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비교연구의 틀로 본 조선시대 회화
조선시대는 한국 미술 역사상 회화가 가장 발달한 때로서 도화서를 통해 배출된 뛰어난 화원들과 사대부 문인화가들이 많은 작품을 창작하였다. 독창적인 화풍이 형성되었으며,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조선시대 회화의 형성에 주변과의 교류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우리 회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출신 회화사 연구자들의 스터디 모임인 동아시아회화연구회는 한국 미술과 중국, 일본 미술과의 비교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번에 『조선시대 회화의 교류와 소통』라는 책을 통해 연구 성과를 일반에 공개하였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회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한 9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교연구의 틀은 중국 문학과 화보, 회화작품의 소장 등으로 세분된다. 이외에 조선시대의 문헌기록과 화평 등을 재분석하여 특정 화가들의 위상이나 서화 인식 등을 살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초상화의 특정 유형에 관한 분석, 채용신과 그 후손에 관한 새로운 자료 소개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의 회화사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줄 연구 성과를 담고 있다.
조선 회화사 연구의 다양한 방법론
이번의 연구 성과들은 조선시대 회화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방법론을 거의 망라하면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고 있어 앞으로 후학들에게 도움이 되며, 새로운 연구에 자극과 촉발제가 될 것이다.
I장 “회화를 통한 소통: 새로운 맥락으로 보는 한일회화교류”는 조선 국왕(國王)이 일본에 선물로 보낸 영모도와 조선 중기 선비화가 최명룡(崔命龍)의 「하경산수도」 등에 관한 전래 경위와 화풍, 관련 기록 등을 통해 일본에 소장되어온 조선시대 회화작품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는 앞으로 일본에 현전하는 잊혀진 조선시대 회화작품의 발굴과 연구의 활성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II장 “송시열과 노론계 인사들의 유복본 초상화 제작”는 17세기 이후에 유행했던 유복본(儒服本) 초상화에 관해 논의한다. 송시열과 그 일파, 노론계 인사들의 초상화를 바탕으로 정치적, 사상적 배경이 초상화 제작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다룬다.
III장 “『십죽재서화보』와 조선 후기 회화 문화의 변화”는 『십죽재서화보』가 강세황과 주변 문인들에게 미친 영향을 살핀. 중국의 여러 화보들 중에서 『십죽재서화보』는 화조화의 제작에 크게 기여하였고, 이를 통해 조선 후기의 많은 화가들이 도움을 받았음을 실증적으로 파악했다.
IV장 “김홍도의 문인 표상의 화가 이미지 연구”에서는 김홍도의 그림과 강세황의 화평으로 이루어진 현존 작품을 중심으로 합작품의 양산 시기와 특징을 살핀다. 스승에서 후원자, 동료로 관계가 변화하며 평생 교유한 두 사람의 위상을 기존 문헌을 재분석으로 추론한 시도는 새로운 접근으로 흥미롭다.
V장 “조선 후기 소상팔경도에 대한 고찰”는 조선시대의 소상팔경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중국 작품과의 관련성을 부각시킨다. 조선시대 회화 연구에 있어서 중국과의 교류관계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소상팔경도는 고려 중반 무렵 전래되어 조선 말기까지 그려진 친숙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조선 후기의 양상은 그다지 많이 연구된 적이 없다.
VI장 “조선 후반기 이백 시문의 회화표현과 취태백도”는 문인의 문학세계와 미술과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다.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이백(李白)의 시문과 일화가 18~19세기의 회화작품에 어떤 형태로 시각화되었는가에 관해 논의하였다.
VII장 “연경재 성해응의 서화취미와 서화관 연구”는 규장각 검서관을 지낸 성해응(成海應)의 문집에 포함된 「서화잡지(書畵雜誌)」라는 새로운 화론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서화 인식과 감평 활동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 시도는 기초 문헌자료의 발굴과 연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VIII장 “석지 채용신의 호남지역에서의 활동과 작품”에서는 채용신의 호남지역에서의 활동과 작품들에 대해 다룬다. 이를 통해 채용신의 작품세계뿐 아니라 지역 인물들과의 교유관계까지 살펴본다. 그가 가족들과 운영한 도화소 공방과 작품의 주문방식과 제작과정, 그리고 새롭게 발견된 후손들의 작품과 화풍 등에 관한 논의를 담고 있다.
IX장 “조선 말 신선도의 양상과 성격”은 안중식과 조석진의 신선도가 개화기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양식, 도상, 기능적 측면에서 어떠한 특징과 양상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본다. 더불어 안중식이나 조석진의 도석인물화에 보이는 새로운 도상의 연원이 19세기 후반 상해에서 발간된 화보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어 회화사 연구의 시기를 근대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저 : 박은순
덕성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한국미술사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주립대 연구원 및 강사, 일본 세이조대학교 초빙교수, 도쿄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외국인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 교육과학기술부 인문사회학술연구사업 추진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및 문화재연구소 평가위원, 한국미술사학회 총무이사 및 역사학회 이사, 사단법인 온지학회 회장, 한국고지도연구학회 회장, 덕성여자대학교박물관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위원, 우현학술상 운영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 『금강산도 연구』, 『공재 윤두서』,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그림』, 『금강산 일만 이천 봉』, 『진경산수화를 완성한 화가 정선』 등과 공저로서 『조선 후반기 미술의 대외교섭』, 『그림에게 물은 사대부의 생활과 풍류』, 『한국지도학발달사』, 『표암 강세황』, 『왜관으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 등이 있고, 이외에 다수의 논문을 저술하였다.
저 : 박해훈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