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 청소년
역사책에서 볼 수 없던 임진왜란의 참모습
오희문의 ‘난중일기’ 속 보통 사람들의 역사
『쇄미록』은 조선의 양반 오희문이 임진왜란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며 쓴 피란일기다. 군인도 관리도 아닌 평범한 양반 오희문의 일기에는 전쟁의 참혹함과 당시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그 어떤 기록물에서보다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조선 전기 사회를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기록임에도 방대한 분량과 일기라는 형식 탓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고전 『쇄미록』이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서윤희 학예연구관의 손에서 이야기책으로 새로 태어났다.
이 책에서 우리는 오희문의 기억을 빌려 전쟁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이들은 불행과 절망을 딛고 희망을 품은 채 농사를 짓고, 벌을 키우고, 누에를 치는 한편, 과거 시험을 보고, 혼례를 치르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 이 책을 통해 전쟁의 폐해와 삶의 의미,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 : 오희문
조선의 양반이다. 외가인 충청도 영동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혼인한 뒤에는 한양에 있는 처가에서 아들 넷과 딸 셋을 두고 살았다. 오희문은 1591년 11월 27일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노비들에게 공물을 받기 위해 길을 떠났다가, 이듬해 4월에 전라도 장수에 사는 처남의 집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 9년 3개월 동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그때 쓴 일기를 엮어 ‘쇄미록’이라고 이름 지었다.
풀어씀 : 서윤희
서강대학교 사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학부를 졸업한 후 지곡서당(한림대학교 부설 태동고전연구소)에서 한문을 공부하였다. 2007년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간 이래 국립부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건립추진단, 국립진주박물관 등에서 고려, 조선, 대한제국 시대와 관련한 여러 상설 전시와 특별전을 기획하였고, 관련 도록과 연구서 등을 발간하였다. 특히 코로나 기간에 개최했던 특별전 ‘오희문의 난중일기 『쇄미록』: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2020. 10. 13.~2021. 3. 7. 국립진주박물관)는 코로나로 일상이 단절된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위로를 주었다. 『양화소록』(공역)과 『낙양가람기』를 우리말로 옮겼고, 『청소년을 위한 박물관에세이』를 공동 작업으로 출간하였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관으로 일하면서 의미 있고 흥미로운 역사 전시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