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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행기록화

저자
정은주  저
  • 가격

    32,000 원

  • 출간일

    2012년 07월 03일

  • 쪽수

    616

  • 판형

  • ISBN

    9788964355350

  • 구매처 링크

목숨을 건 사행길, 그리고 화원


조선은 해마다 명(明)에 사신(使臣)을 보냈다. 고된 사행 여정은 명청교체기에 이르러 더 험난한 바닷길로 가게 되었다. 조각배에 몸을 싣고 성난 파도와 싸우며 사행을 가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신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624년 사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한 이덕형(李德泂, 1566-1645) 일행은 생사를 오간 해로사행을 함께 한 우의를 기리기 위해 자신들의 여정을 기록하여 나누어 가진다. 여기에는 후에 같은 길로 사행을 가야 할 사신들을 위해 자료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남긴 기록에는 위기의 순간을 포착한 그림도 있었다. 현재 전해지는 해로사행기록화―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천도>, <항해조천도>,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연행도폭>, 육군박물관 소장 <조천도>―에는 바다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덕형 일행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는 당시에도 오늘날 종군기자마냥 위험을 무릅쓰고 생생한 사행현장을 화폭에 담아낸 사람들이 있었다는 얘기. 바로 사행에 참여한 화원(畵員)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조선의 외교 현장에는 언제나 화원이 있었다. 사진이 없던 시절, 외교 현장을 이미지로 남기는 것은 화원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까지 공식적인 조선 외교사에서 주목하지 않는 대상이었다. 그나마 조선시대 외교와 화원의 관계는 일본 통신사행과 관련하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선 화원의 그림 자체가 큰 이슈였던 일본 통신사행과 달리, 중국 부경사행에서의 화원은 그리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화원의 사행, 정치·문화적 목적 동시에 달성


그러나 조선의 입장에서는 중국사행의 비중이 더 컸다. 일본 통신사행에서는 화원이 사신단의 책임자인 정사의 추천으로 결정되었지만, 중국 부경사행에는 도화서 녹취재 시행 결과에 따라, 즉 시험에 통과한 우수 화원이 차출되었던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파견된 화원은 주로 왕실 궁궐 조영에 쓰일 채색안료를 구입하고, 사행에 대한 기록이나 의전 혹은 정보수집 차원에서 필요한 지도를 제작했다. 무엇보다도 화원들은 중국 현지에서 접한 역대 주요 서화가의 작품을 모사하는 데 몰두하였다. 이는 당시 화풍의 주류를 가장 잘 이해했던 도화서 화원이 직접 작품을 접하여 체득해오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결국 화원의 사행은 사신단의 교류를 통해서만 새로운 문물을 접할 수 있었던 시대에 필수적인 일이었다. 조정은 사행을 통하여 정치뿐만 아니라 문화적 목적까지 달성할 수 있었기에 실력 있는 화원을 사신단에 반드시 포함시켰다. 


이것은 중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청(淸)에서도 자국의 화원들로 하여금 조선사신들과 관련된 기록화를 많이 남기도록 하였다. 그 예로 <만국래조도>에서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는 조선사신의 모습을 들 수 있다. 또한 청나라 사신 아극돈은 화가 정여에게 자신이 조선에 다녀온 여정을 《봉사도》라는 14폭의 화첩으로 제작하게 했는데, 이 역시 기록화에 대한 지배층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 


한국미술사의 새 장르로서의 사행기록화


이렇듯 사행기록화(使行記錄畵)는 청에서 제작된 조선 관련 기록화를 포함하여, 조선시대 대외관계를 배경으로 그린 회화 모두를 망라하는 개념이다. 사행길의 풍경을 그린 산수화, 사신의 얼굴을 그린 인물·초상화, 외교 의례 절차를 그린 반차도 등 사행과 관련 있는 작품이면 모두 해당된다. 


역사 사료로, 미술 장르의 하나로 사행기록화의 가치는 중요한 것이었지만, 사행기록화에 대한 우리의 연구는 일천한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영접도감의궤반차도>는 궁중기록화로, <조천도>는 산수화로, 김정희와 박제가의 초상은 인물화로서만 연구되었다. 강세황이 연행을 가서 그린 그림들 역시 표암 개인의 작품으로서의 가치에만 집중되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행기록화는 가히 조선시대 중국 부경사행과 관련된 모든 회화를 다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황화사후록》, 《관반제명첩》, 《세전서화첩》 등 조선 내부 행사를 그린 기록화와 사행 여정에서 그린 《연행도폭》,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천도》, 《항해조천도》, 육군박물관 소장 《조천도》, 《심양관도첩》 등의 기록화, 강세황이 그린 《사로삼기첩》, 《영대기관첩》, 《연대농호첩》 등의 사군자도, 청나라에서 제작한 《봉사도》, 《황청직공도》, 사신들 간의 우정을 보여주는 《치지회수첩》과 추사 김정희 초상화에 이르기까지 총 300여 개에 달하는 그림을 소개하며 당대의 화법까지 면밀히 분석하였다. 


저자는 통합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사행기록화’에서 중요한 사료의 의미를 찾아내고, 하나의 미술 장르로서의 성격을 규명해낸다. 그리고 사행기록화라는 새로운 틀로 조선시대 부경사행을 정리하였다. 본래 그림은 역사적 배경 속에서 설명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반대로 역사적 사실이 그림에 의해 설명된다. 즉 미술을 통해 역사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부경사행을 재조명한 것이다.


기록화와 화원을 주제로 조선시대 한중관계사를 새롭게 조명한 책


미술을 통해 역사를 설명하는 이유는 그림이 글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상(像)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시각적 재현은 꽤 큰 영향력을 지닌다. 사진 한 장이 열 권의 책보다 현실을 더 잘 전달하기도 하는 이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저자는 사행기록화와 기존의 문헌기록을 일일이 대조하여 역사적 사건을 고증하는 일에 완성을 기한다. 또한 그림에 그려진 사적을 직접 답사하여 장소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해당 내용을 명료하게 밝혔다. 17세기 조선화원이 그린 중국의 실경은 현재의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상당 부분 일치한다.


<조선시대 사행기록화>는 부경사행에 있어서 기록화와 화원이 가지는 의미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방식으로 한중관계사에 접근하고자 한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화원들을 소개하고자 <승정원일기>, 연행록, 그리고 현존하는 부경사행 관련 화첩을 총동원하였고, 그 결과로 49명에 이르는 화원 명단을 밝혀낸다(본문 330쪽, 표 14 ‘조선시대 부경사행의 화원명단’). 


중국과 연관된 사행기록화를 모두 수집하여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해당 문헌까지 함께 분석하여 조선시대 한중관계사의 빈 부분을 빼곡히 채워 넣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 간 조선사신, 조선에 온 명사·청사의 전체 명단과 사행별 수행업무를 정리하고 각 화첩에 실린 제시까지 빠짐없이 해설하였다.


<조선시대 사행기록화>는 부경사행의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은 후, 그 속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요소들을 조명함으로써 조선시대 한중관계사를 완성하고자 하는 색다른 시도의 결과물이다.




저 : 정은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조선시대 대외관계 기록화 및 회화식 고지도이다. 2012년 현재 한국고지도연구학회 학술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저로는 「연행사절의 서양화 인식과 사진술 유입」(2008), 「연행 및 칙사영접에서 화원의 역할」(2008), 「건륭연간 만국래조도 연구」(2011), 「계미(1763)통신사행의 화원 활동 연구」(2011), 「강화부궁전도의 제작배경과 화풍」(2009), 「조선후기 회화식 군현지도 연구」(2011), 「김정희의 연행과 서화교류」(<김정희와 한중묵연>, 과천문화원, 2009), 「조선후기 부경사행과 연행도」(<연행, 세계로 향하는 길>, 실학박물관,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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