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활자기피 시대, 스스로 책장을 넘기지 않는 아이들을
문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새로운 문학수업 모형과
온작품 읽기 중심 수업 실천 사례 제시
아이들의 독서 환경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지만 그들의 독서 실태는 역설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지만 책을 읽지 않는 이른바 의사문맹(혹은 책맹, aliteracy) 현상은 국어교육과 문학교육 분야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문학작품이 개인의 성장에 있어 유용한 가치를 갖는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책 읽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독자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책과 점점 거리를 두며 그 결과 독서능력의 개인차 역시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문학수업이 아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아이들과 책 사이에 가로놓인 독서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책 읽어주기와 문학토의를 연계한 문학수업은 스스로 책장을 넘기지 않는 아이들을 문학의 세계로 들어서게 하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수업에서 학급의 구성원들은 함께 책을 읽으며 텍스트가 건네는 질문에 대해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시야를 넘어서는 확장된 인식에 도달할 뿐 아니라 이야기 속 인물에 대해 사려 깊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감동의 공동체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책 읽어주기와 문학토의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다루어지지 못했다. 책 읽어주기와 문학토의의 연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교사는 좋은 작품을 선정하고, 작품에 담긴 미학적?윤리적 가치에 대해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적절한 질문을 제기하며, 문학토의라는 소통의 공간에서 아이들의 개인적 반응이 활발히 공유되고 심층적인 의미를 형성하는 데 다양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그러한 교육적 실천이 지향하는 철학적 기반을 이해할 때 실천의 방향은 길을 잃거나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책 읽어주기와 문학토의를 연계한 수업’의 철학적 기반과 세부적인 준비 사항, 의미 있는 실천 사례,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 초등학교 문학수업의 이론과 실천 방법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개별 문학 텍스트가 지닌 고유한 미적 특성과 주제 의식을 반영하는 질문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텍스트 분석과 질문 구성 과정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질문을 토대로 실행한 문학토의에서 나타나는 이 시대 아동 독자들의 반응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문학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이 수업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특히 이 책은 자아와 타자가 서로를 존재 기반으로 하여 대화적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내는 바흐친의 대화주의를 사상적 토대로 하고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과 긴밀한 관련을 맺는 비계(scaffolding) 이론을 방법론으로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문학수업의 이론적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그러한 이론적 기반 위에서 읽기 전-중-후 활동 및 문학토의를 위한 언어적 비계 등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논의하고 나아가 실제 수업에서 제출된 아동의 문학반응과 그 교육적 가치에 대한 해석을 제시한다.
아울러 이 책은 초등교육 현장에서 온작품 읽기를 꾸준히 실천해 온 여러 선생님들의 수업 사례와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어서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한 학기 한 작품 읽기’ 수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저자는 문학수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정립할 것을 제기하면서, 문학수업이 “언어의 기능을 가르치고 문학의 이론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수업의 주체로서 문학적 경험을 통해 자아와 타자, 세계를 탐구하는 자리”라고 말한다. 2장에서는 저자가 새로운 문학수업 모형으로 제시하는 책 읽어주기와 문학토의 수업에서 각각의 활동이 지닌 특성과 전개 과정을 구분하고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책 읽어주기는 읽기 전과 읽기 중 단계에서 텍스트의 특성과 의미를 인식하고 반응하도록 촉진하며, 문학토의는 아동이 토의 화제를 제안하고 그에 대해 아동 간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텍스트의 잠재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초점이 있다. 3장에서는 두 개의 구체적인 수업 사례를 제시한다. 책 읽어주기와 문학토의를 연계한 수업을 통해 아동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텍스트가 제기한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텍스트에 대한 의미 형성이 심화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4장에서는 교사 주도 토의에서 아동 주도 토의로의 이양을 위해 언어적 비계를 설정하여 수업을 실시한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수업이 실제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본다. 5장에서는 새로운 문학수업을 위해서는 예비교사를 길러내는 과정에서부터 어린이책을 즐겨 읽고 비평적인 시각을 갖추도록 돕는 공식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교사들이 문학수업을 실천할 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교과서에서의 변화를 시도해볼 것을 제안하며 아동주도의 문학토의가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제시한다. 각 장의 끝에는 '더 읽어볼 이론'과 '더 읽어볼 자료'를 덧붙여 새로운 문학수업을 실천할 교사들이 이론적 토대를 갖추고, 아동문학 텍스트를 선정하며 교재를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저 : 남지현
경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춘천교육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문학교육 석사학위를,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교육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서 그림책 비평으로 등단하여 아동문학비평을 하고 있다. 춘천교대, 경인교대에서 국어교육과 아동문학 강의를 하였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저로는 『그림책이 내게로 왔다』(공저, 2011), 「교사 주도 문학토의와 아동 주도 문학토의의 차이점 연구」(2015), 「대화주의에 기반한 문학토의 수업의 구조화 연구: 비계 설정을 중심으로」(2016, 박사학위논문), 「심층적 의미 형성을 위한 문학토의의 비계 연구」(2016), 「권윤덕 그림책의 서사 양상 연구」(2016), 「백희나 판타지 그림책의 환상성 연구」(2016), 「책 읽어주기와 토의의 연계를 통한 문학 수업 실행 연구」(2016), 「책 읽어주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동의 서사 수용 양상」(2017), 「상호텍스트성에 기반한 시 읽기 교육의 구체화」(2017), 「정비석 소설 『고원』의 해방기 텍스트적 양상 연구」(201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