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대화적 문식성이란
전통적으로 ‘문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으로 정의되어온 문식성은 근자에 와서 그 개념역을 한정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학자마다 문식성에 대한 관점과 시각의 차이가 커서 문식성을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다양한 정의 속에서 공통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문식성의 핵심적 요소는 텍스트의 이해와 생산 능력이다. 즉, 문식성은 어떤 내용, 형식, 모드(양식)의 텍스트이건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산하는 데 작동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텍스트의 이해와 생산 능력은 그간 학계에서 ‘의미를 구성하는 능력’으로 간주되어왔다. 읽기와 쓰기를 의미 구성 능력으로 보는 관점은 문식성을 단지 문자를 읽고 쓰는 기능이 아닌, 고등 수준의 사고 능력으로 인식하게 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개인적 수준의 의미 구성이든 사회문화 공동체적 수준의 의미 구성이든 문식성은 의미를 구성하는 행위로만 볼 수는 없다. 문식성은 의미를 구성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실천(practice)이다.
텍스트 이해와 생산을 넘어 문식성을 ‘텍스트로 무엇인가를 실천하는’ 것으로 보면, 문식성은 ‘텍스트를 통한 자신과의 대화 및 다른 인간과의 대화 행위’로 볼 수 있다. 문식성은 자신이 누구이며 누구이고 싶은가를 확인하고 구성해가는 정체성 협상 측면에서 인간과 텍스트의 대화이며, 소기의 소통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텍스트를 사이에 둔 인간 간 대화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문식성의 대화적 속성을 강조한 개념이 대화적 문식성(dialogical literacy)이다. 즉, 대화적 문식성은 ‘인간이 텍스트를 통하여 자신과 스스로 대화하면서 정체성을 구성하고 조정하며, 텍스트를 매개로 다른 인간과의 대화를 통하여 의미와 관계를 구성하고 협상해가는 능력과 행위’를 뜻한다.
필자는 텍스트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 및 보이지 않는 독자와 대화하면서 자신의 목소리와 위치를 조정하고 협상하며, 이는 텍스트 안의 여러 가지 장치와 단서로 드러난다. 독자 역시 텍스트 안의 여러 장치와 단서를 활용하여 보이지 않는 필자와 대화하며 의미를 구성하고 협상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텍스트 안에 부여된 자신의 역할을 수용하거나 저항하면서 필자와 대화한다. 이와 같이 대화적 문식성은 언어와 텍스트의 본질적 속성을 포착하면서, 텍스트 이해와 생산에 있어 주체 내적 소통과 주체 간 소통성을 강조한 개념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7명의 대학생 필자를 대상으로 한 대화적 문식성에 대한 심층적 고찰
이 책에서는 대화적 문식성의 구체적인 과정을 고찰하기 위해 7명의 대학생 필자를 대상으로 작문 과정과 그 과정에서 필자들이 생산한 사고 구술을 녹화·녹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자료를 수집한 후, 작문 과정별로 독자와의 대화 양상을 분석하였다. 또한 작문은 진공 상태가 아닌 특정한 구체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작문 과정에서의 독자 대화 양상을 살펴보기 전에 작문에 작용하는 맥락의 범주를 이론적으로 검토하고 사회문화적 맥락, 상호텍스트적 맥락, 상황 맥락에 따라 필자가 독자를 어떻게 구성하고 독자가 필자 및 작문 맥락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탐색하였다.
작문 과정에서의 대화 전략 분석은 단계별로 이루어졌다. 작문 과정을 작문 활동의 강조점을 중심으로 ‘과제 확인/해석하기, 계획하기, 초고 작성하기, 수정/편집하기’ 등의 단계로 구부하고 각 단계에서 필자가 독자와 대화하는 양상을 대화적 관계 구축 전략, 텍스트 매력도 제고 전략, 독자 이해도 제고 전략이라는 범주 안에서 어떻게 텍스트에 실현되는지를 구체적인 작문 활동과 필자가 생산한 사고 구술을 통하여 분석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펴내는 것은 대화적 문식성 교육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내실 있는 대화적 문식성 교육에 필요한 기초 이론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이 책에서 부분적으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관련 연구가 활성화되어 대화적 문식성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