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 학술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란 무엇인가
최근 환경안보, 원자력안보, 사이버안보, 보건안보, 난민안보 등과 같은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분야의 위험들이 우리 삶을 위협하는 요소로 급속히 부각되고 있다. 기존에는 ‘비전통안보’라는 소극적인 개념으로 불렀지만, 현실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이 책에서는 신흥안보라는 화두를 던지게 되었다. 신흥안보는 시스템 내 미시적 상호작용이 양적으로 늘어나고 질적으로 변화하여 임계점을 넘게 되면, 거시적 차원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전화되는 성격을 다분히 지니고 있는 안보문제이다. 신흥안보 현상은 각기 개별적인 것으로 보이던 문제들의 이슈연계성이 높아지면서 상호 간에 위험을 강화하는 상승작용이 발생하기도 하며, 이러한 과정에 해당 지역의 지정학적 동학이 가세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신흥안보의 문제가 지정학적 문제로 비화되기도 하고 역으로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이러한 신흥안보문제의 창발이 증폭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신흥안보문제가 시스템 내 여러 요소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된 복잡계 환경을 배경으로 해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의 안보문제를 보는 시각
이 책에서 시도한 신흥안보의 논의는 기존에 한반도 주변의 안보문제를 보던 시각이 전제로 했던 인과적 방향을 반대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비전통안보와 전통안보를 나누고 상대적으로 민감성이 덜한 비전통안보 분야에서 시작해서 전통적 난제인 전통안보 분야의 협력을 이끌어내자는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시각처럼 비전통안보가 전통안보 분야에 비해서 해결이 더 용이하다고 보기에는 오늘날 신흥안보의 문제는 그 자체로도 나름대로 독자적이고 상당히 복잡한 이해갈등의 요소를 안고 있다. 최근의 양상은 신흥안보 위험을 간과하고 방치하면 그것이 오히려 전통안보 분야의 위기를 촉발할 정도로 안보 패러다임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따라서 신흥안보의 특성상 창발하는 위험이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그 연계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거시적 차원에서 국가안보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마저도 안고 있다. 복잡한 상호작용과 밀접한 상호의존을 특징으로 하는 오늘날, 안보문제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하위정치 영역에서 시작해서 상위정치 영역으로 나아가겠다는 식의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복합지정학(complex geopolitics)의 시각을 제안
이상의 문제의식을 담기 위한 시도로서 이 책은 복합지정학(complex geopolitics)의 시각을 제안하였다. 동북아와 한반도의 정세를 보면 지정학적 시각은 당분간은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흥안보의 세계정치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19세기 국제정치 현실에서 잉태된 고전지정학의 시각을 복원하여 21세기 세계정치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차원에서 초국적으로 발생하는 신흥안보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지정학의 시각만으로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의 시각 이외에도 이를 비판적으로 보완하고 건설적으로 발전시키는 다양한 이론적 시각들을 복합적으로 동원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고전지정학과 비판지정학, 그리고 더 나아가서 비(非) 지정학과 탈(脫) 지정학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개념화한 복합지정학의 시각을 원용한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한반도 신흥안보의 복합지정학이 전개된 양상과 향후 발생할 가능성
이 책은 동북아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염두에 두고, 앞서 살펴본 신흥안보의 복합지정학이 이 지역에서 실제로 전개되고 있는 양상, 즉 신흥안보의 위험들이 양질전화와 이슈연계성의 사다리를 타고서 창발하여 지정학적 임계점을 넘게 될 양상을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서 살펴보는 작업을 펼쳤다. 특히 복합시스템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례들을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차원에서 한반도 신흥안보의 복합지정학이 여태까지 전개된 양상과 향후 발생할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했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 제기한 이론적 논의의 연속선상에서 신흥안보의 이슈들을 전통 자연재해, 기술시스템, 경제시스템, 사회시스템, 자연시스템 등에서 야기되는 위험의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누어 살펴보았으며, 이들 범주에 속하는 구체적인 사례들로서 대규모 자연재해, 원자력안보, 사이버안보, 포스트 휴먼 위험, 동아시아 및 글로벌 금융위기, 인구안보, 이주·난민 안보, 사회안보, 기후변화안보, 에너지·식량·자원 안보, 보건안보 등의 문제들을 선별하였다.
책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크게 이론과 사례를 담은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제1부 ‘신흥안보와 복합지정학의 분석틀’에서는 이론적 논의를 담은 다섯 편의 논문을 실었다.
제1장 ‘신흥안보의 복합지정학과 한반도: 이론적 논의’(김상배)는 이 책의 각 장이 공통적으로 원용한 신흥안보와 복합지정학의 이론과 개념에 대한 논의들을 담았다.
제2장 ‘창발적 안보와 복잡성 패러다임: 신흥안보 개념의 비판적 고찰’(민병원)은 21세기에 들어와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안보환경을 새롭게 그려내고자 도입되고 있는 ‘신흥안보’의 개념이 복잡계 패러다임의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제3장 ‘동북아시아 지역공간의 복합지정학: 안보-경제-정체성 넥서스’(손열)는 동북아시아 지역공간이 냉전기 안보와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 고전지정학 및 지경학(geo- economics) 논리가 지배하였던 반면, 탈냉전기에 들어서면서 경제 영역의 비지정학화(혹은 탈지정학화)가 진전되는 동시에 문화 영역에서 민족적 정체성의 부흥이 일어나면서 세 영역 간 연쇄반응(chain reaction)이 발생하는 현실에 주목하였다.
제4장 ‘남북한 관계의 복합지정학’(전재성)은 한국의 지정학적 사고는 한반도가 겪어온 격동의 국제정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5장 ‘신흥안보의 부상 경로’(조동준)는 신흥안보의 창발 유형을 정리하였다. 신흥안보의 창발은 (1) 객관적 위협의 증가(특정 사건이 일어날 경우 초래하게 될 피해의 규모가 증가 또는 특정 사건이 실제 일어날 확률의 증가), (2) 객관적 위협에 대한 주관적 인식의 악화, (3) 안보 쟁점과의 연계로 일어난다.
제2부 ‘한반도 신흥안보의 세계정치’는 경험적 사례들을 기술시스템, 인간안보, 경제시스템, 사회시스템, 자연시스템 등의 다섯 개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제6장 ‘기술환경과 신흥안보의 복합지정학: 남북한 관계의 맥락’(배영자)은 새로운 위협을 발생시키고 있는 다양한 신기술 가운데 특히 원자력발전, 사이버안보, 인공지능기술에 주목하고, 해당 기술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협을 신흥안보 시각에서 고찰하였다.
제7장 ‘인구·이주·난민 안보의 복합지정학과 한반도’(이신화)는 인구, 이주, 난민 문제와 관련된 신흥안보의 문제를 다루었다. 어떤 특정한 신흥안보 이슈가 어떠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사회안보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신흥안보가 어떠한 상황에서 지정학적, 군사적 이슈와 맞물려 심각한 국가 간 긴장이나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국가적, 지역적, 세계적 안보문제가 되는지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제8장 ‘경제위기의 복합지정학과 한반도’(이왕휘)는, 경제위기에 대한 분석은 전통적인 지정학의 영역을 넘어서 지정학과 지경학을 포괄하는 복합지정학이 요구된다고 주장하였다.
제9장 ‘사회환경의 신흥안보와 복합지정학: 경제적 불평등·사회통합·정체성 안보’(이승주)는 최근 급격하게 정치 쟁점화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이 21세기가 직면한 최대의 위협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다.
제10장 ‘환경의 복합지정학과 한반도’(신범식)는 자연환경의 측면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도전들 가운데, 그 파급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의 도전이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위기적 상황을 고찰하였다.
편 : 김상배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책임연구원, 일본 GLOCOM(Center for Global Communications)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정보화와 세계화를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연구 및 강의하고 있다. 논저로는 『네트워크 지식국가: 21세기 세계정치의 변환』(공편 2006), 『IT시대의 디지털외교』(2005),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 네트워크」(2007), 「정보화시대의 제국: 지식/네트워크 세계정치론의 시각」(2005), 「정보기술과 국제정치이론: 구성적 기술론과 정보세계정치론의 모색」(2003) 등이 있다.
편 : 신범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저서로는 <21세기 유라시아 도전과 국제관계>(편저)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신거대게임으로 본 유라시아 지역질서의 변동과 전망", “Russia’s Perspectives on International Politics” 등이 있다. |
저 :
저 : 민병원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저 : 손열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저 : 전재성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정치학 박사
2020, 『동북아 국제정치이론:불완전주권국가들의 국제정치』 (서울: 한울)
2019, 『주권과 국제정치:근대주권국가체제의 제국적 성격』(서울: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저 : 조동준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정치학 박사
2020, “코로나-19와 지구화의 변화.” 『국제정치논총』
2018, “신호이론으로 분석한 2013년 한반도 위기.” 『평화학연구』
저 : 배영자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저 : 이신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 유엔사무총장 평화구축기금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The United Nations, Indo-Pacific and Korean Peninsula: An Emerging Security Architecture(Routledge, 2023, 책임편집), “팬데믹 시대 인간안보 국제협력: 자유주의 국제질서 복원을 위한 소고”(2021) 등이 있다.
저 :
저 :
저 : 신범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국립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MGIMO) 정치학 박사
2021, 『러시아의 사이버안보』 (서울: 사회평론아카데미)
2020, “지정학적 중간국 우크라이나의 대외전략적 딜레마.” 『국제·지역연구』
2020, 『중앙아시아 이슬람의 현재: 정치·사회·경제적 선택』 (파주: 한울아카데미)
2020, 『(북·중·러 접경지대를 둘러싼) 소지역주의 전랙과 초국경이동』 (서울: 도서출판 이조)
2017, 『유라시아의 심장 다시 뛰다』 (서울: 진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