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문학교육에서 독자와 독자 간의 소통은 간과되거나 부수 적으로 다루어진 경향이 있다.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텍스트와 독자 간 소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존재했고, 문학에 대한 독자 간 소통은 저자의 권위나 해석 정전의 영향력하에서 이루어지는 제한적 활동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독자 간 소통에 대한 소극적 대처는 문학 교실에서 학습자들 간, 학습자와 교사 간 소통의 부재로 이어졌다.
이 연구는 그러한 교실에 대한 관찰로부터 시작되었다. 문학 교실에서 아이들이 용기를 내어 내놓은 해석들이 벽에 부딪쳐 튕겨 나가는 일, 아이들에게 자기 해석을 하도록 독려하고 그들의 해석을 존중하려 애쓰며 심지어 스스로 텍스트를 해석하려는 교사임에도 정작 수업 상황에서는 그 해석들을 배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가가 궁금했던 것이다. 탐색 결과,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학습자의 미숙함이나 교사의 무능이 아니라 교육 내용과 방법의 부재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탐구가 부재한 상황이 문제적 현실을 낳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석소통은 문학 교실에서 학습자와 학습자, 교사와 학습자가 문학 텍스트에 대한 자기의 해석을 자유롭게 표명하고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해석을 비판하기도 하고 발전적으로 성장시키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전에는 토론이라는 용어로 포괄하기도 했고, 문학 영역의 특수성을 부 각하여 문학토론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람직하고도 능동적인 학습 환경의 구성을 위해 교사와 학생을 동반자로 간주하는 범교과 토론(Debate Across the Curriculum, DAC)이나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 같은 교수법이 널리 주목받고 있는 현시점에도 문학 영역의 특수성을 전면적으로 다루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석소통은 문학 영역의 특수성과 참여자의 역할을 표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용어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해석소통이라는 용어를 거점으로, 해석소통이 문학교육에서 갖는 의미, 해석소통의 이론과 구조, 그리고 교육적 실천 방안에 대해 다루고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I장에서 문학교육의 흐름을 반성적으로 고찰하고 그러한 흐름 속에서 해석소통의 좌표를 설정하기 위해 해석소통의 개념과 특성에 대해 서술하였다. II장에서는 해석소통의 이론을 마련하기 위해 해석소통의 단위를 설정하고, 각 단위별 해석소통의 경험 내용은 무엇이고 해석소통 참여 주체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밝혔다. III장은 소설 텍스트를 매개로 벌어지는 해석소통의 실제 사례들을 분석함으로써 해석소통의 구조를 규명하였다. 해석소통의 방향 탐색과 해석 주체 간 상호 교섭, 해석 지평의 조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구체화하였다. IV장은 해석소통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주로 다루었다.
저 : 이인화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의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서울대, 홍익대, 경인교대 등에서 강의를 하였고, 현재는 한국교육과 정평가원에서 부연구위원(위촉)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저로는 「해석소통의 교과서 구현 양상에 대한 비판적 고찰」(2014), 「생태주의 문 학교육의 실천 방향: 생태 공동체로서의 해석 공동체를 모색하며」(2013), 「교사 교육 내 용으로서 문학 수업 대화 방법 연구 시론」(201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