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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방자치의 현실과 개혁 과제

저자
강원택  저
  • 가격

    20,000 원

  • 출간일

    2014년 06월 17일

  • 쪽수

    212

  • 판형

  • ISBN

    9791185617091

  • 구매처 링크

중앙을 향한 소용돌이의 정치 

이번 6·4 지방선거에도 역시 지방은 없었다. 대신 세월호 사건에 따른 정권 심판론이 있었다. 4년 전 지방선거에는 천안함 사건이 있었다. 선거철마다 사건은 있었고, 선거는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정권의 심판장이 되었다. 언론은 이런 사태에 대해 제발 ‘정책’ 좀 얘기하라고 선거 때마다 호소하였다. 그런데 설마 선거를 관장하는 선거의 신이 있어 선거철마다 (그것도 하필이면 한국의 선거에서!) 사건을 터뜨리는 것도 아닐 테고, 언론이 그렇게 정책, 정책 노래를 하는데 왜 후보자들은 정책이 아닌 사건 얘기만 하는 것일까? 그것은 정책을 내놓아도 그것을 제대로 실행할 만한 판이 안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에 지방이 없는 것이다. 

혹자는 한국의 정치에 대해 ‘중앙 권력을 향해 휘감아 돌아가는 소용돌이의 정치’라고 하였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철저하게 중앙정치 중심의 제도다. 이는 한국의 권위주의 시대의 영향 때문인데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지방자치를 할 수 없다고 아예 헌법에 못을 박아버렸다. 이후 민주화가 되면서 지방자치가 실시되었지만 단체장을 임명제에서 선출제로 바꾸고 지방의회를 구성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권위주의 시대의 지방행정체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지방자치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명무실한 지방자치를 주민이 참여하여 스스로 통치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치가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현재 한국 지방자치의 현실을 제도의 관점에서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놀랍도록 단순한 문제 

한국 지방자치는 그 접근법 자체가 틀렸다. 지방자치는 분권이 핵심인데 분권을 단순히 행정부처 간의 행정적 배분 문제로 이해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중앙의 정치적 통제에서 벗어나는 데에만 집중하여 중앙권력의 단체장 임명권 폐기와 명목상의 지방의회 설립에만 집중하면서 명확한 철학과 대원칙도 없는 지방자치가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러하니 중앙의 획일적 규정 때문에 지방마다 상이한 환경과 조건을 제도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게 되었고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를 다스리는 행위’로서의 지방자치가 실종된 것이다. 따라서 한국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중앙에서의 예속에서 벗어나 지방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지방의회와 선거제도에서의 문제이다. 현재 지방의회의 문제는 지방의회의 권한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지방의회는 있으나 마나한 기구다. 재정, 업무, 조례가 모두 중앙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재정을 보자. 중앙과 지방의 예산 비율은 5:5인데 세금 비율은 8:2다. 뭐 좀 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한데 돈이 없으니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업무에서는 중앙과 지방의 사무적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의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사무처장, 사무국장, 사무과장 등이 수행하며, 의회의 주요 기능인 지방자치단체장 감시는 감사원 소관이다. 셋째, 조례는 그나마 지방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인데 문제는 조례가 국회의 상위법과 충돌하면 그 영향력이 발휘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22조에 의하면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지방 상황에 맞는 조례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법률과 다르면 말짱 도루묵인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제대로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지방의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방의회가 인물난에 허덕이다 보니 가뜩이나 없는 권한도 제대로 행사하기 힘들게 된다. 이렇게 지방의회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지역민들의 지방의회에 대한 무관심은 날로 증가하는데 더욱 심각한 것은 선거제도가 이러한 경향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현재의 선거제도에서 국회의원은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을 자신의 선거운동원이나 지역관리인 정도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의원선거가 정당공천제로 이루어지는데 공천심사위원회에 있는 ‘지역위원장(국회의원) 평가부분’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여론조사와 경선의 비중을 높여 지역위원장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여 지역위원장이 정당의 책임하에 공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지방자치의 문제를 지방의회와 선거제도의 문제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지방의회와 선거제도의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지방자치의 문제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지방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안 또한 단순하다. 권한을 주면 된다. 재정을 분권화하여 지방이 재정적으로 중앙에서 독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업무에서는 최소한 복지, 환경, 교육, 경찰치안처럼 지방민의 삶과 밀접한 문제만이라도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조례에 대해서도 일본처럼 단서조항을 폐지하거나 완화하여 조례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의 권한이 강화되면 자연스레 능력 있는 정치인이 지방으로 갈 것이다. 이들이 국회의원의 하수인이 아닌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초-광역-국회의원의 삼자 간 정책협의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 지방의 위상 또한 높아질 것이다. 혹은 지방의 권한이 강화되어 능력 있는 정치인을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정치인을 불러들여 지방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정당제도는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정당법에서 사실상 중앙정당만 설립되도록 규정한 것이다. 현재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으로 등록하기 위해서 중앙당을 서울에 두어야 하고(제3조), 5개 이상의 시도에서 시·도당을 가져야 하며(제17조), 각 시·도당은 해당지역에서 1천 명 이상의 당원을 각각 확보해야 한다(제18조). 이러한 폐쇄적인 정당법을 개선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을 통해 지방정당이 설립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당 설립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선진국의 경우 여러 지방정당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이 지방의 특수성에 맞는 정책을 통해 경쟁하며 지방자치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또한 시민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정치세력들을 지방정치권 내로 불러들여 능력 있는 정치인의 정책 경쟁을 통해 지방정치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은 있으나 투표자가 없는 교육감 선거

한편 이 책은 부실한 제도로 인해 지방자치의 민주적 대표성이 실종되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지방교육자치제인 교육감 직선제를 민주적 대표성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난 후 교육감 선거를 직선제로 계속할 것이냐, 임명제로 바꿀 것이냐를 놓고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책은 지방자치의 한 부분으로서 교육감 선거 또한 빠트리지 않고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우선 교육감 선거에서 직선제의 장점은 지방교육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활성화되어 지방분권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는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교원평가제 등과 같은 여러 현안을 둘러싸고 교과부의 상명하달식 요구에 교육감이 저항한 사례에서 알 수 있다. 교육감의 권한이 강화되니 혁신학교 등과 같은 정책에 집중을 하게 되고 선거 또한 자연스레 정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단점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자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데 현재 한국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이념대결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에서 정치적 성향이 화두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총이나 전교조가 올바른 교육을 지향하는 전문적인 교육단체라고 생각하는 경우 이들의 전문성이 정부교육정책에 반영되었다고 해서 정치적 중립성이 위반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이 아니라 선거에서 민주적 대표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15%대로 매우 낮으며, 투표 자체도 투표용지 앞 순서에 명기된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는 등 사실상 로또선거로 치러지고 있다. 정책은 있으나 투표자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제한적 직선제다. 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교육정책과 무관한 사람들에게도 선거권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부모, 교직원 등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면 투표율이 상승하여 민주적 대표성이 확보될 것이다. 

둘째,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 제도이다. 시·도지사와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들이 연대하여 출마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유권자는 시·도지사의 정당을 통해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있어 교육감이 굳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낼 필요가 없어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성도 확보되고,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시·도지사 선거에 교육감 선거를 연동하면 투표율 또한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권한이 시·도지사가 교육감보다 강하기에 교육감이 시·도지사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 

셋째,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고 이를 지방의회에서 검증하는 것이다. 투표율이 낮으니 아예 직선제를 임명제로 바꾸는 것인데, 민주적 대표성은 지방의회의 검증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 그러나 시·도지사의 정당과 지방의회의 다수당이 일치할 경우 교육감 검증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점, 정파적 갈등이 교육감 청문회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 교육감 인사 청문제도가 의회의 인준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 시·도지사가 의회의 합의 없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점 등의 문제가 있다.

이처럼 이 책은 교육감 선거에 대해 현재 정치권에서 논쟁하고 있는 직선제와 임명제의 양자택일에서 벗어나 제도적 관점에서 현 교육감 선거제의 장단점을 충실히 분석한 후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 없는 지방자치를 넘어서 

민주주의에서 너무나 뻔하면서도 당연하지만 그래서 중요한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는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며 민주주의의 원칙은 일상생활에 보다 밀접한 하위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구현될 수 있다.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를 포함한 6명의 정치학자들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한국의 지방자치를 돌아보고자 이 책을 집필하였다. 정치학자들은 그동안 지방자치에 대해 학술적으로 큰 관심을 쏟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필자들은 정치적 갈등과 이해관계에 치중하여 중앙 중심적인 시각에만 사로잡힌 것은 아닌가 하는 정치학자로서의 성찰과 함께 이 책을 통해 지방 정치의 역동적 과정에 대한 보다 활성화된 논의가 이루어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 : 강원택

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영국 런던정경대학교(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정치학 박사

주요 논저: <한국 선거정치의 변화와 지속>, <통일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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