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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언어와 독일의 분열

저자
패트릭 스티븐슨 Patrick Stevenson  저, 옮긴이 소개  역, 김하수  감수
  • 가격

    28,000 원

  • 출간일

    2023년 02월 28일

  • 쪽수

    484

  • 판형

    165*235

  • ISBN

    979-11-6707-092-0

  • 구매처 링크

독일의 동서 분열 45, 통일 후 10,

유일한 연결체인 언어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1990년 독일이 통일된 후 독일 사회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주로 정치, 경제 측면을 분석하고 문화와 사회, 특히 언어에 대해서는 부차적으로 다루거나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았다. 반면 서구에서는 학술적인 맥락에서나 비학술적인 맥락 모두에서 동서독 언어문제를 다루어 왔지만 보통 동과 서 한쪽(주로 동쪽)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서독의 언어 사용 패턴을 표준으로 삼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 책은 1945년부터 2000년까지 독일의 분열부터 통일 후 10년까지, 사회언어학적으로 독일의 언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통찰하고 있다. 저자의 분석은 한국처럼 두 언어 공동체로 분열되어 있거나, 카탈루냐나 퀘백처럼 정치와 언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언어적 맥락을 포함하고 있어, 언어와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통일되었지만 통합되지 않은 언어, 무엇 때문일까

 

1990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독일이 곧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 언어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동과 서의 서로 다른 언어 사용 패턴은 통일 이후 전면에 드러났다. 바로 동독 출신서독 출신의 단순 구분이 1990년대를 거치면서 동독다움(Ossizität)과 서독다움(Wessizität)을 평가하는 복잡한 사회적 범주로 발전한 것이다.

동독과 서독은 일인칭 대명사 사용법도 다르고, 슈퍼마켓이나 노동자라는 기본 단어도 달랐다. 통일 이후 동과 서는 하나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 있었고, 특이 언어의 문제는 공적인 부분뿐 아니라 일상의 의사소통에서도 혼선을 빚었다. 서독 출신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일부 용어의 사용을 자제하는 동독의 회사도 있었고, 도이체 방크에서는 동독과 서독의 새로운 파트너 간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해 200개 단어가 실린 비즈니스 용어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서독 출신이 동독 출신보다 길게 말해서 유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독의 방식이 의사소통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서독 학생의 증언도 있었다. 독일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에게 독일어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유일한 연결체로 인식되었지만 실상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했다.


우리의 언어는 우리의 역사다.”-그림 형제

 

독일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4개의 점령 구역에서 다시 두 국경 국가로 나뉘는 과정에 기여했고, 동과 서의 체제를 유지하는 이데올로기에 기여했으며, 통일된 후에도 첫 10년 동안은 동과 서라는 두 개의 언어 공동체를 계속해서 갈라놓는 데 기여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언어가 독일에서 사회적 분열을 구축하고 도전하며 해체하는 데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독일인의 언어 경험이 정치에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서구에서 동독과 서독 언어 공동체 사이의 언어 및 의사소통 차이를 주제로 하는 연구는 1990~1999년에만 700개가 넘게 이루어졌다. 대부분 1990년 이전의 정치적 분열 기간이나 전환기(Wende, 1989~1990) 또는 통일 국가로 집중되었다. 더 넓은 역사적 맥락에서 동시대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 자명한 불연속성뿐 아니라 중요한 연속성을 끌어내는 사회언어학적 불일치에 관한 연구는 부족했다. 또한 이 책이 출판되기 전까지 독일 통일과 언어 문제에 관한 연구는 전적으로 독일인에 의해, 그리고 독일어로 수행되었다. 그러나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 교수인 저자 패트릭 스티븐슨은 참여적 외부자의 관점에서 비판적이지만 균형 잡힌 시각으로 독일어 텍스트와 담화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현대 독일의 사회언어학적 차이와 의사소통의 불일치 현상은 통일 이전 40년간의 분단과 더 길게는 지난 200년간 국가 정체성 구축과 경쟁 과정에서 독일어의 개념이 지녔던 역할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역사적 관점에서 다양한 연구의 방향을 통합해 설명한다.

이 책은 언어 공동체가 분열되었거나 분열되어 있는 나라와 지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국 같은 분열된 국가뿐만 아니라 정치 투쟁과 언어 실행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발칸 국가들, 카탈루냐, 퀘백, 예루살렘과 같은 다양한 다언어적 맥락이 이에 해당한다. 동과 서의 공식적인 메시지뿐만 아니라 공개 발언, 연설, 토론 등의 공적 담화, 개인적인 상호작용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독일어가 역사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독일의 분열과 통일을 이루어 냈는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비단 언어에 관심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역사, 사회,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국가 정체성, 개인의 경험, 사회언어학적 맥락의 복잡한 문제

 

저자는 두 가지 원칙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 하나는 간단한 연대순으로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는 점이다. 1부는 전환기까지의 기간을 다루고, 2부는 통일 후 첫 10년을 다룬다. 또 하나는 각 부 안의 2개 장은 시간순이 아니라 주제별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1장 도입은 2000디 차이트의 신문 헤드라인으로 시작한다. 독일어로 작성된, 특별할 것 없는 문장에서조차 동과 서를 구분하고 동과 서는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어쩌면 독일어가 유일한 공통점이지만, 독일어조차 그 어떤 것보다 더 동과 서를 구분지었다는 것의 방증이다.

1부인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1945년 이후 두 독일의 출현과 발전, 동과 서의 관계에서 필수적인 언어와 사회언어학적 변화가 어떤 쟁점을 만들었는지 보여 준다. 두 국가의 이해 관계를 병치시키면서, 당시 언어학적 논쟁을 설명한다. 국민의 (soul)’ 또는 정신(spirit)’을 국가 정체성과 연결시켜 독일에서 언어적 민족주의를 발전시킨 관점, 외국어에 비해 독일어가 우수하다는 언어적 순수주의 담론, 그리고 독일어를 민족어로 동원하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분석한다. 또한 국가의 명칭인 DDR, BRD라는 약어가 만들어진 배경, 사용의 변천사, 잘못된 사용에 따른 착오와 우여곡절 등 흥미로운 사례를 추적한다.

3장에서는 동독의 공적 언어가 사회를 결집하고 해체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탐구한다. 즉 동독에서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언어가 사용된 방식이 역설적으로 동독의 몰락에 어떻게 기여했는가 살펴본다. 특히 전환기 무렵의 독일사회주의통일당 및 그 매체의 담화, 개혁그룹 및 저항 당사자들의 담화, 예술가, 지식인 등 영향력 있는 의견형성자의 담화, 거리의 일반인들의 담화를 분석하면서 오랜 시간 공식 담화를 엄격하게 유지하고 통합한 결과 오히려 몰락의 씨앗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에리히 호네커의 연설, 독일민주공화국 제35주년 행사 준비 문서, 관공서 부서별 근무 계획, 학교 학급의 연례 보고서, 학부모 통신, TV 프로그램에 제보한 서신 등 공공 텍스트와 공적 담화에서 안정성, 질서, 예측 가능성, 합리성, 일관성 등 국가 이데올로기가 어느 만큼 존경받는 가치로 투사되었는지 알 수 있다.

2부인 4장에서는 언어의 사용과 평가에서 상충되는 패턴을, 5장에서는 차이의 담론이 구성되어 가는 과정을 고찰한다. 전환기 새로운 언어 환경에서 동서독인들은 사회언어학적 차이를 어떻게 경험했으며 그 도전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동독 단어는 불필요하거나 쓸모없어졌으며, ‘서독의 단어가 동독 어휘 목록에 흡수되었고, 기성세대에게 낯설지 않은 고어가 되살아났으며, 상호보완적인 단어 쌍이 동의어에서 배제되었고, 금기시되던 단어가 공적 담화에 쓰이고,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졌다. 구직 광고, 집 광고, 신문에 실린 독자 편지, 영업자와 고객의 담화, 전화 상담 등 다양한 사례를 들어 언어와 의사소통의 불일치를 분석한다.

5장에서는 언어 사용과 언어에 대한 성찰이 서로 다른 종류의 동서 정체성을 구성하고 형성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가를 살펴본다. 먼저, 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하고 삶에서 언어의 역할을 성찰하는 개인 내러티브를 살펴본다. 그리고 내면화된 동쪽과 서쪽의 이야기가 상호작용에서 활성화되는 방식을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동독다움과 서독다움의 이미지가 개인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어떻게 다양하게 실현되는지 분석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고정관념과 낙인찍기를 살펴본다. 이와 같이 동독다움과 서독다움의 개념은 사회적 맥락과 관련된다.

저 : 패트릭 스티븐슨 Patrick Stevenson

영국 레딩 대학에서 언어학으로 석사 학위를, 사우샘프턴 대학에서 독일 사회언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2018년까지 사우샘프턴 대학의 독일어 및 언어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사회언어학, 다중언어주의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언어 정책, 언어와 이데올로기, 언어와 이주 문제 등을 연구해 왔다. 2009년에는 독일어와 독일 문화의 국제적 진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이콥과 빌헬름 그림상(Jacob- und Wilhelm-Grimm-Preis)을 수상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독일어와 현실 세계: 현대 독일어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문화적, 화용적 관점(The German Language and the Real World: Sociolinguistic, Cultural, and Pragmatic Perspectives on Contemporary German)(1998), 언어 이데올로기, 정책 및 관행: 언어와 유럽의 미래(Language Ideologies, Policies and Practices: Language and the Future of Europe)(2006), 중부 유럽의 언어, 담화 그리고 정체성: 다중언어 공간의 독일어(Language, Discourse and Identity in Central Europe: The German Language in a Multilingual Space)(2009), 다중언어 메트로폴리스에서의 언어와 이주: 베를린 실황(Language and Migration in a Multilingual Metropolis: Berlin Lives)(2017) 등이 있다.

역 : 옮긴이 소개

신명선 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양수경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강사

강남욱 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강보선 대구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박진희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BK21FOUR 박사후연구원

감수 : 김하수

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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