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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한국 그림의 전통

저자
안휘준  저
  • 가격

    28,000 원

  • 출간일

    2012년 02월 29일

  • 쪽수

    588

  • 판형

  • ISBN

    9788964355145

  • 구매처 링크

한국의 1세대 미술사학자이자 한국회화사 1호 연구자, 안휘준. 청년 시절 그는 식민사관 청산을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고 한국회화사를 첫 장부터 다시 쓰고자 했다. 1988년 간행된 《한국회화의 전통》은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한국회화사 개설서이다. 안휘준은 야나기 무네요시 류의 감상적인 한국미론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실제 작품에 근거하여 한국회화사를 시대, 지역, 장르에 따라 실증적으로 탐구해나간다. 이로써 한국미술 전체에 패배주의적 민족성을 덧씌우려는 식민사관이나 한국미술의 역사를 고정불변의 실체로 잡아두려는 단편적인 시선 모두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다.

《한국 그림의 전통》은 바로 그 《한국회화의 전통》을 2012년 현재에 맞춰 새롭게 손질한 책이다. 회화작품을 한 ‘시대’가 담긴 ‘사료’로 바라보고 역사에서 찾아낸 것을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학문적 태도는 여전하다. 이에 더해 개정신판에서는 최신 연구성과를 적극 반영하고 도판과 참고문헌을 엄선하여, 새로운 세대의 한국회화사 입문자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 하였다. 


한국미술사의 어제와 오늘, 안휘준

한국에서 미술사, 특히 한국미술사의 역사는 길게 잡아도 백 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가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미술사라는 낯선 학문을 안착시키고, 근대 서구 회화에 길들여진 우리의 눈을 근대 이전의 회화에까지 확장시켜, 한국미술을 눈여겨볼 만한 대상으로 만들었던 여러 학자들의 숨은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중적 관심이 과연 생겨날 수 있었을까?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아 단박에 인정받기 어렵지만,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자료와 그림과 문헌 속에서 묵묵히 그 길을 걸어온 이가 있다. 한국미술사를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안휘준.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한국미술사 베스트셀러들도 그가 닦아놓은 기초에 많은 부분 의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그림의 전통》은 한국에 없던 ‘한국회화사’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고 기틀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듬직하게 역할을 수행했던 안휘준의 1988년작 《한국회화의 전통》을 재편집한 결과물이다. 노학자는 지난 30여 년 사이에 새롭게 발견된 내용들을 추가하고, 색인을 보강하고 참고문헌 목록을 새로 만들고 작품을 컬러화하는 등의 작업을 첫 책을 내는 열정으로 꼼꼼하게 진행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내용의 흐름과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저자가 세워놓은 한국회화사의 기틀이 아직도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휘준의 불끈한 기운이 느껴지는 책

원래 고고인류학을 전공하려던 청년 안휘준은 미술사로 전공을 바꾸게 된다. 당시 미술사라는 학문은 한국에 없는 학문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대학에는 미술사학과가 따로 없었고, 고고인류학과 안에 몇 개의 미술사 과목이 있었을 뿐이었다. 심지어 연구할 대상인 회화는 전하는 수도 적고 보존상태도 좋지 않았다. 그나마 남아 있는 작품 대부분 조선시대 것들이었고, 일제강점기의 ‘조선/유교 망국론’ 아래 오랫동안 평가 절하되어왔다. 일본의 어용학자 세키노 타다시(關野貞, 1867-1935)가 한국 미술을 ‘발생기(상대)-융성기(통일신라)-전성기(고려)-쇠퇴기(조선)’로 구분하고, 한국에서 빛나는 문화유산은 통일신라를 중심으로 한 과거의 것이며 조선시대 이후로는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쇠퇴일로를 걷게 되었다고 주장한 것이 통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휘준은 1967년, 스승들의 권유로 고고인류학에서 미술사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모험에 가까운 외국 유학길에 오른다. 하지만 한국에도 없는 한국미술사가 하버드에 있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모험과 도전은 계속되었고, 근대적 미술사 방법론을 배워 한국미술에 접목시켜 독학으로 한국미술사를 써나갔다. 마침내 그는 한국에서 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첫 번째 사람이 된다. 


한국회화사가 쓰이는 과정, 《한국 그림의 전통》

안휘준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본격적으로 한국회화사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70-80년대, 당시 역사학계의 화두는 ‘식민사관의 청산’이었고 한국미술사학도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한국미술을 일본 어용학자들의 눈이 아닌, ‘우리의 눈’으로 다시 보아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그간 외면당해온 조선시대 회화가 재조명받았고, 특히 조선 후기 풍속화와 진경산수화를 ‘근대적 주체성’의 발현으로 보는 관점이 힘을 얻기도 했다. 안휘준 역시 식민사관의 청산에 관한 한 비슷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쓴 「한국의 회화와 미의식」이라는 글에는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 류의 한국미론에 대한 준열한 비판이 들어 있다.

미술품 수장가이자 민예학자였던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는 식민지 조선과 조선인들을 ‘가엾게’ 여기며 조선의 미술에서 ‘한 서린 슬픔’을 발견했다. “말하자면 빈약한 반도의 자연과 참혹한 역사 때문에 한국인들은 필연적으로 슬픔에 찌든 미를 창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한국 그림의 전통》, 48쪽) 이후 야나기 무네요시의 관점에 따라 많은 한국 학자들도 한국 미술에서 슬픔이나 한을 읽어내려 했다. 하지만 안휘준은 이것이 한국의 미술작품 중 지극히 협소한 범위, 즉 야나기가 애호한 일부 도자기류에 한정된 주장인 데다가, 자연 조건이 미의식을 결정짓는다고 보는 것은 근거가 빈약함을 지적한다. 안휘준의 한국회화사 연구는 조선의 패배주의적 민족성이 식민지배를 자초했다고 보는 식민사관을 실제 미술사료에 입각하여 하나씩 무너뜨리는 데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개인적인 감상에 치우치지도 않고 현학적인 풍모를 과시하지도 않는 한국회화사의 실용적인 개설서

우리의 눈과 우리의 관점에서 한국회화사를 쓰기 시작한 안휘준은 이제 개설의 정도(正道)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지금도 서점에 나가보면 한국회화사 개설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책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어떤 책들은 유명 작품을 몇 가지 고르고, 거기에 주관에 가까운 개인적 감상과 지나치게 현학적인 지적 과시(?)로 ‘개설’의 할 일을 다 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 책 《한국 그림의 전통》을 통해 안휘준은 잘못된 개설에서 감상과 현학을 빼고 연구와 검증을 넣는다. 대표적으로 겸재 정선의 예를 들어보자.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조선의 산천을 조선인의 눈으로 직접 보고 그린 주체적 회화’, 전에 없던 새로운 화법의 그림으로 이야기된다. 문제는 정선과 그의 진경산수화에 대한 평가가 점점 더 객관의 단계를 넘어 신격화의 수준에 이른다는 점이다. 하지만 진경산수화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화법도 아니고, ‘천재 화가’ 정선이 불현듯 영감을 받아 창안해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정선은 당시 조선에 들어와 있던 《개자원화전》 등 중국 화보들을 통해 남종산수화 기법을 익힐 수 있었고, 그의 진경산수화풍은 이를 체화하고 변용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한국 그림의 전통》, 246-252쪽 참조). 


1988년에 세상에 나왔지만 2012년에도 여전히 필요한 한국회화사 텍스트

《한국 그림의 전통》은 한국회화사를 정확하고 정제된 눈으로 바라보려 한 책이다. 그 출발점에는 식민사관의 청산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고, 이후 저자는 실제 작품에 근거한 실증적 연구로 야나기류의 심정적인 한국미론을 무너뜨려나가는 한편, 시대와 지역이 다른 작품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회화사를 형성해왔는지 기나긴 흐름을 추적했기 때문이다.

《한국 그림의 전통》은 또한 한국회화사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신석기시대부터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 ‘필견’으로 선택한 그림을 한데 모아놓았다는 점만으로도 곁에 두고 볼 이유가 있다. 저자가 손수 엄선한 회화작품들을 보는 것은 그가 수십 년간 훈련을 거듭해온 감식안과 역사관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평생을 한국회화사 연구에 바쳐온 전문가의 식견이 담긴 컬렉션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2012년 개정신판에서는 한국회화사를 공부하려는 초심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장치들을 보너스로 제공한다. 크게는 지난 30여 년간 새로 발견된 연구성과들을 꼼꼼하게 보완한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동산방화랑의 전시를 통해 조선 후기 화가 김창수와 김수철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저자는 이 같은 최신 연구성과까지 섭렵하여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한국 그림의 전통》, 29쪽 참조). 여기에 각주나 추기(追記), 부록의 참고문헌 목록, 1천여 개가 넘는 색인 항목은 관련 주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방대한 읽을거리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이정표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 


어떻게 본다면 미술작품을 하나의 ‘사료’로 대하며, 작품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을 찾기보다 과연 무엇이 보이는지를 샅샅이 훑고 정직하게 기록하는 태도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 《한국 그림의 전통》을 읽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한국회화사 연구의 소중한 역사가 된 안휘준을 다시 읽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저 : 안휘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고고인류학과(문학사)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문학석사, 철학박사)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 수학 


전(前)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박물관장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박물관장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초대 예술연구실장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초대 이사장 

한국대학박물관협회 회장 

한국미술사교육학회 대표 

한국미술사학회 회장 

문화체육부 학예사운영위원회 위원장 

국립중앙박물관 운영자문위원회 위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 위원장


현(現)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문화체육관광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 위원장 


상훈 

우현상, 동원학술대상, 한국미술저작상, 간행물윤리상(저작 부문), 위암 장지연상(한국학 부문), 보관문화훈장, 대한민국문화유산상(학술 부문), 옥조근정훈장, 안견미술문화대상, 세종문화상(학술 부문), 용재학술상, 효령상(문화 부문), 대한민국학술원상(인문학 부문) 


주요 저서 

『한국회화사』(일지사, 1980), 『한국회화의 전통』(문예출판사, 1988), 『옛 궁궐그림』(대원사, 1997), 『한국회화의 이해』(시공사, 2000), 『한국회화사 연구』(시공사, 2000), 『한국의 미술과 문화』(시공사, 2000), 『한국미술의 역사』(시공사, 2003)(공저), 『고구려 회화』(효형출판, 2007), 『미술사로 본 한국의 현대미술』(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한국미술의 美』(효형출판, 2008)(공저), 『개정신판 안견과 몽유도원도』(사회평론, 2009), 『역사와 사상이 담긴 조선시대 인물화』(학고재, 2009)(공편),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사회평론, 2010), 『한국 그림의 전통』(사회평론, 2012), 『한국 미술사 연구』(사회평론, 2012), 『한국 고분벽화 연구』(사회평론, 2013), 『조선시대 산수화 특강』(사회평론, 2015),

한국의 해외문화재』(사회평론, 201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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