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빅데이터, 사이버 안보, 난민 문제를 바라보는 국제정치학의 새로운 시각
신흥권력 중국의 부상과, 초국적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위험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복잡계 이론과 네트워크 이론의 국제정치적 적용과 중견국 한국의 전략 모색
21세기 세계정치의 최대 화두인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정치·군사적인 의미에서 본 새로운 도전국가 또는 지역패권의 등장인가? ‘세계의 공장’으로서 새로운 산업대국의 도전인가? 아니면 더 나아가 전통 동아시아 천하질서의 부활인가? 적어도 포괄적인 의미에서 21세기 세계정치에서는 중국이 그야말로 신흥권력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신흥권력으로서 중국의 부상에 주목하는 논의의 이면에는 세계정치에서 벌어지는 권력변환에 대한 관심이 깔려 있다. 최근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이에 걸맞은 군사력과 외교력, 그리고 소프트 파워까지 갖추고 미국의 세계패권에 도전할 것이냐가 주요 관건이다. 그런데 이러한 권력변환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대 국민국가들의 부국강병 게임을 중심으로 국제정치를 보았던 전통적인 시각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편, 최근 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또 다른 주제는 기존의 전통적인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초국적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위험의 부상이다. 탈냉전, 지구화, 정보화, 민주화 등의 현상을 배경으로 출현한 이러한 위험들은 예기치 않은 천재지변 외에도 인간이 개발한 기술시스템의 오류나 사회 시스템의 위기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년여 동안 동북아에서 발생한 사례만 보아도, 중국발 스모그와 미세먼지의 초국경적 피해,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사태,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미.중 사이버 갈등, 동남아와 한국에서 발병한 사스(SARS)와 메르스(MERS)의 확산, 북한의 인권과 탈북자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여태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종류의 재난을 야기할 가능성을 증대시켰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 내 여러 요소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된 복잡계 현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분야의 안전 문제를 넘어서 국가안보 전반에 피해를 주는 새로운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책은 복잡계 이론과 네트워크 이론에서 개발된 다양한 이론적 논의들을 반영한 ‘신흥권력’, ‘신흥안보’ 개념과 이를 통한 빅데이터, 사이버 안보, 난민 문제 등 최근 세계정치의 주요 화두에 대한 분석을 제시한다. 미국, 중국, 동남아 등 한국과 정치적, 지리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여러 최신 이슈들에 대한 분석을 담아 한국의 외교정책 및 새로운 시장 개척의 활로 모색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흥권력’과 ‘신흥안보’의 시선으로 탐구한 열 개의 질문
이 책에서는 미래 세계정치의 경쟁과 협력을 엿보게 하는 열 개의 주제가 신흥권력과 신흥안보라는 두 개의 범주로 나뉘어 다루어졌다.
제1부의 다섯 편의 논고는 ‘신흥권력의 세계정치’를 다루었다. 주로 21세기 글로벌 패권을 겨루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빅데이터와 지수(index)뿐만 아니라 표준경쟁과 지적재산권 및 반(反)지적재산권 운동 등의 사례들을 다루었다.
제1장 “빅데이터의 세계정치와 국가전략”은 오늘날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장 중요한 현상으로 거론되는 빅데이터의 신흥권력적 의미를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다루었다. 빅데이터의 개념적 특성과 기원, 신흥권력이 국제정치학과 만나는 접점, 빅데이터의 출현이 세계정치에 미치는 영향과 각국의 국가전략의 방향을 논구했다.
제2장 “지수(index)의 세계정치: 메타지식의 권력”은 지수의 생산과 유통 및 소비 과정에서 작동하는 신흥권력의 성격과 그것이 세계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신용평가기관의 지수, 국가경쟁력 지수, 대학순위평가, 학술지 인용색인 등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을 살피고 이들이 신자유주의 질서의 재생산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분석했다.
제3장 “인터넷 플랫폼 경쟁과 중국의 도전”은 21세기 선도부문인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표준경쟁의 시각에서 다루었다.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와 같은 중국 기업들의 약진과 이를 뒷받침하는 중국형 제도모델의 가능성을 분석하고 중국형 표준의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했다.
제4장 “미중 지적재산권 갈등의 세계정치”는 정보통신산업이나 인터넷 서비스, 제약업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과 이들 기업활동의 제도적 환경을 제공한 양국 정부 행위자들 간에 벌어진 지적재산권 갈등을 분석하였다. 기존에 주로 경영학이나 국제법학의 연구주제였던 지적재산권의 문제를 국제정치학의 분야로 끌어들여서 신흥권력으로서의 성격을 탐구하였으며, ‘중국형 카피레프트(copyleft)’의 가능성과 자기한계를 분석했다.
제5장 “반(反)지적재산권 운동의 세계정치”는 제4장에서 제기된 카피레프트 담론의 신흥권력으로서의 의미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오늘날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국가들의 권위는 이전만큼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행사되지 못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 분야에서 국가의 권위가 미치지 못하는 균열과 공백, 그리고 이 틈새를 타고 부각된 반지적재산권 운동의 성공과 한계를 다루었다.
제2부는 ‘신흥안보의 세계정치’를 다루었다. 사이버 안보, 보건안보, 난민안보, 환경안보 등의 사례를 다루었는데, 동아시아 및 글로벌 공간에서 신흥권력으로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사례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으며, 부분적으로 아태 지역의 호주와 싱가포르의 사례를 다루는 총 다섯 편의 논고를 담았다.
제6장 “중국의 사이버 안보 전략: 안보화 이론의 시각”은 이른바 코펜하겐 학파의 안보화 이론의 시각을 원용하여 중국의 사이버 안보 전략을 분석하였다. 미국의 전략에 대한 분석에 그친 기존 연구의 경향을 넘어서 중국의 사례를 이론적·경험적으로 탐구하려 시도했으며, 특히 안보화 이론을 원용하여 중국 지도자들의 사이버 안보 관련 발언들을 중심으로 사이버 안보 문제가 어떻게 안보화되고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는지를 추적하였다.
제7장 “중국의 보건안보 거버넌스: 사스(SARS)의 사례”는 2002~2003년에 발생한 사스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보건안보 거버넌스의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중국이 사스 위기 시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사스 위기를 극복한 점에 주목하고, 비국가 행위자를 아우르는 국가 행위자의 ‘네트워크 거버넌스’의 역할을 탐구하였다.
제8장 “동아시아 난민안보와 중국의 탈북자 정책”은 동아시아 난민안보의 대표적인 사례인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을 네트워크 이론의 시각에서 다루었다. 중국의 탈북자 정책을 ‘구조적 공백 확대하기’의 전략, 즉 인권 레짐들이 다룰 수 있는 범위 자체를 좁히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함으로써 자신이 이행해야 하는 인권적 의무들을 축소시키는 전략의 일환으로 바라보았다.
제9장 “난민문제와 호주의 중견국 외교 전략”은 1999년부터 2001년 사이 호주와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난민 위기가 발생하였을 당시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호주가 전개하였던 중견국 외교 전략을 네트워크 이론의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당시 최대 피해국이었던 호주가 다자협력 주도를 통해 자국의 안보를 증진하고 더 나아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역적 공동대응의 표준을 세우는 데 기여함으로써 배타적 국익과 공익(共益)을 모두 성취하고자 하는 의도가 존재했음을 밝혔다.
제10장 “환경안보와 연무방지 거버넌스: 싱가포르 전략의 사례”는 아세안 지역 차원의 위협이라 할 수 있는 초국경적 연무를 해결하기 위한 아세안의 노력을 싱가포르의 역할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2014년 인도네시아 의회가 무려 12년간 지연되어왔던 아세안 연무방지협정을 비준하게 되기까지 싱가포르의 다층적 외교전략이 어떠하였으며 이를 통해 한국의 외교전략이 나아가야 할 길을 탐색했다.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연구 네트워킹 작업
이 책은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 김상배 교수가 박사·석사·학사 과정 학생들과 진행한 공동작업의 결과물이다. 2010년 2학기부터 ‘네트워크 세계정치’와 ‘정보세계정치’라는 주제로 공부를 시작한 이후, 『거미줄 치기와 벌집 짓기: 네트워크 이론으로 보는 세계정치의 변환』 (한울 2011), 『정보세계정치의 이해: 역사와 쟁점 및 전략의 탄생』 (한울 2013), 『네트워크 시대의 외교안보: 중견국의 시각』 (사회평론아카데미 2014), 『제3세대 중견국 외교론: 네트워크 이론의 시각』 (사회평론아카데미 2015) 등을 출간했으며, 다섯 번째 작업으로 이 책 『신흥권력과 신흥안보: 미래 세계정치의 경쟁과 협력』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번 작업은 두 그룹의 학생들이 ‘신흥권력’과 ‘신흥안보’를 주제로 진행한 연구를 하나의 구도로 결합하는 형태로 완성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며, 학부생들의 완성도 높은 논고가 다수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학문 후속세대의 생생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은이
고은송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 학사과정
김유정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 석사과정
박 민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 학사
신승휴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 석사과정
윤정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 박사과정
이수경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학사과정
이은솔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학사과정
채나예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 학사과정
최정훈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학사
편 : 김상배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책임연구원, 일본 GLOCOM(Center for Global Communications)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정보화와 세계화를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연구 및 강의하고 있다. 논저로는 『네트워크 지식국가: 21세기 세계정치의 변환』(공편 2006), 『IT시대의 디지털외교』(2005),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 네트워크」(2007), 「정보화시대의 제국: 지식/네트워크 세계정치론의 시각」(2005), 「정보기술과 국제정치이론: 구성적 기술론과 정보세계정치론의 모색」(200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