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우리 학계에 대한 빚을 조금이나마 갚게 되어 후련하다”
지질고고학은 아마도 많은 고고학 전공자들에게 이름은 익숙하지만, 무엇을 연구하는 분야인지 물어본다면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는 분야일 것이다. 실제로 지질고고학은 물질로서의 유물 및 유적과 관계된 거의 모든 문제와 관계되는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지질고고학 연구는 아직 체계적으로 소개되지 못한 형편이다.
<입문>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지질고고학이 다루는 기본적 사항들을 저자의 경험과 지식에 입각해, 고등학교를 마친 이라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그야말로 입문 수준으로 쉽게 풀어나간 내용이다.
곧 정년을 맞이하는 저자는, “고고학에서 이처럼 중요한 분야를 소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의무감으로 이 책을 집필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질고고학이 정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씨앗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책의 구성
오늘날 구미의 유수한 대학에서는 대학원 고고학 전공과정에 지질고고학이 독립과목으로 개설되어 있다. 그 내용은 학교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학기당 15주 수업을 기준으로 대체로 과목 설명, 퇴적환경, 퇴적환경 각론, 토양과 퇴적물, 지형 판독, 연대측정, 원격탐사, 현장수업 등의 핵심주제를 중심으로 강의와 사례 소개 및 실습이 이루어진다. 그런 만큼 개론서는 일반적으로 그러한 주제와 함께 주제별 연구에 필요한 방법과 기법을 연구 사례와 함께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최근에 간행된 책일수록 그 내용이 점점 더 자세하고 복잡해지는 추세이다.
지질고고학을 소개하고자 하는 책이라면 그러한 구미의 개론서만큼은 다루지 못해도 여러 관련 내용을 포괄적으로 다루어야 옳겠지만, 아직 연구가 출발점에 서지도 못한 우리 형편에서는 복잡한 내용을 정리해 한 권으로 묶기도 어렵거니와 외국의 연구사례 소개는 그리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이 책은 지질고고학의 모든 면모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개론서라기보다는 지질고고학의 연구목적과 방법에 대한 초보적 소개를 도모하는 안내서로서, 지질고고학 연구가 다루는 주요 주제와 관련된 개념을 소개하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주로 퇴적과 변형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고학 유적의 지질환경과 맥락의 이해와 관련된 몇 가지 주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지질고고학의 연구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는 입문서로 구성하였다. 퇴적물과 토양의 개념과 특징을 살펴보고, 다시 차례대로 층서, 퇴적 영력으로서의 중력과 유수 운동, 그리고 기타 자연 영력과 인간의 활동이 고고자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는 임진강 유역에서의 연구 사례를 통해 지질고고학 연구의 현황에 대한 저자의 소회를 피력함으로써 마무리에 대신한다.
저 : 이선복
서울대학교 고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 조교수로 부임해 2022년 정년퇴임하였으며, 재직 중 한국,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발굴을 지휘했다. 주로 구석기 시대 연구에 관심을 기울였고, Current Anthropology, Science, Nature를 비롯한 국내외 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발표하였다. 주요 저역서로 『고고학 개론』(1988), 『동북아시아 구석기 연구』(1989), 『이선복 교수의 고고학 이야기』(1996, 2005), 『벼락도끼와 돌도끼』(2003), 『구석기 형식분류』(번역, 2012), 『방사성탄소연대 측정법』(번역, 2013), 『동물고고학 입문』(번역, 2014), 『고고층서학의 기본원칙』(번역, 2016), 『인류의 기원과 진화』(제2판, 2018), 『지질고고학 입문』(2018), Archaeology of Korea(2022) 등이 있으며, 『한국 고고학 강의』(2007, 2010) 편찬에 집필과 책임편집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