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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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윤리와 소설 교육
- 저자
- 정진석 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가. 이 이야기는 얼마나 진실한 삶을 보여 주는가. 아이들은 어떻게 그 삶의 진실을 경험할 수 있는가. 한편 그 이야기에 비춰 나는 잘 살고 있는가. 내 삶은 아름다운가. 나는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
이야기, 특히 소설을 읽고 가르치는 모든 공간에서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중요한 질문이다. 세계와 불화하다 끝내 패배하는 인물의 운명, 그 패배를 기록함으로써 말할 수 없는 것마저 증언하려는 이야기꾼의 목소리, 때로는 그 목소리를 방관자나 이긴 자에게 내주면서도 끝내 패배한 자에게 거두지 않는 작가의 시선. 이에 대한 체험과 경청에서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를 묻고 또 응답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그 질문의 답을 구하는 여정은 우리가 삶을 반성하고 또 새롭게 기획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 책은 문학 교실에서 읽는 자의 윤리학을 수립하기 위해 함께 묻고 답해야 할 질문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질문이 문학 교실에서 새롭거나 처음 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학교육에 대한 고민과 함께 시작한 오랜 질문으로 때로는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다만 이 책에서는 이 오랜 질문이 낡았음에도 여전히 본질적인 것이며 다양하고 새롭게 대답할 수 있는 것임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삶의 반성과 기획을 확장하고 심화할 수 있도록 질문들을 체계적으로 배열하고 좀 더 세공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I장에서는 좋은 삶에 대한 소설 교육의 논의와 실천을 살폈다.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소설 교육 연구에서는 소설 읽기와 윤리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기 시작하는데 이 연구는 이러한 소설 교육의 윤리적 전회(ethical turn)에 대한 반성적 검토에서 출발한다. II장에서는 윤리적 가치 중심의 소설 읽기를 위한 이론을 고찰하였다. 소설과 윤리의 관계는 이제 소설론과 윤리학 양편 모두의 관심사이다. 여기에서는 소설론의 성과와 윤리학 의 통찰에 기대어 윤리적 가치 중심의 소설 읽기의 개념과 특징을 밝히고 수행 구조의 토대가 될 원리를 제안하였다. III장에서는 윤리적 가치 중심의 소설 읽기의 수행 구조를 구안하였다. 소설 읽기에서 삶의 반성과 좋은 삶의 기획은 단일화된 주제의 암기나 표준화된 요소의 분류가 아니라 인격적 주체로 서의 작중 인물, 서술자, 작가, 다른 독자와 상호 작용하는 소통과 체험에 기반을 둔다. 이를 ‘허구 세계에서 윤리적 가치 갈등의 체험’, ‘서사적 소통에 서 윤리적 가치 위계의 탐구’, ‘해석 공동체에서 윤리적 가치 전유의 반성’으로 나눠 수행 단위로 삼고자 하였다. 한편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만드는 것 은 아니며 좋은 날 하루가 봄을 만드는 것도 아니듯이(아리스토텔레스)” 한 번의 소설 읽기로 삶의 반성과 기획을 종결하거나 좋은 삶을 완성할 수 없다. 문학 교실의 존재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학습자의 소설 읽기가 막연하거나 자기 지평에 갇힐 때 교사는 학습자가 자신의 지평을 반성하면서 소설의 지평과 보다 잘 융합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IV장에서는 국어교육학과 문학교육학의 목표론, 방법론을 참고하여 윤리적 가치 중심의 소설 읽기 교육을 위한 전제, 목표, 방법을 제시하였다.
저 : 정진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춘천교 대, 서울대, 상명대, 건국대에서 강의하였으며,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연구원을 거 쳐 현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저로 『언어·문학 영재교육의 가능성 탐구』(공저), 『근대, 삶 그리고 서사교육』(공 저), 「소설 이해로서 서술자의 신빙성 평가에 대한 연구」, 「소설교육에서 소통론의 실천 양상에 대한 비판적 고찰」, 「소설 읽기의 윤리와 소설교육의 실천 방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