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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고고학 입문

저자
사이먼 J.M. 데이비스(Simon J.M. Davis)  저, 이선복  역
  • 가격

    25,000 원

  • 출간일

    2014년 09월 19일

  • 쪽수

    288

  • 판형

  • ISBN

    9791185617114

  • 구매처 링크

서기전 6460년 늦은 가을 어느 날, 


덴마크 동부에서 옛 야생소인 오록스 한 마리가 숲가를 뚫고 뛰쳐나와 작은 호수의 가장자리를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어깨 부위 높이가 약 1.85미터이고 무게는 거의 1톤이 나가는 이 거대한 짐승은 치명상을 입고 있었다. 소규모 사냥꾼 집단이 도망가는 이놈을 추적해 적어도 열두어 발의 화살을 맞혔던 것이다. 죽어가던 황소는 사냥꾼과 상처의 고통 둘 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틀거리며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동물의 시체는 호수 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았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사냥꾼과 자연의 영력 둘 다를 벗어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호수의 퇴적물이 시체와 그것을 죽인 화살들을 서서히 덮었다. 이후 그 뼈와 화살촉들은 교란되지 않은 채로 8000년 넘게 잔존했다.

1983년 덴마크의 한 농부가 자기 땅 안 습지 부분의 물을 빼기 위해 도랑을 파고 있었다. 그의 삽은 도랑 바닥에서 옛 오록스의 거대한 머리에 부딪쳤다. 오록스는 야생소로서 오늘날의 가축 소보다 훨씬 크며 덴마크에서 서기전 3000년경에 멸종했다. 이 농부는 코펜하겐 동물 박물관에 연락했고 그 발견물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단이 나왔다. 더 많은 뼈가 땅속에 있음이 분명했다. 발굴이 실시되었고 이 거대한 놈의 완전한 유골이 드러났다. 발굴자들이 이 작업을 주도면밀하게 벌였고 퇴적물을 체질했기 때문에 이 동물의 등과 뒷부분 속에서 작은 플린트제 투사용 첨두기들을 여러 점 발견했다.

이 오록스의 유골은 그 거대한 플라이스토세 절멸 소의 유체가 잘 보존된 사례이자 동물고고학의 고전적 사례이다. 그리고 거의 사라져버릴 뻔했던 과거의 특정한 순간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일깨워주는 실물이다.


동물고고학이란


동물고고학은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된 동물 유체, 즉 뼈, 이빨, 뿔, 상아, 가죽, 터럭, 비늘, 조가비 등에 대한 연구를 말한다. 고고학에서 동물 관련 자연 유물은 동물 유체라고도 하며, 그래서 동물고고학자는 때때로 동물상 분석가라고도 불린다. 동물고고학자는 과거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를 관심사로 삼고, 모든 종류의 동물을 연구한다. 포유동물, 새, 물고기, 파충류, 양서류와 더불어 연체동물과 여타 무척추동물도 연구 대상이다. 

동물고고학자는 동물들이 약취되었는지, 사냥되었는지 아니면 길러졌는지, 동물이 어떻게 도살 해체되었는지, 육류가 식단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동물이 언제 죽었는지, 동물의 순화 과정은 어떠했는지 등의 질문에 답한다. 동물고고학자는 작은 뼈 조각으로부터 동물의 속과 종을 동정해낼 뿐만 아니라 동물의 나이와 성별, 어떤 이유로 뼈가 조각났는지, 뼈 일괄이 얼마나 많은 동물 개체를 대변하는지 판정할 수 있도록 훈련받는다.

학자들은 동물을 동정하면서 동물고고학의 동물들에 대해 일정하게 학명, 즉 라틴어 이름을 쓰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동일한 속과 종을 다루고 있음을 서로 알게 하자는 것이다. 동물상 연구는 어떤 동물을 사냥하고 먹었으며 어떤 비율로 그랬는지 보여줄 수 있다. 또 동물상 분석은 다 큰 놈과 어린 놈 사이의 비율 및 암컷과 수컷 사이의 비율에 대한 추산치를 줄 수 있다. 사슴과 같은 한 종에서 특정 나이 집단이 우세하다면 이는 특정 계절 사냥 혹은 선택적 사냥이 행해졌음을 가리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적에 석 달에서 여섯 달 된 사슴들이 큰 비중으로 남아 있다면 이는 그 동물들이 주로 가을에 잡혔음을 시사하는데 사슴은 봄에 새끼를 낳기 때문이다.

동물 유골의 특정 부위가 있고 없고는 그 동물이 도살 해체된 방식을 나타낼 수 있으며 또 그 동물을 인간이 사는 곳에서 해체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죽인 후 스테이크와 두껍게 베어낸 고깃점을 거주지로 갖고 왔는지 보여줄 수도 있다. 긴뼈의 깨어진 정형은 골수를 꺼내 먹기 위해 의도적으로 깨뜨렸음을 드러낼 수 있다. 뼈에 남은 자른 흔적들을 분석해보면 해체 기법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든 동물을 반드시 먹을거리로만 사냥한 것은 아니었다. 뿔, 털가죽, 뼈, 가죽 같은 먹을거리가 아닌 부위들 또한 도구와 장비를 만드는 데 이용된 중요 재료였다.



고고학 핸드북 시리즈 3 <동물고고학 입문>


이 책의 주제인 동물 뼈는 고고학 유적을 발굴할 때 거의 항상 발견되고 있다. 오늘날 고고학자들은 동물 유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동물고고학은 고고학 유적을 연구함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적에서 발견되는 고대동물의 유해는 우리 조상들의 식료품 찌꺼기일 뿐만 아니라, 환경과 생활양식, 특히 사람과 동물 사이의 관계가 어떤 성격인지 말해주는 흥미로운 정보를 풍부히 제공해준다. 


<동물고고학 입문>이라는 이름의 이 책은 1987년 초판이 발간된 The Archaeology of Animals의 번역서이다. 이 책을 번역한 것은 동물 유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찾기 힘든 우리 사정에서, 동물고고학의 여러 면모를 소개해주고 있어 관련분야 입문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동물 유해 연구에 관심이 있는 고고학 전공자 및 일반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책의 구성은 동물고고학 성립과 관련된 학사적 배경을 서장에서 소개한 다음, 1장에서 4장에 걸친 제1부에서는 고고동물 자료의 기본적 성격, 뼈와 이빨의 발생학 및 해부학적 특징, 고환경 해석 및 유적 점유시기의 연구를 중심 주제로 삼아 주요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 제5장에서 제8장에 걸친 제2부에서는 구체적인 연구사례를 살펴보고 있으며, 각 장은 인류 진화와 동물사냥 여부의 판단, 가축의 기원, 가축화의 확산 및 영국에서의 동물고고학 연구를 큰 주제로 다루고 있다. 


서장에서 저자는 서구에서 동물 유해에 대한 연구는 고고학을 비롯한 박물학(즉 자연사)과 관련된 여러 분야 학문과 동일한 배경을 갖고 성립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후 고고학의 발전과 더불어 유적에서 발견되는 동물 뼈는 고고학 자료의 편년이나 가축의 등장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설명하는 자료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1장은 살아 움직이던 동물이 동물고고학 연구자의 눈앞에 있는 고고동물 자료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준다. 저자는 유적에서 발견된 뼈가 연구 자료가 되기까지 수많은 변형과정을 겪는다는 점에 유의할 것을 강조하며, 치밀한 자료 수집의 중요성과 뼈의 동정과 관계된 여러 문제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제2장은 동물 뼈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만 하는 골격 각 부위의 해부학적 특징과 발생학적 기초지식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이는 동물의 연령 파악 및 종의 동정에 대한 출발점이 되기 때문에, 관계 내용의 숙지는 동물 뼈 연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제3장에서 저자는 고고동물 자료가 과거의 환경조건 복원에 중요한 단서가 됨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즉, 특정 종의 존부 여부, 종의 빈도, 개체의 크기와 형태 등이 기후와 식생을 비롯한 인간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자연환경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말해줄 수 있는지 유럽, 아프리카, 근동,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제4장은 동물 뼈에서 보이는 해부학적, 발생학적 특징으로부터 유적점유의 계절성을 어떻게 유추할 수 있는지, 또 상이한 자료가 계절성 해석에서 서로 상충되는 양상일 경우에는 모순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물고기와 조개껍질 분석을 통한 유적점유의 계절성 연구는 특히 패총 유적과 관계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는 분야라 여겨진다.


제2부를 여는 제5장에서 필자는 동물 뼈에 남겨진 인간행위의 흔적 해석과 관련된 사냥의 존부여부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또 인류의 확산과 동물의 멸종 사이의 상관관계를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거대동물상의 멸종에 대한 설명은 인류 진화사 연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문제이다.


제6장은 문명의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가축동물의 기원을 다루고 있다. 양/염소에 대한 설명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근동지역 고대문명의 기원이라는 인류문화사의 거대한 문제와 직결되는 내용이다. 또 방법론과 관련된 내용으로서 가축화가 이루어졌음을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증거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제7장은 6장의 내용에 이어 고기가 아닌 젖과 울 및 축력 같은 동물의 이차적 이용 및 말이나 낙타, 라마 등을 비롯한 보다 늦은 시기에 가축이 된 동물의 가축화 문제를 다루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인 제8장에서는 영국의 동물고고학 연구 상황을 구석기시대부터 시작해 가까운 과거에 이르기까지 긴 시기에 걸쳐 통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영국의 사례는 동물고고학 연구가 얼마나 다양한 문제를 접근하고 있는지, 또 문헌기록의 내용을 어떻게 보충해주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등자의 사용이나 페스트의 확산, 토끼 보급 등에 대한 설명은 동물 뼈 연구가 생활사의 복원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말해준다.


 

저 : 사이먼 J.M. 데이비스(Simon J.M. Davis)

저자: 사이먼 J.M. 데이비스(Siimon J.M. Davis)

 

1950년 영국 런던에서 출생하여, 1971년 University College, London을 졸업(동물학 전공), 1978년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후기 플라이스토세 대형 포유동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환경 복원, 가축화의 기원, 가축 동물의 변화 및 뼈 계측을 통한 동 물 분류 문제를 중심으로 영국, 이스라엘, 키프로스, 이란 및 포르투갈에서 동물고고학 연구를 수행하였고, 현재 포르투갈과학원 고고학연구소 동물고고학 연구실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역 : 이선복

서울대학교 고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 조교수로 부임해 2022년 정년퇴임하였으며, 재직 중 한국,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발굴을 지휘했다. 주로 구석기 시대 연구에 관심을 기울였고, Current Anthropology, Science, Nature를 비롯한 국내외 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발표하였다. 주요 저역서로 고고학 개론(1988), 동북아시아 구석기 연구(1989), 이선복 교수의 고고학 이야기(1996, 2005), 벼락도끼와 돌도끼(2003), 구석기 형식분류(번역, 2012), 방사성탄소연대 측정법(번역, 2013), 동물고고학 입문(번역, 2014), 고고층서학의 기본원칙(번역, 2016), 인류의 기원과 진화(2, 2018), 지질고고학 입문(2018), Archaeology of Korea(2022) 등이 있으며, 한국 고고학 강의(2007, 2010) 편찬에 집필과 책임편집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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