유발시켜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발전지역의 성장만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 일극의 성장만으로 국가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것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새삼스러운 ‘균형발전’논쟁
일각에서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그동안 별 실효성이 없었던 균형발전 정책을 포기하고, 세계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에 더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지역정책으로부터 촉발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적으로 균형발전의 의미에 대한 논쟁이 있다. 즉, ‘균형’의 의미에 대한 논쟁이다. 균형발전을 경제학적 균형으로 보는 논자들은 균형발전이 불가능한 목표이며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본다. 반면 균형발전론자들은 균형발전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입법, 행정, 사법부가 견제를 통한 ‘균형’을 이루듯이 각 지역이 각자의 역사, 문화, 산업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밖에 균형발전 당위성을 둘러싼 논쟁,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있으나 근본적으로 균형발전을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논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설사 균형발전의 필요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간 선후문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간 단위 설정 문제, 다핵형 국토 공간구조 전략의 실효성 문제, 지방분권에서의 행정구역 개편 문제, 지역균형발전에서의 수도권의 역할 문제, 지역 내생적 발전전략의 유효성 문제 등 많은 논쟁거리가 산적해 있다.
새로운 정책 방향: 지방분권적 균형발전
이 책의 집필자들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던 전문가들로서 ‘균형발전’의 필요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논점을 같이하였다. 즉,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된 이유 중 하나는 국가 전체의 총량적 목표 달성을 위하여 각 지역이 단지 수단으로 취급되었던 국가 중심적 사고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암묵적으로 지배해 왔던 사고 방식은 국가가 발전하면 지역은 저절로 따라서 발전한다는 이른바 위로부터의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에 대한 확신이었다. 그러나 국가는 발전했어도 그 발전의 혜택이 지역적으로 고르게 분배되지 못했다. 국가 발전을 선도하면서 발전한 지역도 있었지만 발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지역도 많았다. 또한 지역 간 불균형 발전으로 인하여 국가 전체의 미래 발전 잠재력이 약화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국가 발전이 지역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발전이 국가 발전을 가져 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각 지역이 모두 고루 발전하면 국가는 저절로 발전하는 아래로부터의 “샘물 효과(trickle up effect)”를 기대해야 한다.
필자들은 지금까지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를 중앙집권적 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지역 발전을 위한 권한과 재원을 중앙정부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지역은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중앙정부의 사업 및 예산 지원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이 결과 중앙정부의 지역 발전 사업 선정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과 지역주의 발생, 여기에 편승한 정치권의 무분별한 대규모 국책사업 남발, 이로 인한 지역 사업의 성과 부진과 예산 낭비, 지방정부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지향해야 할 새로운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권한과 재원을 이양 받은 각 지역이 스스로의 책임하에 지역 발전을 주도하는 지방분권적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집필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제1부에서는 우리나라 지역 불균형의 역사와 실태, 그리고 이러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역대 정부가 수행해 왔던 균형발전 정책들을 총괄적으로 평가하고, 제2부에서는 앞으로 균형발전 정책이 나아갈 방향과 대안을 각 분야별로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막 출범한 새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입안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이 책의 논의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저 : 강현수
중부대학교 교수 |
저 : 김석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저 : 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
저 : 여형범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저 : 이정협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저 : 정준호
강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부동산학과에 재직 중이다. 옥스포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 득했으며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을 역임했다. 최근 연구로 『뉴노멀』(공저), 『한국의 민 주주의와 자본주의: 불화와 공존』(공저), 『진보의 대안: 자본의 민주화와 역량중진정치』(공역) 등의 저서가 있다. 주요 관심사는 소득 및 자산의 불평등, 부동산시장의 동학, 그리 고 산업과 혁신 차원에서 바라보는 발전론 등이다.
저 : 조기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