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지구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본 환경 이슈
21세기에 들어 환경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만큼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앞으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 문제가 등장할 수도, 혹은 획기적인 기술 발전과 행위자 간 입장 조정에 따라 해결이 요원해 보였던 문제가 손쉽게 풀릴 수도 있다. 환경문제는 다른 지구정치의 쟁점들과 더욱 유기적으로 엮이기 시작했고, 향후 지구적 권력관계에서 환경 쟁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혹은 환경문제를 둘러싼 대응 노력이 주요국들의 권력관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누구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환경 문제는 지구정치학의 거의 모든 영역에 편재하기 시작하게 되었으며, 이는 지구환경정치의 본격적 작동을 웅변해 주고 있다.
이 책, 『지구환경정치의 이해』는 환경정치연구회와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복합안보센터가 함께 노력하여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환경정치연구회는 국내 환경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자발적인 독회와 연구모임으로 수년간 지속되어 왔는데, 이번 작업을 통하여 그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되었다. 앞으로 환경정치연구회가 국내 환경 이슈와 관련된 포괄적이면서도 정치한 논의와 토론을 이끄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환경 이슈의 중요성이 그간 많은 논자들에 의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되어 왔지만 ‘지구정치’의 관점에서 접근한 시도는 비교적 드물었다. 『지구환경정치의 이해』는 지구정치의 관점에서 환경 이슈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더 깊이 있고 포괄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지구환경정치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단정하기 어려우며 결국 다양한 행위자들이 다양한 차원에서 어떻게 문제에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행위자들이 누구이며, 그들의 특성은 무엇인지,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적 변수들은 무엇이며, 이들이 환경 문제에 대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이슈들이 환경 이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변수들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등을 살펴본다.
책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지구환경정치의 기원과 전개를 역사, 이론, 규범, 행위자 및 레짐의 차원에서 추적하고 있다. 2부는 지구환경정치의 주요 쟁점을 살펴보기 위하여 환경 문제가 시장, 무역, 기술·에너지, 안보, 개발협력, 인권·노동·복지 등과 같은 제 측면들과 어떻게 결부되면서 어떤 논점을 제기하고 있는지 추적하고 있다. 3부에서는 지구환경정치를 국민국가와 지역 수준으로 내려 구체적인 문제와 대응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제1장(“지구환경정치의 역사”)에서 신상범은 지구환경정치의 역사를 개관한다.
제2장(“지구환경정치에서의 정의와 규범”)에서 이재현은 지구환경문제는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문제와 그로 인한 환경피해에 대한 해결에 대해 추적하였다. 환경 불평등과 관련된 갈등의 정렬(arrangement of conflicts)의 문제와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와 관련된 가치의 배분(allocation of values)의 문제가 중심에 있다. 이런 문제의식하에 2장은 환경정의의 개념과 특징을 환경담론과 철학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환경정의와 관련된 원칙과 규범을 국제환경협약에서 나타난 주요 원칙들(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원칙, 지속가능성의 원칙 등)과 연관 지어 살펴본 후, 기후변화와 관련된 갈등적 사안과 문제를 기후정의(climate justice)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제3장(“지구환경정치의 접근법과 이론들: 국제정치의 패러다임을 중심으로”)에서 한희진은 지구환경정치에서 주요 행위자인 국가들 간의 협력과 분쟁을 이해함에 있어 국제정치학의 다양한 패러다임과 이론들이 어떻게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본 장은 다양한 국제정치의 이론 들 중에서 세 주류 패러다임을 이루고 있는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가 어떤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성립 되었으며 어떤 행위주체들을 주요 분석 단위로 하는지, 또한 그들 행위주체들 간의 상호작용 및 그에 따른 결과들을 어떻게 묘사, 설명, 예측하는지 소개한다.
제4장(“지구환경정치의 주요 행위자들”)에서 박혜윤은 지구환경정치를 이에 참여하는 주요행위자들의 관점에서 지구환경정치에 접근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온난화와 같이 전 지구적 대응을 요구하는 의제들에 있어 국가나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기업, 초국적 시민사회단체, 인식공동체와 같은 비국가행위자들도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개별 국가, 기업, 시민단체들이 보유한 특수성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본 장에서는 일반론에 입각하여 각 행위자별 특성과 관련 쟁점 사안을 소개하여 지구환경정치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독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본서 2부와 3부에서 다루게 될 지구환경정치의 다양한 이슈와 국가 사례에 나타난 행위자들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로 지평을 넓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제5장(“다양한 환경 레짐과 국제협력”)에서 이혜경은 국제환경레짐은 과학계나 시민사회의 경종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논의를 거쳐 생성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체로 국제사회는 환경이라는 대의에 공감을 하면서도 레짐의 논의 과정에서는 국익에 기반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게 되고, 그 결과 국제환경 레짐은 개발과 환경, 선진국과 개도국 등의 상반된 이해를 반영하느라 국제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채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제6장(“시장과 환경”)에서 이재현과 조정원은 공공재인 대기, 수자원을 중심으로 하는 환경오염은 전형적인 시장실패의 문제이며,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과 시장 매커니즘의 활용이 모두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정치적 대안 제시와 정부의 개입 정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논의를 전개한다.
제7장(“환경과 무역”)에서 김성진은 환경과 무역의 관계를 다루면서, 자유무역 규칙에 있어 환경이라는 변수가 장차 어떤 변화를 야기할지에 대해 다양한 분쟁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본 장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제3절의 다섯 개 WTO 환경 분쟁 사례이다. 5개의 사례를 통해 자유무역의 원칙과 환경보호의 요인이 어떤 식으로 충돌했고, 또 어떤 식으로 해결되었는지에 대해 상세히 다루었다. 다섯 개 사안은 각각 온실가스 요인의 동종상품 판단기준 적용 여부, 온실가스가 대기오염 물질인지의 판단 여부, 온실가스 배출이 국경세조정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 국가의 기후변화정책 추진에 있어서 보조금 지원의 문제, 그리고 선진국과 개도국 환경분쟁 구도의 근본적인 변화이다.
제8장(“환경과 개발협력”)에서 박혜윤은 종종 동전의 양면과 같이 인식되곤 하는 경제 성장과 환경 문제를 논한다. 특히 필자는 본 장에서 지난 수십 년간 국제사회가 환경과 개발의제를 어떻게 연계해 왔으며,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떠한 대응체제를 마련하고 있는지 국제개발협력체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제9장(“환경과 안보”)에서 신범식은 환경과 안보의 상관성에 대한 이론적 접근과 함께, 사례연구를 통해 환경문제가 다양한 사회적 요인과 결합하였을 때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환경 문제가 안보화 되었을 때의 대응 방식에 대해 분석수준을 구분하여 바라보고자 한다.
제10장(“환경과 인권”)에서 정하윤은 환경과 인권은 환경을 누리는 인간의 보편적이고 기본적 권리라는 점에 주목한다. 환경권은 지역, 민족,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환경 계급차별, 인종차별, 젠더 차별, 세대문제, 남북문제 등 다양한 형태로 환경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 전 지구 차원의 다양한 행위자들은 환경불평등 문제를 환경정의와 연결시켜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인권을 연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환경난민, 젠더, 노동 등이 포함된다.
제11장(“환경과 기술”)에서 이태동은 환경-에너지 문제에 있어 기술의 역할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우선, 환경 문제 대응에 있어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 논하고, 다음으로 환경 문제 대응에 있어서의 기술의 역할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살펴본 뒤, 환경-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술의 국제 협력을 다룬다. 필자는 환경과 기술의 국제 협력은 단순히 기술 이전, 특히 기계 장치나 하드웨어로서의 기술을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넘어서서, 국가의 민간 부문 및 공공 부문의 행위자들이 공동으로 기술을 연구, 개발 및 도입하는 공동연구개발(collaborative research and development)의 단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제12장(“선진국의 환경정치”)에서 정하윤은 선진국들의 환경정치와 관련하여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의 환경정치를 사례와 함께 논하고 있다.
제13장(“개발도상국의 환경정치”)에서 조정원은 주요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인도의 경제, 산업 중심지인 광저우와 구자라트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로컬 거버넌스를 비교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의 환경, 기후변화 거버넌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연무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협력 사례 분석을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초국경 환경 문제를 인접 국가들과 시민 사회가 참여하는 다자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14장(“한국환경정치의 과제”)에서 신상범은 한국 환경정치의 전개과정을 소개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이 책의 결론과 함의를 논의하고 있다. 비록 갈 길은 멀지만 이미 시민사회의 참여와 지방정부의 자율성이 지구환경정치의 대세가 되고 있고 동북아시아 주요 3국 중 한국이 이러한 발전의 지역 리더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환경정치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저 : 신범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국립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MGIMO) 정치학 박사
2021, 『러시아의 사이버안보』 (서울: 사회평론아카데미)
2020, “지정학적 중간국 우크라이나의 대외전략적 딜레마.” 『국제·지역연구』
2020, 『중앙아시아 이슬람의 현재: 정치·사회·경제적 선택』 (파주: 한울아카데미)
2020, 『(북·중·러 접경지대를 둘러싼) 소지역주의 전랙과 초국경이동』 (서울: 도서출판 이조)
2017, 『유라시아의 심장 다시 뛰다』 (서울: 진인진)
저 : 신상범
연세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저 :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 : 한희진
부경대학교 글로벌자율전공학부
저 : 박혜윤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저 : 이혜경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사
저 : 조정원
한양대학교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전임연구원
저 : 김성진
한양대학교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전임연구원
저 : 정하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여 동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유영국의 회화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에서 1980년대 상하이의 추상미술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대 등에 출강하며 중국과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저 : 이태동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특훈교수이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환경-에너지-인력자원 연구 센터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및지역계획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세계 도시와 기후변화(Global Cities and Climate Change: the Translocal Relation of Environmental Governance, Routledge 출판사)를 주제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된 관심사로 도시의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을 국제관계와 비교정책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환경-에너지 정치, 마을학개론, 시민사회와 NGO 정치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마을학개론』(2017), 『우리가 만드는 정치』(2018), 『환경-에너지 리빙랩』(2019)과 같은 저서를 학생들과 함께 출판하였다. 정치 스타트업인 (주)우주청: 우리들의 주민청원의 대표이사로 온라인 시민 참여 플렛폼(www.ourlocalpetition.co.kr)과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