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민족과 국가를 초월한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그 의미와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문화유산의 개념에서부터 유형별 특징과 관련 제도, 정책, 보존과 활용 문제 등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다룬 문화유산학 개론서이다. 이론과 실무 면을 균형 있게 다루고, 최근의 문화재관련법 개정 내용과 세계적인 연구 성과와 경향도 빠짐없이 담아냈다. 문화유산학 전공 학생들의 기본 교재는 물론, 문화유산 부문 종사자와 일반 교양인들에게도 유용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한국의 산사’ 세계문화유산 등재
지난 6월 말 통도사 등 7개 사찰이 한국의 산사란 명목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탁월성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창덕궁 등 세계유산 13건,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등 인류무형유산 19건, 조선왕조실록 등 세계기록유산 16건을 보유한 문화유산 강국으로 부상하는 한편, 문화유산이 국제적으로 민족과 국가를 초월한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받아들여져 그 의미와 중요성이 더해지게 되면서, 문화유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보다는 활용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박물관이나 미술관, 평생교육기관 등에서 각종 문화강좌를 진행하면서 전공자는 물론 일반 교양인들의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 증대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유산의 최신 정보와 제도, 정책 등을 담아낸 종합적인 개론서의 출간이 요구됨에 따라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청을 거쳐 대학에서 다년간 문화유산학 강의를 해 온 저자는 자신의 연구와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먼저 문화유산의 개념 이해와 분류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문화유산’이란 말은 최근 들어 ‘문화재’의 대체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는 용어이다. 1970년 유네스코 문서에는 ‘문화재(Cultural Property)’란 용어가 사용되었는데 1972년 문서에는 그 대신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이란 용어가 쓰였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어원적으로 문화재는 문화(Culture)라는 단어와 재산(Property)이란 두 단어가 합쳐진 말로, “학문, 예술, 사상, 종교 등 사람의 행위에 의해서 창조된 문화 가운데 경제적인 가치를 지닌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세기 서양의 호고주의에서 출발한 이 개념에서 재산적 관점보다 유산적 관점을 중시하는 것이 바로 문화유산 개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나아가 문화재가 특정 민족이나 국가 등에 속한 사회적 자산이라면, 문화유산은 민족과 국가를 초월한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이란 용어가 주로 통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문화재란 용어가 법률적 개념으로 인정되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를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것이라고 정의하고,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문화재로 분류한다. 이는 유형별 특징에 따라 나눈 것인데, 실제 문화재의 분류 기준은 다양하다. 문화재는 개념에 따라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뉘며, 성격에 따라 건조물, 기념물, 유적, 유물 등으로 분류되고,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분류 기준에 따르면 세계유산, 인류무형유산, 세계기록유산 등으로 구분된다.
문화재 정책에서 활용까지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 ‘문화유산의 정의와 행정의 변천’에서는 문화유산의 개념과 분류 체계를 자세히 분석하고, 광복 이전 우리 문화유산의 수난과 아픔에 이어, 광복 이후 현재까지 문화재 행정의 근간이 되는 문화재보호법의 제정 등 법적 제도화와 문화재청의 설립 등 문화유산 관리 정책의 발전 과정을 자세히 서술한다.
2부 ‘유형별 문화유산 다루기’는 이 책의 핵심인 9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형문화재, 사적, 건축문화재, 등록문화재와 미래유산, 수중문화유산을 포함한 매장문화재, 무형문화유산, 자연유산의 순서로 설명한다. 그리고 최근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등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세계유산 제도의 허와 실, 우리 것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반출되어 있는 국외문화재의 환수 문제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각각의 문화유산을 살펴보면서 저자는 전문가는 물론 일반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느낄 법한 제도상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구체적인 사례들을 곁들여 설명하기도 한다.
3부 ‘이제는 활용이 대세다’에서는 문화유산의 활용 문제와 이와 관련한 대중고고학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활용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와 그것을 올바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원칙, 그리고 국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의 활용 방안들을 살펴보고 있다.
제대로 알고 다가가는 문화유산이 되었으면…
과거 문화유산은 쉽게 다가가기 어렵고, 어떻게든 손상되지 않도록 고이 모셔 두어야 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런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그 누구도 더 이상 범접할 수 없는 신성물이라거나 보물 같은 존재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화유산은 그만큼 우리 곁에 가까이 있고 낯설지 않은 친근한 존재가 되었다. 저자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끼게 되는 것’이 문화유산이라며, 이 개론서를 통해 친숙하기만 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제대로 알고 다가가는 문화유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동안 문화유산 서적은 행정 부문 종사자가 주로 집필했는데, 이 책은 고고학자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문장이 유려하고 쉬울 뿐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를 적절히 다루고 있어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간 적당한 교재가 없어 강의자가 자체 제작 프린트물이나 PPT, 문화재청 자료집을 활용해야 했던 대학과 박물관, 평생교육원 등의 문화유산학 강의에 최적화된 책이다. 나아가 준학예사·문화재수리기술자 시험 준비생, 문화유산 부문 종사자, 문화유산에 관심 있는 일반 교양인들에게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은이 소개
신희권은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학예연구관을 거쳐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장,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연구과장,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장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에서 고고학과 문화유산학 등을 강의하며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풍납토성 발굴조사를 주도하면서 백제의 국가 형성과 도성 제도 연구를 시작하였고, 경복궁 광화문과 숭례문 발굴을 책임 조사한 이래 조선시대 궁궐과 한양도성으로 연구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문화재전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논저로 『한양도성 서울을 흐르다』(2016), 『금석문으로 백제를 읽다』(공저, 2014), 『성곽 조사방법론』(공저, 2013), 「중국의 발굴과 보고서」(2017), 「고고유적 활용 방안 연구」(2014), 「백제 한성시대 도성제도에 관한 일고찰」(201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