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요약
‘막힘없이 단숨에 읽는 이론서’를 지향하는 고고학 입문서.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 신진화론, 탈식민주의, 현상학에서부터 최근 뜨겁게 논의 중인 페미니즘, 퀴어이론까지 고고학에 필요한 이론 열두 가지를 쉽고 재미나게 소개한다. 현학적이고 난해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이론서들과 달리, 어렵고 딱딱하게 여겨져 온 이론의 겉껍질을 깨고 그 안의 내용물을 말랑말랑하면서도 위트 있게 들려준다. 특히 각각의 이론을 고고학 현장에 적용한 최근의 연구 사례를 상세히 들려줌으로써, 고고학 현장에서 이론을 ‘잘 써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고고학을 처음 접하거나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다. 고고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무슨 일’을 ‘왜’ 했는지, 그리고 인류의 역사는 왜 이렇게 흘러왔는지”를 알고 싶은 일반 독자에게 앎의 기쁨과 재미를 선사한다.
출판사 서평
단언컨대, 이렇게 유쾌한 고고학이론서는 지금까지 없었다
위트 있고 쉬운 문장으로 쓰여
막힘없이 단숨에 읽는 최고의 고고학 입문서!
어려운 개념어와 난해한 문장들로 가득한 이론서를 읽다가 머리가 터질 뻔한 경험이 있는가? 이 책의 저자 에이드리언 프랫첼리스(Adrian Praetzellis)는 교수 재임 시절, 고고학과 대학원생들이 장황하거나 추상적인 문장들로 점철된 고고학이론서와 씨름하다 결국 짐 싸서 학교를 떠나는 광경을 오랜 시간 안타깝게 지켜보다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저자는 일부 저명한 전문가들이 책을 쓸 때 자신들의 심오한 생각을 함축적이고 복잡하게 표현하여 사람들이 알아듣기 힘들게 함으로써 감탄과 경외를 받으려 든다고 꼬집는다. 또 이런 것들이 고고학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다. 현학적이고 딱딱한 문장으로 쓰인 기존 이론서들의 한계를 극복한 이 책은 시종일관 위트 있고 쉬운 문장들로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본문 곳곳에는 저자가 직접 그려 넣은 삽화들을 배치해 독자의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 책의 표지 삽화 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것으로, 딱딱한 껍질 속에 숨겨져 있어서 그동안 몰랐겠지만 실제로 고고학이론은 말랑말랑하고 쉽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어 하는 저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처음에는 ‘아니, 이런 학술서가 있다니!’ 하고 놀랐다가, 금세 저자의 입담 아니 유려한(!) 문장에 빠져들어 거침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될 것이다.
고고학 입문자가 꼭 알아야 할 열두 가지 최신 이론
이 책에는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 신진화론, 탈식민주의, 현상학뿐 아니라 최근에 뜨겁게 논의 중인 페미니즘, 퀴어이론까지 열두 가지 이론을 아우르고 있다. 저자는 이 이론들의 역사와 핵심 내용, 해당 이론과 고고학의 관계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실제로 해당 이론을 고고학 현장에 적용한 흥미진진한 연구 사례를 들려준다.
이 책에 실린 이론들은 고고학 분야뿐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익혀야 할 지식이다. 『고고학이론 껍질 깨기』는 고고학 전공자에게는 현장 고고학에 이론을 접목하는 요긴한 방법을, 고고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무슨 일’을 ‘왜’ 했는지, 그리고 인류의 역사는 왜 이렇게 흘러왔는지”를 알고 싶은 일반 독자에게는 앎의 기쁨과 재미를 선사한다.
도대체 이론은 현장에서 어떻게 쓰는 걸까?
고고학 현장에서 이론을 ‘잘 써먹는 방법’
기존 고고학이론의 한계는 이론을 실제 고고학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지금까지의 이론 관련 도서나 자료는 대부분 서양이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데 그쳐, 독자들이 그 맥락을 파악할 수 없거나 뜬금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과거 이론서의 한계를 극복한 이 책은 열두 가지 개별 이론을 실제 고고학 연구에 적용한 흥미로운 사례들을 들려줌으로써, 이론을 ‘잘 써먹는 방법’을 안내한다.
예를 들어, 13장 「물질성과 사물이론」에서는 물질성에서 영감을 얻은 고고학 사례가 소개된다. 바로 라파누이(이스터섬)의 유명한 얼굴 모양 석상인 모아이를 해석학적으로 연구한 사례다. 기존 연구들이 모아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집단이 만들었고 그 집단은 어떻게 몰락했는가에 집중했다면, 고고학자인 수 해밀턴(Sue Hamilton)은 모아이의 물질성에 주목하였다. 흑요석과 산호로 만들어진 모아이의 눈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채석장의 벽에는 왜 눈을 조각한 흔적이 남아 있는지, 모아이의 받침돌인 ‘아후’는 왜 바다를 등지고 있는지 등을 탐구함으로써, 라파누이에 살던 과거 사람들이 과연 어떠한 관념과 사유를 함축해서 모아이로 형상화한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시도한다.
이처럼 각 이론을 고고학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이론과 실제가 어떻게 만나는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 주는 훌륭한 안내서이다.
이 책의 구성
총 15장 구성으로, 도입 성격인 1장 「이론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초창기 고고학에서 현대 고고학에 도달하기까지 고고학의 사조들이 어떠한 변화를 겪어 왔는지에 대한 역사를 개괄한다. 2장부터 13장은 각각의 이론을 장마다 하나씩 다루는데, 해당 이론의 정의와 역사, 고고학과 해당 이론의 관계와 이론을 적용하는 방법, 나아가 실제 고고학 현장의 연구 사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각 장의 말미에는 풍부한 논의를 이끄는 〈토론거리〉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원하는 독자를 위한 〈더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14장 「다음에 터질 대박, 아니면 여기서 어디로 갈 건가?」에는 미래의 고고학이론에 대한 저자의 신랄하면서도 발랄한 전망이 담겨 있으며, 15장 「포-모를 말하시나용? 포스트모던한 용어들의 대충 정리」에는 주요 개념어가 간략하게 소개돼 있다.
「현재 한국 고고학에서 이론의 위치, 또는 옮긴이 후기를 대신하는 글」에서 옮긴이는 개념어의 남발과 쓸데없이 난해한 표현 구사로 “자신의 몽매함”을 감추는 한국 고고학계의 학위 논문들에 냉소를 보내는 한편, 한국의 고고학이론을 고스톱판의 ‘비광’으로 비유하면서 이론을 왜 익혀야 하는지에 대해 참신한 설득을 시도한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옮긴이의 상세한 주석이다. ‘옮긴이 주’는 본문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과 용어들에 대한 풍부한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고고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 책을 편안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돕는다.
덧붙여,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는 저자가 한국과 맺은 특별한 인연이 소개돼 있다. 프랫첼리스 교수는 자신의 며느리가 한국인이고, 손주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한국의 동요 ‘산토끼’를 즐겨 부른다는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한국 독자들에게 반가움을 전했다.
책 속에서
영국의 고고학자 모티머 휠러(Mortimer Wheeler)는 “죽은 고고학이란 바람에 쓸려 가는 말라 비튼 먼지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고고학이 사람의 삶이나 관심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따분한 분야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유물의 개수, 무게, 재질 등을 목록으로 만드는 것. 과거인이 사용하던 토기 형식이나 돌창 창살의 모양 차이를 따지는 문제로 귀결되곤 하는 문화 편년은 바로 그런 고고학의 사례다. ―<한국어판 서문> 7쪽 중에서
섀켈은 가장 통속적인 대상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대상의 일부는 시계, 식사용 포크, 도자기 그릇 같은 것들이었다. 섀켈은 이 물건들이 별로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보는 사람의 시각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각 물건들은 고정된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라, 물건이 사용되는 맥락을 고려해야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 물건들을 직접 사용한 사람들과, 타인의 응접실에서 그것들을 관찰한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의미의 차이가 있을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식사 예절의 역사를 따져 봐야 한다. ―4장 <비판이론> 90쪽 중에서
스펙터는 사료와 구술 자료를 능숙하게 활용하면서, 송곳 자루에 새겨진 점선들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이 이룩한 성과를 공식적으로 기록한 것임을 밝혀냈다. 송곳은 단지 가죽에 구멍을 내기 위한 뚫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녀는 역사, 구조, 항목이라는 차원에서 유적을 다루기보다는 1830년대 다코다족의 생활사라는 맥락에서 송곳을 연구했다. (…) 스펙터의 송곳 연구는 가히 레전드급이다. 단순히 좋은 ‘페미니즘’ 고고학 정도로 치부한다면 이 연구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셈이다. 그냥 훌륭한 고고학이라 보면 된다. ―6장 <페미니즘> 126~128쪽 중에서
퍼거슨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백인들은 자신의 허영에 찌든 물질문화가 그들의 노예들을 감탄하게 만들고 경외감으로 열등감을 내재화하게 만들며 굴복시켰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실제 집단 수준에서 이러한 전략이 먹혀 들어갔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전통적인 콜로노 토기는 공동체 가치관을 강화하고 오랜 시간 동안 확립되어 온 문화적 관습을 유지하도록 도와주었다. (…) 퍼거슨은 노예들이 단지 옛날 방식대로 일상생활을 함으로써 백인들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실용적이고 무의식적인 저항을 생생하게 구현해 냈다고 주장한다. ―9장 <작주성, 구조, 그리고 구조화> 183~184쪽 중에서
라파누이 프로젝트는 현상학과 물질성을 강조하는 접근들을 결합한 좋은 예이다. 현상학적 접근은 과거인들이 성스러운 체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들 자신의 감각기관으로 느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그리고 이러한 풍광의 물질성을 통해, 푸카오와 아후 등의 붉은 색 사물이 가지는 문화적 의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우뚝 솟은 모아이와 산호 및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눈, 그리고 내륙 지역과는 시각적·청각적·후각적으로 너무나도 다른 해변가의 풍광들도 마찬가지로 각각의 의미가 있다. ―13장 <물질성과 사물이론> 251~252쪽 중에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고고학계가 결국 어떻게 될지 알고 싶을 것이다. 그건 당연하다. 고고학자들은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이론이라는 야구공을 여기저기 방망이로 때려 대곤 했다. 그리고 그대는 고고학자들이 조만간 결론을 내리지는 않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것이다. 글쎄다. 내가 여기에서 예측을 해 볼까 한다. 앞으로 고고학계에서 대박 나는 이론 같은 커다란 전환 따위는 없을 거다. ―14장 <다음에 터질 대박, 아니면 여기서 어디로 갈 건가?> 265쪽 중에서
영어권 국가에 유학을 다녀온 일부 고고학자들은 자신이 이론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유학을 안 다녀온 사람들도 영어권 유학 출신자들이 이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 이론 고고학을 유학 가서 배우고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론이 고고학에서 어떻게 활용 아니면 착취되는지 접하고 온 사람이거나, ‘고고학에서의 다른 분야 이론 활용 잔혹사(?)’만 배우고 온 사람일 뿐이다. 이론은 강의실에서 주입식으로 배우고 도서관에서 암기식으로 익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경험적으로 터득하거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체험하던 것이 어느 시점에 구체화되어서 개념어들의 조합으로 언명 체계화되는 것일 뿐이다. ― <현재 한국 고고학에서 이론의 위치, 또는 옮긴이 후기를 대신하는 글> 310~311쪽 중에서
차례
한국어판 서문
INTRODUCTION TO THE KOREAN EDITION
감사의 글
CHAPTER 01 이론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CHAPTER 02 신진화론
CHAPTER 03 마르크스주의
CHAPTER 04 비판이론
CHAPTER 05 탈식민주의
CHAPTER 06 페미니즘
CHAPTER 07 퀴어이론
CHAPTER 08 구조주의
CHAPTER 09 작주성, 구조, 그리고 구조화
CHAPTER 10 선을 넘는/초월 고고학
CHAPTER 11 고고학에서의 전기
CHAPTER 12 현상학
CHAPTER 13 물질성과 사물이론
CHAPTER 14 다음에 터질 대박, 아니면 여기서 어디로 갈 건가?
CHAPTER 15 포-모를 말하시나용? 포스트모던한 용어들의 대충 정리
현재 한국 고고학에서 이론의 위치, 또는 옮긴이 후기를 대신하는 글
찾아보기
지은이 겸 삽화가 소개
저 : 에이드리언 프랫첼리스(Adrian Praetzellis)
이 책의 지은이 겸 삽화가인 에이드리언 프랫첼리스는 1972년부터 전문 고고학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하였다. 당시 영국의 고고학 유적들을 순회하면서 로마와 중세 유적 발굴에 전력을 다해 참여하였다. 이를 계기로 버지니아주의 선사시대와 18-19세기 고고학을 연구하게 되었고, 그 밖에 영국 및 현재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지역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버클리 대학에서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소노마 주립대학의 인류학 교수를 지냈다. 고고학과 문화유산관리를 주로 가르쳤으며, 같은 학교 내의 부속 기관인 인류학연구센터 원장을 역임하였다. 지은이 겸 삽화가로 저술한 다른 책으로 『이론에 죽다(Death by Theory)』(2000)[2011] 와 『죽도록 발굴하기(Dug to Death)』가 있다. 후자는 고고학 교재 중 유일하게 이디시어(Yiddish, 동유럽계 유대인의 언어)로 쓴 용어집을 수록해 환영을 받았는데, 아마도 이런 업적은 당분간 다시 등장할 것 같지는 않다.
역 : 유용욱
현재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고학 이론과 방법론에 관심을 갖고 구석기 및 선사시대의 물질문화를 연구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유산, 문화, 그리고 세계』, 『한국 대중고고학 개론』(공저), 『인지인문학: 확장된 인지』(공저), 『임진-한탄강 유역 구석기 연구』(근간)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타제석기의 제작과 이해』, Jeongok Prehistory Museum(영역), 『수렵-채집인의 인류학』(근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