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중국에서 인류가 등장한 이후 서기 220년 한나라가 붕괴할 때까지의 역사를 폭넓고 깊이 있게 다룬 책이다. 현대 중국 사회와 문화의 뿌리인 이 형성기 중국 문명에 대해 저자는 지난 30년 동안 이루어진 고고학 발굴과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새롭고도 의미 있는 해석을 시도한다. 문자 언어의 기원, 국가의 출현, 관료제, 법과 통치, 제국의 형성, 예술의 변천상, 그리고 사회질서에 대한 철학적 탐색 등의 주요 주제를 다루면서 고대 중국 문명의 형성 과정을 역사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서술한다. 다양한 범위의 새로운 시각 자료도 담고 있는 이 책은 중국 역사와 문명의 기초에 관심 있는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고고학 발굴의 최신 성과 반영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도 중국고대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의 하나는 좋은 학습 교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의 집필도 고학년 학부생과 대학원생 그리고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고대 중국을 다룬 교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비슷해 심재훈 교수(단국대 사학과)가 ‘추천의 글’에서 “한국의 대학에서 중국고대사를 강의하는 분들은 누구나 교재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20세기 중반 이래 화수분처럼 출토 문물을 쏟아내고 있는 중국의 최신 고고학 상황을 반영하는 개설서가 사실상 국내에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Early China(『중국고대사』)가 출간돼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중국 고고학 발굴의 최신 성과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로엘 스터크스 교수(케임브리지대)는 “리펑의 저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이 분야의 최근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고고학 자료를 능숙하게 활용한 점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한다. 심재훈 교수 역시 “역사의 여명기부터 한 제국까지를 포괄하는 이 책은 2012년 출간 당시까지의 고고학 성과를 충실히 활용한 구미 최고의 중국고대사 개설서”라고 찬사를 보낸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의 하나는 저자가 역사학자이자 중국과 일본에서 폭넓은 고고학 발굴 경험을 가진 활동적인 고고학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역사적 통찰력으로 중국 여명기를 개괄적으로 서술
이 책의 또 하나 특징은 한 저자가 여명기 농경생활의 시작부터 서기 220년 한나라의 멸망까지 중국 문명의 형성 과정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긴 시대를 공동 저술이 아니라 혼자 힘으로 개괄적으로 서술하는 작업은 저자도 인정하다시피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거나 모험적일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그 책에서 다루는 특정 시대나 주제에 관해 훨씬 오랜 경험을 갖춘 학자들의 잠재적 비판 대상으로 스스로를 노출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단독 저술을 감행한 것은 “문명 발달의 큰 흐름에 대해 보다 높은 수준의 이해에 도달하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전체적 흐름은 역사 논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할 때 비로소 파악할 수 있는데, 통상 다른 이론 틀에 의거하여 상반된 견해들을 고수하는 여러 저자들의 공동 작업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 책이 “중국 고대 문명의 역사에 대하여 적어도 일관적인 서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데이비드 펜키나이어 교수(리하이대)는 이에 대해 “중국 고대의 방대한 분량의 사회, 문화, 역사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저술을 위해서는 2천년에 걸친 문헌과 고고학 자료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영어로 저술할 수 있는 역사학자 중 리펑 교수만큼 뛰어난 능력과 역사적 통찰력을 갖춘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저술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고대사』는 위대한 성과물이다”라고 격찬한다.
사회 이론으로 고대 중국 문명의 형성 궤적 이해
한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을 비교론적 틀로 인류 보편적 경험의 일부로 연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믿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으로 변모하는 고대 중국의 사회적 발전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하면서 그 발전에 기여한 정치적, 문화적 제도를 살펴보고 있다. 중국의 자료를 사회발전의 일반이론에 적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 이론을 이용하여 고대 중국에서의 중요한 변화가 갖는 의미를 추출함으로써 그 문명의 궤적을 일관되게 이해하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이 속해 있는 케임브리지대 출판부의 학술총서 ‘아시아 역사의 새로운 접근방법(New Approaches to Asian History)’의 취지에도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본다. 12권으로 기획된 이 총서의 지향점은 학계의 최근 성과를 묶어 유럽을 서쪽 경계, 태평양 연안을 동쪽 경계로 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각 시대별로 이루어진 획기적인 사건과 발전을 소개하는 것으로, 관련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중국 고대 조망
그동안 우리나라에 소개된 중국고대사 서적 중에 서구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영어로 쓰인 책을 번역한 사례는 많지 않다. 역자 이청규 교수(영남대 문화인류학과)는 “중국에 대한 서구 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대해서는 얼핏 생각하기에 언어상의 장애로 인하여 문제가 있다는 의구심을 갖기 쉬우나, 역사적 사실을 세세하게 숙지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디 걸리는 한계가 있을지 몰라도 서양 혹은 유럽과 비교 접근함으로써 세계사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역자는 이 책이 “서구 학자들의 관점을 반영하면서도 그들이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현재 진행 중인 중국어 번역본보다 앞서 출간되는 이 한국어판은 중국고대사를 공부하는 사학과 고고학 전공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 : 리펑
리펑 李峰 Li Feng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중국의 고대사와 고고학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에서 석사, 미국 시카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일본 도쿄대학에서 수학한 바 있다. 역사학자이자 고고학자인 그는 청동기 명문과 서주시대 역사에서부터 초기 국가, 관료제, 문자의 비교해독, 지역 간의 문화 관계, 사회발전이론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그는 또한 중국과 일본에서 폭넓은 유적 현장조사 경험을 가진 활동적인 고고학자이기도 하다. 최근의 주요 저서로는 Landscape and Power in Early China(2006), Bureaucracy and the State in Early China(2008) 등이 있다.
역 : 이청규
서울대학교 고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 고고학전 공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서울대학교박물관, 호암미술관(현재 삼성미술관 리움) 연구원을 거쳐, 제주대학교 사학과 교수를 역임하였 으며, 현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의 청 동기와 철기시대를 주로 연구하였으며, 특히 영남과 제주도의 지역 고 고학에 관한 글을 쓴 바 있다. 또한 같은 시대의 중국 동북지역과 일본 구주와의 관계에 대해서 중점 두어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도 고고학 연구』, 『다뉴경과 고조선』(근간), 『요하문명의 확산과 중국동북 지역의 청동기문화』(공저), 논문으로는 「청동기를 통해 본 고조선과 주 변사회」, 「영남지방 청동기문화의 전개」, 「요동과 한반도 청동기문화의 변천과 상호교류」, 「한일 청동기의 비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