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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조선이 한국에게 보내는 편지

저자
박건영  
  • 가격

    30,000 원

  • 출간일

    2021년 09월 15일

  • 쪽수

    638

  • 판형

    152*224mm / 양장제본

  • ISBN

    9791167070234

  • 구매처 링크

“한국의 외교를 역사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그에 기초하여 현안을 분석하며 정책적 함의를 제시”

 

 

중국의 물리적 급부상과 정치화한 중화민족주의, 그리고 냉전기 미국패권의 쇠퇴를 반영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그를 되돌리려는 “미국의 귀환”은 국제정치의 불안정성과 변동가능성을 압축적으로 현시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전략구도 하에서 한국도, 한반도의 국제정치도 변화하고 있다. 조건의 변화에 따라 상대적 무게를 달리하면서, 그리고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자극하고 추동하며 때로는 신속히 때로는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움직이는 세계’를 응시하고 있는 ‘움직이는 한국’은 아마도 ‘가보지 않은 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시를 빌려 말하자면, 한국이 “어떤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외교가 투철한 역사의식과 냉철한 분별력을 겸비한 ‘전략적-실용주의’의 정책적 손전등(flashlight)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 

『조선이 한국에게 보내는 편지: 한반도의 국제정치』는 역사적, 세계관적 관점에서 한국의 토착적인 외교 관념의 지속과 변화를 이해·포착하고, 그 현재적, 미래적 영향력을 분석하고 처방을 내리는 이론적, 정책적 시도이다. 저자는 조선 외교사와 한반도의 국제정치로부터 도출한 ‘주체-구조 간 상호적 역동성’을 강조하는 외교적 인식의 틀에 기초하여 “전략적-실용주의(strategic pragmatism)”라는 정책적 지침을 제시하였다. 이는 국제정치가 한반도에 대해 행사하는 구조적 영향력과 한국이라는 외교주체의 가치관의 지속과 변화를 상호적·역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다. 그럼으로써 한국외교의 현주소에 대한 현장감 있는 이해를 도모하고, 그에 기초하여 정책적인 면에서는 양분법적인 이상주의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시공간적요소를 중시하는 가운데 실용주의적 성과들의 축적이 가지는 전략적 함의에 주목한다.

현단계 한국 외교의 문제는 미중 간의 선택이라는 양분법적으로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미중관계를 17세기 초 명청교체기의 국제정치에 비교할 수도 없다. 중국의 성장이 과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상대적 쇠퇴도 불가피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21세기의 국제정치적 상황에서 미중관계의 향방에 대한 평가나 예측은 17세기 명청관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복합적인 고려를 필요로 한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한국의 외교는 단순히 물질적 관점에서 좌표가 설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가의 외교안보정책은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삶의 방식과 관련된 가치(values)를 근본적인 지도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당연히 한국은 폐쇄적이고 통제적인 공산당일당독재체제가 아닌 개방적인 시장민주주의,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지지하는 한미동맹의 유지를 추구해야만 한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은 ‘나라를 구해주었다’는 ‘재조지은(再造之恩)’ 식의 의리외교에 경도된 맹목적이거나 관성적인 사고방식으로부터 자신을 과감히 해방시켜야 한다. 물론 실리외교가 시공간을 초월해서 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외교안보정책이나 사고는 구체적 시공간의 맥락과 조화되는 영역 내에서 고려되고 찾아져야 한다. 그것이 현실적 필요와 결과를 중시하는 실리주의이자 ‘분별력 있는(prudent)’ 외교인 것이다. 조선 초의 대명 ‘사대외교’는 실리외교였다. 그러나 17세기 초의 대명 ‘사대주의’나 조선 말기의 위정척사론은 실리외교가 아니었다. 전자는 현실적 필요와 예상되는 결과를 인지한 분별력 있는 선택이었던 반면 후자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해 가장 먼저해야 하는 것은 자신과 세계의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는 일이다. 자신의 변화를 아는 것이 아마도 더 중요할지 모른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뿌리를 건드리는’ 근본적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이 새우였다면 그에 걸맞는 외교를 하는 것이 맞는 것처럼 이제 한국이 새우가 아닌 돌고래 정도의 능력을 갖추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사고와 운신의 폭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1950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기습을 받았고, 그것은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군사 제 영역에서 심각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외교안보적 관념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유묘(幼猫), 즉 새끼 고양이 시절 큰 쥐에게 당한 기억 때문에 성묘(成猫)가 되어서도 ‘쥐를 잡지 못하는 고양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외교안보정책의 외부적 요인이자 환경인 세계정세의 정태적, 동태적 측면도 정확하고 타당하게 파악되어야 하고, 그것의 미래적 운동 방향이나 전략적 함의 또한 선제적으로 간파되고 분석/종합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은 체계적, 입체적, 실리적인 관점에서 한미, 한중, 한일, 남북 등으로 구성되는 ‘한반도의 국제정치’를 분별력을 가지고 담대하게 관리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한국인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구조적 제약이나 국가적 도약의 발판을 초래/창출한 국가지도자들의 실존적인 외교안보정책적 이니셔티브는 많은 사례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2016년 7월)’, ‘일본군 위안부 합의(2015년 12월 28일)’,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2008년 8월 14일)’,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2003년 10일 18일)’, 김대중 정부의 ‘6.15남북공동선언(2000년 6월 15일)’ 등에서부터 대한제국 고종의 ‘전시 국외중립선언(1904년 1월 21일)’, 대명 원군(援軍) 지휘관 강홍립(姜弘立)에게 광해군이 내린 관형향배(觀變向背)의 밀지(密旨, 1618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외교적 결단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과 한국인들의 일상과 미래를 형성해온 한국의 중대 외교안보정책이 어떤 이유와 맥락에서 결정되고 실행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연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의 외교를 역사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그에 기초하여 현안을 분석하며 정책적 함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전략적-실용주의(strategic-pragmatism) 

『조선이 한국에게 보내는 편지: 한반도의 국제정치』는 정책과 관련하여 국제정치의 구조적 제약을 의식하면서 변화되고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역동적 현실을 반영하는 주체중심의 ‘탈-탈냉전적 마인드셋’과 ‘자각과 성찰의 마인드셋’을 포괄한다. 저자는 이러한 국제체제중심적 동인과 주체중심적 마인셋을 체계적으로 종합한 관념적 틀(conceptual framework)로서 ‘전략적-실용주의(strategic-pragmatism)’를 제시한다.

실용주의는 “실질적, 결과적 이익”을 강조하는 가치관이다. 국가 간 관계에서 특정 국가가 실용주의적인가의 여부는 그 국가가 타국가와의 상호작용에서 자신의 실질적 국가이익을 결과적으로 증가시키려 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저자의 원칙은, “가치중립적” 실용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전략적-실용주의는 민주적 원칙과 인본주의적 가치를 모든 외교안보정책이나 공공정책의 기본이자 시발점으로 간주한다. 다만 저자는 축적된 실용주의적 성과들이 “서로 협력하여,”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민주주의, 자유, 인권 등의 실현과 촉진에 기여한다는 면에서 원칙과 가치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혹자는 국익과 가치를 동시에 취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북핵문제와 북한 인권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과자를 갖고 있으면서 먹을 수는 없다(You cannot have a cake and eat it too)”는 서구의 속담이 말해주듯 이러한 접근법은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두 주체 사이에 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이는 동시행동원칙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협상은 문제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산출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동시행동이 오히려 바람직한 해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치와 세계관은 오랜 역사에서 형성/유래된 통치체제의 근본 기반이며, 국가적/민족적 자존심에 예민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 변화를 검증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흥정, 즉 주고받기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저자의 접근은 이슈들에 대한 우선순위 부여, 그리고 현재 가능한 것과 미래에만 가능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판단력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접근은, 다시 말해, 현재에는 해결불가하게 보이는 문제들이 작은 실용주의적 성과들이 집적/축적되었을 때 미래에는 훨씬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다는 지혜를 강조한다. 요컨대, 저자의 접근은 실용주의적 성과들의 체계적 축적이 결국 상위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차원에서 실용주의적이면서 동시에 “전략적”이다

 

“만들어지고 있는 역사(history in the making)” 

저자는 한국의 외교안보노선에 관한 ‘한반도의 국제정치’라는 접근법을 제시하면서 국제체제중심의 관점과 주체중심의 시각이 체계적으로 교직된 관념적 틀의 현재적 타당성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외교안보정책적 지도개념이자 상위개념을 제시하고 그것이 가지는 정책적 함의 및 논쟁 가능한 부분에 대해 논의하였다. 저자는 이러한 논의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외교를 역사적으로 조망하면서 현재와 미래의 시점에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고 있거나 하게 될 주요 주체나 사상, 격변적 사건이나 그로부터 도출된 외교관념 등을 살펴본다. 이를 진행함에 있어 역사를 시간 순에 따라 단순히 나열하기보다는 그러한 역사적 조망에 현재와 미래의 한국의 외교와 관련된 논쟁들을 적절하고 타당한 맥락에서 결부시키고 연계함으로써 역사가 현재진행중임을 상기하고 부각하고자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한국 외교의 역사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만들어지고 있는 역사”, 즉 “현재적 역사(current history)”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외교안보노선과 정책의 현실부합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조선의 외교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한반도의 국제정치’의 주요 지향점이 한국의 현재적, 미래적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와 합리적 해법 제시라 할 때, 조선의 외교는 그에 대한 직접적 적실성과 함의를 가진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역사’는 ‘조선의 외교’에서 유래한다 할 때 이 책은 ‘조선이 한국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다. 어떤 현인의 말처럼, 역사는 “게으르고 탐욕적이며 겁 많은 인간들”이 야망, 만행, 실패의 시행착오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과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았던 삶의 누적이고, 그러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다. 그때 그렇게 했기 때문에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내용을 담은 그 ‘편지’는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의 원인을 짚어주고, 해결의 단초를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때론 의욕과 기대를, 때론 고뇌와 체념을, 때론 좌절과 회한을 담은 조선에서 오는 편지들을 읽어보기로 한다.

: 박건영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1989년 University of Colorado에서 ‘칼 도이취 상(Karl Deutsch Award)’ 수상자인 스티브 챈(Steve Chan), 마이클 워드(Michael Ward) 교수의 지도 하에 박사학위(“Political Economy of Rapid Development”)를 취득하고 Texas A&M University에서 알렉스 민츠(Alex Mintz) 교수와 협업하고 국제정치이론, 미국정치, 정치학 방법론 등을 가르쳤다. 이 시기 연구 성과는 Journal of Peace Research, Defence Economics, International Interactions, Asian Perspective 등에 실렸다. 1997년부터는 가톨릭대학교에 부임하여 국제학부장,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장, 인문사회연구소장, 국제대학원장을 역임하고 국제관계이론·외교사·미중관계특강 등을 가르치며 최우수강의상을 수상하였다. 박건영 교수는 2000년 『한반도의 국제정치』로 한국국제정치학회로부터 학술상을 받았고, 2003년에는 『동아일보』에 국제정치 부문 제3세대 대표적 학자로 언급되었고, 2004년에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코리아펠로우로, 그리고 2014년에는 “미중관계와 한반도의 통일”로 UNESCO-Korea Commission(Korea Journal)의 제1회 ‘Korea Journal 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박건영 교수는 국제정치의 보편성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사회에 대한 독자적인 문제의식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자기 사회의 맥락과 유리된 문제의식”을 갖게 만드는 서구의 관념적, 가치관적 지배력을 경계하면서 구체적 시공간의 맥락을 반영하는 분석과 처방을 제시해왔다. 예를 들어, 현재 프랑스인들이 누리는 개인의 자유는 현재 한국인들이 누리는 개인의 자유와 유사한 이른바 보편적 가치이지만, 다른 한편 그들이 지금 누리는 자유의 기원은 서로 같지 않다. 프랑스인들이 절대왕정을 타파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얻었다면 현재의 한국인들은 어떤 투쟁을 거쳐 자신들의 자유를 쟁취했는가? 같은 개인의 자유가 구체적 시공간이라는 “감성의 선험적 형식(a priori form of sensibility)”에 의해 서로 다른 자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뒤집어 말해보자. 프랑스인과 한국인들의 자유를 현재 위협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요컨대 자유를 분별하는 능력의 이론적, 정책적, 실천적 함의는 다대하다. 이러한 접근법과 문제의식은 박건영 교수의 최신작인 『국제관계사: 사라예보에서 몰타까지』(사회평론아카데미, 2020), 『국제정치이론』(공저, 사회평론아카데미, 2021), 『외교정책결정의 이해』(사회평론아카데미, 2021), 『조선이 한국에게 보내는 편지: 한반도의 국제정치』(사회평론아카데미, 2021)에 일관되게 반영되어 있다.

박건영 교수는 수년 전부터 한국적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는 ‘중범위(midrange) 국제정치이론’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한국적 국제정치이론의 유망한 재료 중 하나로 북한을 꼽고 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은 중요한 국제정치 주체이면서도 기존의 국제정치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독특한 행위자이다. 예를 들어, 북한과 중국 간 관계는 서양식 개념인 ‘후견인-피후견인 관계(patron-client relations)’로 설명될 수 없다. 기존 이론으로 주요 국제정치 주체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연히 중요한 이례(anomaly)로서 국제정치의 훌륭한 이론적 재료가 될 수 있다. ‘북한(또는 한반도)의 국제정치’와 관련하여 유용한 이론적 개념으로는 줄타기 외교(또는 주체 외교), 벼랑끝전술, 햇볕정책, 적대적 상호의존, 근교원공, 순망치한, 기미부절(羈靡不絶), 이이제이, 재조지은(再造之恩) 등이 있을 수 있다. 벼랑끝전술(brinkmanship), 이이제이(divide and rule) 등의 개념은 서양 국제정치에서도 자주 언급되기는 하지만 북한/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고유한 국제정치사적 맥락은 이 개념들의 이론적 의미를 부각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 북한과 언어, 역사, 문화적인 면에서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국제정치학자들은 북한에 대한 접근이라는 차원에서 그 어느 다른 나라의 학자에 비해서도 비교우위에 있다. 박건영 교수는 이에 착안하여 국제정치의 주요 일부인 한반도와 동북아의 국제정치를 보다 적확하게 설명/이해할 수 있는 인식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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