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우리는 언제, 왜, 누구에 의해, 어떠한 역사적 맥락을 거쳐 현재와 같은 한국 복지체제의 모습이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과 궤적』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답한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과 궤적』1?2?3은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관점에서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을 찾고, 그 궤적을 역사적 맥락을 통해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한국 복지국가와 관련해 네 가지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첫째, “한국 복지체제의 역사적 기원을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나?” 둘째,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가가 서구와 같은 복지국가로 이행할 수 있을까?” 셋째, “한국 복지체제의 역사적 기원과 궤적을 일국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은 어떤 복지체제인가?”를 묻는다.
먼저 첫 번째 질문은 복지국가가 역사적 자본주의의 산물이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한다면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은 한국이 자본주의로 이행을 시작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물론 자본주의로의 이행의 시작이 곧 복지국가로의 이행의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구 복지국가들도 산업화가 이루어진 지 한참 후에야 복지국가의 주요 정책들이 제도화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을 자본주의 이행기에서 찾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기원”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상이해질 수 있다. “기원”은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정책의 제도화와 관련되기보다는, 그 정책이 만들어진 사회경제적 요인들의 역사적 맥락을 밝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은 현재 복지국가로 간주되는 국가들이 주로 서구 복지국가들이라는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으로부터 출발한다. 만약 복지국가가 서구와 같이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의 산물이라면, 한국과 같은 제3세계 국가들이 복지국가로 이행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대한 논의는 먼저 한국이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체제의 핵심국가로 진입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병행할 수 있는지에 따라 상이한 논리가 전개될 수 있다. 만약 선행되어야 한다면, 한국사회의 전통적 보수담론인 “선성장 후분배”론의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병행될 수 있다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라는 진보담론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체제가 규정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지위와 관계없이 한국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 조응하는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세 번째 질문은 서구 복지국가의 형성과 발전은 국내적 요인만이 아닌 외부적 요인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실제로 서구 복지국가의 확장은 1945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세계체제의 전례 없는 호황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의 스핀햄랜드법, 신빈민법 등은 모두 당시 유럽 세계체제 하에서 영국 자본주의의 확장과 밀접한 관련을 갖으며 제도화되었다. 한국에서도 1960년대의 복지제도의 도입은 부분적으로 북한과의 체제경쟁의 산물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면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과 궤적에 대한 연구는 일국적 차원이 아닌 세계체제의 관점에서 조망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 질문과 관련해서는 그간 한국 복지체제의 성격을 규명하는 연구들과 달리 한국 복지체제를 서구 복지국가와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1876년 개항을 전후한 시점부터(내용적으로는 18세기부터) 한국 사회가 걸어온 역사적 과정과 맥락에 근거해 한국 복지체제의 동태적·정태적 성격을 규명한다. 한국 복지체제의 동태적 성격과 정태적 성격을 함께 규명하고자 하는 이유는 한국과 같이 복지가 확대되는 단계에 있는 사회에서 복지체제를 정태적으로만 파악할 경우 복지체제의 특성이 과소 또는 과대평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국 복지체제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제도와 사회지출 확대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 복지체제를 한국 자본주의와 정치적 특성과의 관련성하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각 권의 내용
제1권은 1,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한국 복지국가의 역사적 기원과 궤적을 검토하기 위해 필요한 이론과 쟁점에 대해 정리했다. 도전적인 관점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복지국가를 역사적으로 특정한 시기에 만들어진 ‘역사적 분배체계’로 개념화했다는 점이다. 2부에서는 18세기부터 1945년 해방 이전까지를 다루었다. 이 시기는 자본주의 세계체계에서 영국의 헤게모니가 위기에 처하고 미국이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로 등장한 시기이다. 한국 사회는 1876년 개항을 전후해 자본주의 세계체계로 편입되면서 중층적 토지소유와 환곡이라는 전통적 분배체계가 해체되고, 사적 소유에 기초한 자본주의 분배체가 성립되기 시작했다.
제2권에서는 1945년 해방부터 1970년대까지 대략 35년을 다루었다. 이 시기는 미국이 자본주의 세계체계의 헤게모니 국가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기로 서구에서는 자본주의와 복지국가의 황금시대로 알려져 있다. 한국 사회는 해방과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세 계체계에 편입되면서 반공주의, 권위주의, 개발주의가 사람들의 삶을 지배했던 시기이다. 복지체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시기는 미국의 원조에 의존했던 원조복지체제가 해체되고 경제개발이 일자리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가 빈곤과 불평등을 완화하는 개발국가 복지체제가 성립된 시기이다.
제3권은 자본주의와 복지국가의 황금시대가 저물고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 세계체계의 지배적 담론으로 등장한 시기를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하자 복지국가도 위기에 처했고, 대안적 체제를 모색했지만 분명한 대안을 찾지는 못했다. 이 시기 한국 사회는 정 치적으로는 권위주의체제에서 민주주의체제로 이행했지만, 평화적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여전히 불완전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경제적으로는 국가가 주도하는 자본주의의 성격이 약화되고, 재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중심의 성장체제가 강화되었다. 복지체제의 관점에서 이 시기는 민주화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공적 복지의 대상이 보편적으로 확대되었지만, 공적 복지로부터의 배제가 공고화되는 모순이 공존했던 시기였다. 개발국가 복지체제는 해체되었지만 대안적 복지체제가 만들어지지 않는 문제를 다루었다.
기대효과
이 책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을 한국이 자본주의로 이행을 시작하던 시점에서 찾으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과 관련된 논의의 지평을 정책차원에서 체제차원으로 넓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과 궤적을 일국적 경계를 넘어 자본주의 세계체제와 역사적 자본주의의 맥락에서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항 이후 한국이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편입되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한국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는 일국적 경계를 넘어, 세계체제 차원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이 책은 서구 중심성에서 벗어나 제3세계 국가들의 복지국가의 길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가 서구 복지국가의 준거로 비서구 국가들을 이해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책의 가장 기대되는 성과 중 하나는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들의 복지국가의 ‘가능성’을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역사적 맥락에서 조망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과 궤적에 대한 비판적인 후속 연구가 풍성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 책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사회복지학과 또는 유관학과(행정학, 사회학, 정치학, 여성학 등)에서 사회복지발달사 중 한국 복지국가의 역사를 학습하는 학부 또는 석사과정의 교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시민들에게 한국 복지국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유용한 교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의 글
지금까지 한국의 복지국가에 대한 수많은 저서 중에 이 책만한 역작(力作)은 아직 없었다고 단언한다. 1870년대부터 박근혜 정부 말까지 150여 년에 걸친 통사적(通史的) 시계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를 모두 다루는 통섭적(統攝的) 시각을 갖추었다는 점이 그 이유이다.
?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교수
한국의 사회과학계에 기념비적인 책 중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 복지국가와 사회정책 연구는 이 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중앙대학교 교수
한국 복지국가를 정치적·경제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그 역사적 뿌리를 알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방대한 문헌과 자료를 매끄러운 문장으로 엮어낸 윤홍식 교수의 역작에 큰 박수를 보낸다.
? 구인회 서울대학교 교수
윤홍식 교수의 학문적 내공이 농축된 이 책은 한국 사회복지학계의 고질적 취약점인 ‘기록’과 ‘이론’을 ‘기원과 궤적’의 관점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한, 학계에 ‘벼락처럼 내린 축복’이다. 앞으로 ‘기원과 궤적’의 관점은 보통명사가 아닌, 한국 복지국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설명하는 학문적 표준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 문진영 서강대학교 교수
18세기부터 2016년까지의 복지 여정을 서술의 영역을 넘어 마침내 한국 복지국가 역사 연구라는 학문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한 담대한 시도이자 문제작.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했던 헌걸찬 역작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과 형성 그리고 변화의 궤적을 경제구조와 복지제체 그리고 권력관계라는 3축의 입체적 틀을 통해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갖게 됐다.
?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저 : 윤홍식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거쳐 현재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재직 중이다. 참여사 회연구소장, 비판복지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주요 저서로는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과 궤적(1~3)』, 『안보개발국가를 넘어 평화복지국가로』(공편), 공저로는 『대한민국 복지』, 『가족정책』,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등이 있다. 항상 좋은 세상을 꿈꾸며 살고 싶 다. 최근에는 한국 복지국가의 역사, 성장체제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