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번역! IB 디플로마 필수 과목 ‘지식론’ 교과서
‘지식론(Theory of Knowledge, TOK)’은 고등학생 대상 IB 교육 과정인 IB 디플로마에서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 중 하나다. 지식론은 IB 학습자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 향상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과목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 IB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스위스의 비영리기관)는 지식론 과목의 공식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고 있어, 케임브리지대학출판부, 옥스퍼드대학출판부, 피어슨, 호더 에듀케이션 등 해외의 유수 출판사에서 길잡이 구실을 할 책들을 출간해왔다. 하지만 국내에 번역된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최근 한국에도 일부 지역에 IB 교육이 도입되어 확대 논의가 활발하지만, 정작 IB 교육에서 추구하는 지식과 배움이란 무엇인가를 심도 있게 다루는 책은 시중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지식론: IB 디플로마를 위한 코스 가이드』(이하 『지식론』)는 한국 최초로 출간된 지식론 교과서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출판부에서 2020년 펴낸 Theory of Knowledge for the IB Diploma(개정3판)의 번역서다. 케임브리지대학출판부는 2005년 이 책의 초판을 발행했으며, IB 지도 교사들의 네트워크를 위한 웹사이트(thepanel.cambridge.org)를 운영하면서 교사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축적한 강점이 있다. 본문은 학생들이 도전의식을 갖고 읽을 만한 수준 높은 내용으로 구성되었고, 한 챕터당 60여 개가 넘는 박스에는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참신한 질문과 토론거리, 다양한 활동이 실려 있다. 또한 지식론의 평가 과제인 전시회와 에세이, 소논문을 준비할 수 있는 실제적인 매뉴얼이 담겼다. 『지식론』은 IB 교육 과정에 관심 있는 교수자와 학생, 학부모, 교육 기관에 반갑고도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지식론은 무엇을 배우는 교과인가?
초·중등 교육 과정에서 지식론을 필수 교과로 다루는 나라는 흔치 않다. 한국 학생과 교육자에게도 지식론은 낯선 교과목이다. 일반적인 현대인이라면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배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의 교과 지식이 익숙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교과를 왜 배우는지, 나의 인생에 이런 내용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고민해 본 적도 있을 것이다.
지식론은 문자 그대로 지식에 관한 이론이며, 언어, 수학, 과학 등 각 교과의 지식을 다루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가 지식을 어떻게 배우는지, 지식이 사실, 견해, 믿음과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해석을 정당화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설명의 설득력을 높이는지, 자신의 지식을 확신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지를 성찰한다. 한마디로 진실을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우리는 어떻게 지혜로워질 수 있는지를 배우는 ‘배움학 개론’이다.
예를 들면 『지식론』 12장 「수학」에서는 ‘수학적 지식이란 무엇인가’, ‘수학은 발명되었는가 발견되었는가’, ‘수학은 어떤 면에서 창조적인 예술, 과학, 언어로 간주할 수 있을까’ 등을 탐구한다. 또 10장 「역사」를 학습하는 학생들은 ‘역사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것인가?’ ‘역사는 과거와는 어떻게 다른가?’, ‘과거에 대한 확실한 지식을 얻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한가?’, ‘믿을 만한 지식을 얻기 위해 역사가들은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등의 주제로 친구들과 토론한다.
이런 질문은 지식에 관한 질문이자 지식론의 한 부분을 구성한다. 쉽게 답할 수 없으며 정해진 답도 없다. 논의와 논쟁에 열려 있으며 서로 다른 관점에서의 분석과 개인적 사유, 건전한 판단을 필요로 한다. 질문과 토론거리, 일상 속 경험과 지식을 연계하는 활동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지식론은 공부하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학생 자신의 고유한 사유와 관점을 발전시키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도록 돕는다.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배움학 개론’
챗 GPT가 사람들에게 감탄과 놀라움을 선사하는 인공지능의 시대다. 마우스를 한번 클릭하는 찰나의 시간에 인공지능은 뛰어난 성과물을 선사해 준다. 우리는 그렇게 창출된 ‘지식’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것을 지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중에서 사실과 허구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지식 활동과 인식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지식론은 이러한 주제를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목이다. 세계 유명 대학들이 IB 교육을 이수한 신입생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