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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중국문학 속의 동식물

저자
팽철호  저
  • 가격

    20,000 원

  • 출간일

    2018년 11월 20일

  • 쪽수

    213

  • 판형

    규격외 변형

  • ISBN

    9791188108848

  • 구매처 링크

잘못 전해진 오래된 상식을 바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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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의 백이와 숙제가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 죽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들이 실제로 먹었던 것은 콩과식물이었다. 시경과 초사에 등장하는 난도 오늘날 흔히 재배되고 있는 난초가 아니라 등골나물 종류였으며, 진나라의 장한이 그것을 먹기 위해 벼슬을 버렸다고 하는 노어는 바닷물고기인 농어가 아니라 담수어인 꺽정이라는 물고기였다.

이 책은 이와 같이 중국문학에 등장하는 동식물을 한국에서 본래의 것과는 다른 동식물로 오인하고 있는 것들을 다수 찾아내어 그 실체를 규명한 연구서이다. 중국문학에 등장하는 동식물 명칭에 대한 한국 중국문학계의 오류를 시정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의 상당수는 한국의 권위 있는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보면 그것들은 한국 중국문학계를 넘어 한국 식자층들의 상식과 관련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잘못 알려져 전해지고 있는 상식을 바로잡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합리적인 의심으로 중국문학의 관행적 수용에 문제를 제기하다

 

한국에서는 잣에 해당하는 한자를 ‘柏(백)’이라고 하는데, 잣(나무)은 영어로 ‘korean pine’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조선송(朝鮮松)’, 중국에서는 ‘홍송(紅松)’이라고 부른다. 잣나무는 한국과 중국 동북부, 그리고 일본의 일부 지역에서 자라는 수종으로 한국이 주 서식지이다. 따라서 두보가 중국 서부지역 사천성 성도의 무후사(武侯祠)에서 잣나무를 보고 ‘백(柏)’이라고 했을 가능성은 낮다. 또 “?寒然後知松柏之後凋(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라고 한 공자의 말을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라고 해석하는 것도 거의 상식화되어 있는데, 그 ‘잣나무’는 측백나무의 잘못이라는 것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중국문학에 등장하는 ‘柏’은 잣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진달래를 중국에서는 한국어 ‘진달래’를 음역하여 ‘金達萊(진다라이)’라고 하는데, 이는 중국에는 진달래가 흔하지 않다는 얘기로 중국문학에 등장하는 ‘두견화(杜鵑花)’를 ‘진달래’로 번역하는 것은 분명 이상하다. ‘蘭(난)’도 고대 문헌에서는 ‘香草(향초)’ 곧 향기가 나는 풀이라고 했는데, 많은 꽃들처럼 꽃에서만 향기가 나는 오늘날의 난초를 굳이 향초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따라서 중국 고전문학에 등장하는 ‘蘭’은 오늘날의 난초가 아니라 몸체에서 향기가 나는 다른 식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동물의 경우에도 ‘?(미)’자를 한국에서는 ‘고라니 미’라고 새기는데, 고라니는 사슴 종류 중에서 가장 작은 것 중의 하나다. 그런데 주희(朱熹)는 ‘?’자에 주를 달아서 ‘사슴 종류 중에서 큰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중국의 문헌에 나타나는 ‘?’자는 고라니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리고 ‘鋤(서)’는 한국에서는 ‘호미 서’라고 새기는데, 호미는 손잡이가 짧은 소형 농기구로서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편하지 어깨에 메는 것은 도리어 불편하다. 그런데 중국문학에서는 ‘荷鋤(하서)’ 곧 ‘鋤를 (어깨에) 메다’라는 표현이 종종 보인다. 중국문학에 등장하는 ‘鋤’는 호미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중국문학에 등장하는 식물과 동물의 이름 및 기물의 이름을 한국에서 출간된 사전이나 자전의 해설에 따라 이해하던 관행을 거부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하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중국문학 작품을 저자의 원의에 맞게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하는 저자의 진지한 학문적 태도가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한국 학계의 기초를 충실하게 다질 자극제

 

이 책에서는 중국문학에 등장하는 동물과 식물에 대한 한국적 이해의 타당성을 점검하면서 그 동식물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이해를 참고하는 연구 방식을 자주 택한다. 이러한 방식은 자연적으로 중국문학에 대한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인식을 비교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한자 문화권의 주요 삼국 중 한국 학계의 낙후한 현주소를 드러내 보였다.

주제가 중국문학인 만큼 중국은 정보 생산자의 입장이고 한국은 정보 수용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같은 차원의 비교가 성립되기 어렵다. 그렇지만 중국문학에 관한 한 일본은 한국과 같은 처지이기 때문에 그 비교는 상호간의 우열을 선명하게 드러내게 되는데, 우려한 대로 한국 학계의 상대적 낙후성이 드러났다. 한국 학계의 각성과 분발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

한국의 중국문학에 대한 입장이 중국과 다르다고는 하나 중국에서 생산된 풍부한 지식 정보가 효과적으로 수용되지 못한 점에서는 반성의 여지가 있다. 이전 시대에는 교통과 통신의 장애로 그럴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장애가 크게 해소된 오늘날에는 중국에서 생성되는 지식 정보의 동향을 보다 꼼꼼하게 점검하여 우리 지식정보의 충실을 기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 마땅한 것이다. 중국에서 생성된 정보를 우리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서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일부의 경솔한 태도를 드러내 보인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한국 지식인 사회에 상식으로 유통되고 있는 일부 정보에 대한 이 책의 오류 규명은 그런 정보를 싣고 있는 사전류의 개정 필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그리고 이 책은 유사한 현상이 존재하는 인접 분야의 학문 연구에도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므로 이 책의 연구에 자극받은 학계의 관심이 확산된다면, 그 연구 성과를 결집한 충실한 사전의 편찬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한국 학계의 기초를 충실하게 하는 데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저 : 팽철호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명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국 민대학교 중국어문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고전문 학이론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해 왔으며, 연구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자료를 활용하여 일반 독자들을 위한 글을 쓰는 것 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이 잘못 쓰는 우리 한자어》(2013년 출간, 개정판 《우리말을 훼손하는 한자어의 오용과 남용》 2017년), 《중국문 학통론》(2010년), 《한자놀이》(2006년), 《임기응변의 중국인》(2003년), 《중국고전문학 풍격론》(2001년)이 있고, 역서로는 《도연명시선》(2002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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