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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런드 러셀

20세기 최고의 지식인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

불꽃만으로 이루어진, 타고 남은 재라고는 없는 사람

1963년 90세의 러셀을 인터뷰한 플레이보이 지 기자는 이전에 들었던 다른 기자의 말을 빌려 그를 묘사했다. “러셀은 불꽃만으로 이루어진, 타고 남은 재라고는 없는 사람이었다.” 그 무렵 러셀은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에 개입해 동서양 진영의 군비 축소를 요구하면서 활발한 반전·반핵 운동을 하고 있었고, 몇 년 뒤에는 베트남에서 벌어진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고발하며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냈는데도 그의 불꽃은 꺼진 적이 없었다.

자유로운 교육을 실험하고, 컴퓨터 발명의 뿌리가 되는 수학의 체계를 세우고, 핵의 위협과 싸우는 ‘100인 위원회’를 이끌고, 반핵 시위를 주도하여 아흔이 다 된 나이에 금고형을 선고받고도 유쾌하게 웃었던 사람. 그는 인류가 스스로를 파괴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면서도 한순간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지난날 섬뜩한 파괴를 가져왔던 길고도 쓰라린 전쟁들이 있었으나, 결국에는 다시 세계를 건설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이런 말을 남긴 러셀은 어둠을 직시하면서도 빛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학자로, 작가로 재능과 역량을 유감없이 펼친 한평생

1872년에 태어난 러셀은 조부가 영국 총리를 지낸 명문가의 자손이었다. 2년 간격으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1876년에 조부모와 함께 살게 된 러셀은 엄격하고 우울한 할머니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때 러셀은 수학과 종교에 골몰하며 자살 충동을 이겨내곤 했는데, 훗날 그는 무신론자가 되었지만 수학은 평생의 벗으로 남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진학한 러셀은 수학과 철학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트리니티칼리지에서 집중적으로 수학의 기본을 연구하며 그 유명한 ‘러셀의 역설’을 발견했다. 1910년 화이트헤드와 함께 《수학의 원리》를 출간한 러셀은 수학의 기본 전제를 뒤흔들었다는 충격과 함께 수학자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다.

학자로서 러셀은 논리철학과 수학 분야에서 가장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그 밖에도 형이상학과 인식론, 언어철학 등 미학을 제외한 철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활동했다. 그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열정적인 저술가이자, 글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행동하는 실천가이기도 했다.

귀족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신분과 재산에 집착하지 않았던 러셀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반전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투옥되었고, 러시아의 사회주의혁명을 지지하여 1920년에 소비에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레닌과 직접 대화를 나누었지만 소비에트 사회의 실상에 절망하여 이후 레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착취와 전쟁, 파시즘과 독재를 비롯한 인류의 모든 장애물에 반대하는 행보를 멈추지 않은 러셀은 아인슈타인과 함께 반핵운동을 하며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켰으며, 쿠바 미사일 위기 등 냉전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긴장에도 개입해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1970년, 이스라엘의 중동 공격을 위협하는 성명서를 마지막으로 남긴 러셀은 장장 98년에 걸친 일생을 마치고 영면에 들었다.

1950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러셀은 명쾌하고도 유머러스한 필치로 만인의 칭송을 받은 20세기 불세출의 작가다. 《행복의 정복》, 《게으름에 대한 찬양》,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등 러셀의 철학에세이들은 자본주의 사회 비판이나 기독교에 대한 공격 같은 까다로운 주제를 특유의 촌철살인 어법으로 노련하게 다룬 작품들로서 후세에 평생 잊지 못할 문장으로 남았다.