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서로주체적 통합’을 남북관계의 개선과 통일 추진 과정의 기본 원칙이자 방향으로 정립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한마디로 격변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냉온탕을 오가는 남북미 관계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한반도 평화와 통합의 길목에는 이번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재검토 사태와 같이 무수히 많은 혼란과 난관들이 가로놓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마음 졸이며 일희일비해야 할까. 남북 통합의 원칙과 방향, 나아갈 비전이 있다면 좀더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신간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통합』이 남북 평화통합의 길에 작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목적은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북한이 함께 준수할 원칙과 방향을 수립하고 이론적 개념에 기반한 비전을 모색하는 데 있다.
원칙과 미래상의 부재, 규범과 비전의 결여로 남북한 관계는 적대와 교류협력 사이를 오가고, 우리 사회 내 남남갈등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남북한의 관계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양상이 되풀이되어온 저간의 역사는 남북한 정권의 정책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상대방에 대한 자세에서 일관된 철학적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
이 책에서 저자는 ‘서로주체적 통합’을 남북관계의 개선과 통일 추진 과정의 기본 원칙이자 방향으로 정립한다. ‘서로주체’는 ‘홀로주체’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너와 나의 만남의 방식이나 자세를 지칭한다. 서로주체적 만남은 너와 내가 서로의 주체성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동등한 주체로 만난다.
서로주체적 통합의 원칙을 정립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나와 다른, 너무나 다른 상대방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며, 그것이 어디까지 가능한가? 상대방이 나를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데 왜 내가 상대방을 주체로 인정해야 하는가? 상대방이 나의 존속을 위협할 경우 어떻게 서로주체적 관계를 수립할 수 있는가? 이러한 인식을 상대방도 동일하게 갖는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또, 상대방의 주체성에 대한 인정이 주민 개개인의 주체성을 억압하고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주권을 가진 상대방의 내부 문제에 대해서 묵인해야 하는가, 아니면 주민들의 존엄을 위해서 개입해야 하는가?
이와 같은 질문들에 대해서 이 책이 모두 답할 수는 없다. 다만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서로주체적 통합이라는 기본 원칙을 남과 북의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름의 개념과 유형들을 개발해서 남북한 관계의 개선을 위한 방향을 정립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